유엔 북한인권보고관 “북한에 인권침해 책임 물려야…사법체계 회부 필요”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유엔총회 회의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에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특히 인권 유린 기록을 남겨 법의 심판대에 올리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한국, 유럽 국가들은 북한의 자국민 탄압과 외국인 납치를 규탄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서방의 일방적 주장을 배격한다며 북한을 적극 옹호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6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개최한 북한 인권 관련 상호대화에서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에 관한 공식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안보리의 틀 안에서 안보 의제에 관해 말할 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공개 토론을 재개하고 인권을 고려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살몬 보고관] “I think that in the framework of the Security Council, it is also possible to re-open a public debate on this matter and take into account human rights when speaking about the security agenda. The security agenda will not move forward if we do not include a human rights approach that can offer a comprehensive response to problems.”

그러면서 “우리가 (북한) 문제들에 대해 포괄적 대응을 제공할 수 있는 인권 접근법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안보 의제는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또 책임규명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가 이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유엔총회가 특별재판소나 다른 유사한 메커니즘을 설립하도록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반인도적 범죄를 포함해 인권 침해 피해자들을 위한 책임 규명이 현재 없다는 것을 고려할 때 피해자들을 위해 진실과 정의를 확보하는 새롭고 효과적인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살몬 보고관] “This mandate will promote and support new and effective ways of securing truth and justice for victims given the current absence of accountability for victims of human rights violations, including crimes against humanity. This demands that the international community continues to monitor and document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s including those that may amount to crimes against humanity.”

그러면서 “이는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것들을 비롯한 심각한 인권 침해를 국제사회가 계속 감시하고 기록할 것을 요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또 북한 당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규제에 따른 주민들의 열악한 식량 사정과 보건 환경에 거듭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취약 계층 가운데 “여성과 소녀들이 겪는 곤경을 포함해 특정 계층이 직면한 상황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살몬 보고관] “It is crucial to address the situation faced by specific groups—including the plight of women and girls… It is the people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who need to benefit from international solidarity. The respect and protection of human rights is a shared goal and a shared responsibility for all of us.”

또한 “국제적 연대의 혜택을 받아야 할 대상은 북한 주민들”이라면서 “인권 존중과 보호는 우리 모두의 공통 목표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상호대화에서는 24개국이 발언권을 행사했는데 미국 등 서방국과 중국 등 개발국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습니다.

미국 측 대표는 “북한이 초법적 살해와 고문을 비롯한 지독한 인권 침해와 학대를 저지르고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미국 대표] “We remain deeply concerned about the DPRK as egregious human rights violations and abuses including those involving extrajudicial killings and torture. The United States also strongly condemned the DPRK government's involvement in transnational repression, including those acts involving enforced disappearances and strongly urge all states to just to respect the fundamental principle of Non-refoulement.”

아울러 “미국은 또 강제실종을 포함한 행동 등 초국가적 탄압에 북한 정부가 관련돼 있는 것을 규탄한다”면서 “모든 국가가 국제 강제송환금지(농르풀망) 기본 원칙을 존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대표는 또 “북한 정부의 코로나 조치가 인권에 미친 부정적 타격에 관해 강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은 국제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해 북한 정부가 자행하는 심각한 인권 침해와 학대를 조명하고 책임규명을 증진하며 북한 안팎의 정보 흐름을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심각한 인권 침해와 학대가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고 촉구했습니다.

[녹취: 미국 측 대표] “We call on the DPRK to acknowledge that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s and abuses are occurring within its borders, to take immediate steps to address them, and to grant international humanitarian organizations and human rights monitors immediate and unhindered access.”

미국은 이어 북한은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국제 인도주의 기구들과 인권 감시단에 즉각적이고 제약 없는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한국 대표로 발언한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북한 주민들은 우리에게 “아무나”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신화 대사] “For us, they are not "anybodies". As highlighted in her report, abductions, enforced disappearances, prisoners of war continue to be a deep concern and should be addressed immediately. I also deplore the incident of an unarmed civilian of the Republic of Korea, killed by the DPRK military in the Yellow Sea in September 2020 and urge the DPRK to disclose all relevant information and ensure such events are not repeated.”

이어 살몬 보고관이 첫 보고서에서 강조했듯이 납치, 강제실종, 전쟁포로(국군포로) 문제는 여전히 깊은 우려 사안으로 즉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사는 또 한국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언급하며 “지난 2020년 9월 서해에서 비무장한 한국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살해된 사건을 개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모든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북한에 억류 중인 우리 국민이 잊히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는 현재 기독교 선교사 3명을 비롯해 한국인 6명이 억류돼 있습니다.

이 대사는 또 “국제사회의 비핵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계속하는 동안 북한의 잔혹한 인권 침해 기록은 수십 년 동안 뒷전으로 밀렸다는 점을 상기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신화 대사] “I would like to recall that the DPRK's brutal record of human rights violations have been sidelined for decades while the DPRK has continued to develop its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despite international effort of denuclearization. In the mean time, the overall human rights and humanitarian situation in the DPRK, particularly of vulnerable people including women and girls, have worsened.”

이어 “그 사이에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과 인도적 상황, 특히 여성과 소녀를 포함한 취약 계층의 상황은 악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사는 “국제 지도자들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되,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북한 정권의 일본인 납치와 핵·미사일 개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마고사키 가오루 주유엔 일본 대표부 공사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와 가족들이 오랫동안 견뎌온 엄청난 고통을 생각하면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고사키 공사] “There is no time to lose when we think of the tremendous suffering that the victims and their families have endured over the years. We really count on the continued understanding and cooperation of you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t large toward the immediate return of all abductees to Japan. ..It is important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continue calling on the DPRK to abide by the resolutions of the Security Council and focus on the welfare of its people instead of its nuclear and missile development,”

이어 “우리는 모든 납북자의 즉각적인 일본 귀환을 향한 여러분과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이해와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보다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인민의 복지에 집중할 것을 국제사회가 계속 촉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영국과 호주 등 서방 국가들도 이날 살몬 보고관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하고 북한 당국에 인권 개선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EU는 특히 “지금도 진행 중인 북한의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 침해는 충격적”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여와 책임규명을 함께 추진하겠다는 살몬 보고관의 투 트랙 접근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적극 옹호하며 미국 등 서방 세계를 비판했습니다.

중국 측 대표는 “북한에 대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조치를 즉각 해제하고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 침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몇몇 서방 국가들이 개발도상국을 겨냥하며 특정 국가들에 대한 인권 메커니즘을 수립하는 데 집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중국 측 대표] “The United States and a few Western countries are obsessed with establishing countries specific human rights mechanisms targeting at developing countries…I want to ask these few countries including the US since no country has a perfect human rights record. Why do you always attack developing countries without exception?”

또 완전한 인권 기록을 가진 나라는 없다면서 왜 예외 없이 개도국을 항상 공격하느냐고 비판했습니다.

러시아도 이날 노골적으로 북한을 옹호하며 비정부기구들이 서방세계에 매수됐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특히 서방의 급여를 받는 비정부기구들로부터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정보를 취합하는 것을 중단할 때라며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인권 우려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러시아 대표] “It's time to stop gathering information about events that the DPRK from NGOs that are on the West's payroll. Believe me, their main interest is not conern for human rights at all.”

러시아 대표는 북한은 문맹률이 낮고 무료 고등교육을 실시할 뿐 아니라 실업률은 전무하다면서 원색적으로 북한을 옹호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이날 보이콧 차원에서 상호대화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유럽연합은 순회의장국인 체코를 통해 다음 달 1일 북한의 인권 상황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다시 제출할 예정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