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개성공단에 그대로 두고 온 자산을 북한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정황이 계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폐쇄됐어야 할 현장을 차량이 정기적으로 드나들며 특정 업체에서 여전히 작업이 이뤄지는 듯한 정황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4일 개성공단의 한 공장 건물 앞 공터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엔 차량 무리 형태가 나타납니다.
앞서 VOA가 북한 근로자의 통근 정황을 보도한 한국 중소기업 ‘제씨콤’사가 위치한 지점인데, 이날은 다른 때보다 콘크리트의 면적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위성에서 내려다보이는 현장의 콘크리트 바닥 상당 부분이 평소보다 늘어난 공터 진입 차량에 가려졌기 때문입니다.
제씨콤은 과거 인터넷용 광통신 케이블과 커넥터, 인공치아 등을 생산했던 곳으로 북한은 지난해 8월부터 버스 8~9대를 이 업체 주변에 정차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해당 버스는 과거 한국이 북한 근로자 통근을 위해 제공했던 현대 자동차의 에어로시티로 확인돼, 북한이 근로자를 정기적으로 출근시킨다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이 버스 1대당 적게는 25명에서 최대 50명(입석 시)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장소에서 포착된 8~9대의 버스로 이동한 근로자는 최대 450명으로 추산됩니다.
VOA가 새로운 움직임을 감지한 개성공단 내 다른 건물 공터에서도 최근까지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반도체 부품과 전자제품, 유공압 패킹 등을 생산하던 한국 기업 ‘에스제이-지에스’의 공장 앞 공터에 하얀색 대형 물체가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26일 자 위성사진에도 동일한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전날인 25일에만 해도 없던 하얀 물체가 26일 나타났다가 다음날인 27일엔 다시 사라지는 등 이 공장에서 모종의 활동이 계속되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입주해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돼 왔습니다. 그러나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VOA는 민간 위성사진을 통해 2016년 이후 최근까지 개성공단 내 최소 10여 곳의 공장에서 움직임을 포착했습니다.
이중 한국의 ‘쿠쿠전자’와 ‘명진전자’, ‘만선’, ‘태림종합건설’ 등이 운영되던 공장 부지에서는 최근까지 정기적으로 차량이 정차하고 대형 트럭이 물건을 싣거나 내리는 장면이 포착되는 등 북한의 무단 가동 정황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개성공단기업협회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에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한 손실 보상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이재철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입주기업들은 한순간에 생산기지를 상실했다”며 “20~30% 업체가 휴업과 폐업을 한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만 믿고 기다려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별법을 만들어 손해배상 근거를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협회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실질 피해액을 투자자산 한화 5천936억원, 유동자산 2천452억원 등 총 1조3240억원, 미화 9억3천만 달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