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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몬 보고관, 피살 공무원 아들에 답장 “진상·정의 노력 지지”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북한군에 피살된 한국 공무원 이대준 씨 유족의 사건 진상규명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 아들은 진정성이 느껴진다며 사의를 표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2020년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아들에게 서한을 보내 비극의 재발을 막으려는 유족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지난 8월 이 씨 아들이 아버지의 죽음과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도와달라며 자신에게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지난 23일 자로 보낸 서한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VOA가 유족 측으로부터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살몬 보고관은 이 씨 아들에게 “아버지의 슬픈 사연을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아버지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신과 당신의 가족에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라며 위로를 전했습니다.

[살몬 보고관] “I am aware of your father’s sad story. I can only imagine how hard it must have been for you and your family to accept your father’s tragic death without knowing what exactly happened to him.”

이어 이달 초 방한 중 만난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로부터 유족이 이 씨에 대한 정보와 정의를 찾기 위해 펼친 노력, 이 씨에게 가해진 오명으로 유족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는지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면서 거듭 유족에 대한 지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살몬 보고관] “Please know that I am here to support you and your family. I will support the efforts made by you, your family, and the Republic of Korea to reveal the fact, to seek justice and to prevent the recurrence of such a tragedy. I will try to become a bridge between your family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s well.”

“진상을 밝히고 정의를 추구하며 이러한 비극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귀하와 귀하의 가족,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겁니다.

살몬 보고관은 “당신의 가족과 국제사회를 잇는 가교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심 어린 애도를 받아주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지난 8월 첫 임무를 시작한 이후 피해자를 중심에 놓고 북한인권 문제에 접근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대준 씨 아들은 26일 유족 측 법률대리인(김기윤 변호사)을 통해 낸 보도자료를 통해 살몬 보고관의 답장에 사의를 표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 부사관 등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이 씨 아들은 “많이 바쁜 와중에 제 호소를 들어주시고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가족의 아픔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의 아버지와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북한 인권특별보고관님의 역할을 다하시겠다는 강한 의지가 편지로 느껴져서 마음이 놓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씨는 또 “인권을 중요시하는 대한민국에 살며 국제 사회에 호소해야 한다는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며 전임 정부에 대한 불만도 우회적으로 내비쳤습니다.

이 씨 아들은 앞서 지난 8월 살몬 특별보고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재발 방지와 함께 “가족의 아픔과 북한의 실태를 널리 알려달라”고 호소했었습니다.

또 “북한 정권은 사람의 생명을 코로나바이러스로 취급해 비무장의 민간인을 총살하고 시신까지 불태웠다”며 “아버지의 죽음조차 확인하지 못했지만 대한민국의 (전임) 문재인 정부는 월북자라는 오명까지 씌워 그 죽음을 정당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족 측 대표로 활동 중인 이대준 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이날 VOA에 살몬 특별보고관의 답장이 유족에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래진 씨] “엘리자베스 살몬 북한인권특별보고관께서 조카에게 직접 답장을 보내주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이 사건에 관해 계속 관심을 가져주시고 국제사회의 연대와 피해자에 대해 목소리를 계속 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씨는 내년 초에 유엔 인권이사회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 가서 북한 정권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모든 당사자와 가족을 대신해 국제사회에 호소할 계획이라며 협력을 당부했습니다.

[녹취: 이래진 씨] “여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북한 정권의 만행을 알리고 두 번 다시 대한민국 국민이나 자유세계 시민들을 이렇게 살인이나 억압 폭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수많은 사람과 연대해서 재발 방지 약속을 꼭 받아내고 싶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시 사건 발생 사흘 뒤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그러나 사건에 관해 명료하게 설명하지 않은 채 현장 방문과 공동 조사 등 국제법에 근거한 절차 요구를 모두 거부했으며 유족에게 직접 사과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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