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시진핑 3기 북-중 밀착...중, 북한의 제한적 도발 묵인 가능성”

  • 최원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후 북한과 중국의 밀착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 공산당 대회가 끝나자 마자 28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요. 시 주석의 3연임이 한반도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3일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재선출됨으로써 집권 3기를 시작했습니다.

시 주석은 22일 폐막한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중앙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튿날 열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총서기직을 다시 맡았습니다.
시 주석은 총서기 선출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자”고 말했습니다.

[녹취: 시진핑 주석]”중국어”
시진핑의 3연임은 ‘덩샤오핑 체제’의 종언을 의미합니다.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인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같은 `오류’를 막기 위해 두 가지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최고 지도자의 2연임(10년)과 집단지도체제이고, 경제적으로는 개혁개방이 그 것입니다.

이 때문에 장쩌민(1993-2003)과 후진타오(2003-2013) 전 주석은 모두 10년 임기 뒤 물러났습니다.

그런데 시 주석은 이런 관행을 깨고 3연임, 장기집권을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시 주석은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을 모두 자신의 측근으로 채웠습니다.

이는 중국이 다시 1인 통치체제로 돌아간다는 신호라고 과거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Standing committee seven people including Xi, no number 2…”

시 주석은 덩샤오핑의 또다른 유훈인 ‘도광양회’도 폐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도광양회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힘을 기른다’는 뜻으로 개혁개방을 위해 대외적으로 몸을 낮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시진핑은 이번 공산당 대회 연설에서 ‘타이완 무력통일’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그리고 ‘강력한 전략적 억지력’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미국과의 전략경쟁을 피하지 않고 핵 무력을 동원한 군사 대결까지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은 한층 격화될 전망입니다.

미국은 이미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과 대결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2일 ‘국가안보전략’ (NSS)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런 목적을 위해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기술적 힘을 지닌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러시아를 억제하는 것”이 미국 안보전략의 핵심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은 한국, 일본과의 동맹 강화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경제동맹’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한국과 일본을 순방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켰습니다.

미국은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동맹’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이 추진하는 ‘칩4’(CHIP4) 동맹은 반도체 강국인 미국,한국, 일본, 타이완을 하나로 묶어 중국의 반도체산업 발전을 견제하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타이완을 무력통일 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7일 스탠포드대학에서 열린 대담 행사에서 “최근 몇년간 시진핑의 지도 아래 매우 다른 중국의 부상을 봐왔다”며 중국이 과거보다 훨씬 빠른 시간표를 갖고 타이완 통일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국무장관] “There has been a change in the approach from Beijing toward Taiwan in recent years…Beijing was determined to pursue reunification on a much faster timeline.

앞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오는 2027년까지 타이완 공격 준비를 끝낼 것을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과 중국 간 전략적 공조는 더욱 긴밀해지는 모습입니다.

중국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북-중 정상은 세 차례 축전을 주고 받았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서신에서 “지금 국제 및 지역 정세에서 심각하고 복잡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중조(북중) 쌍방 사이에 전략적 의사 소통을 증진하자”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김정은 위원장은 23일 시 주석에게 보낸 축전에서 “나는 총서기 동지와 함께 조-중 관계의 보다 아름다운 미래를 설계하고 사회주의 위업을 계속 강력히 추동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14일까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해 9차례 도발을 했던 북한은 중국의 공산당 대회를 이틀 앞두고 미사일 발사를 중단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시진핑 신시대’를 여는 중국의 잔칫상에 재를 뿌리게 될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 대회가 끝난 상황에서 북한이 다시 미사일을 쏠 것으로 예측했고, 실제로 북한은 28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사일 발사같은 북한의 ‘제한된 도발’은 묵인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국이 패권을 추구한다고 하지만 미국과 직접 군사적 대결을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북-중 국경의 안정을 해치지 않는 한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묵인할 것이라고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 부차관보] "Beijing has long since decided to look the other way as North Korea expands and enhances its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capabilities. As long as North”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은 복잡하고 다루기 힘든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에 반대합니다.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될 경우 동북아의 안보구도가 바뀝니다. 예를 들어, 미-한 핵확장 억제는 물론 미사일 방어망과 일본 재무장, 그리고 타이완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26일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중국은 “북한 핵을 묵인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싱하이밍 대사] “공개적으로 대화할 때도 우리는 계속 비핵화, 평화, 대화로 해결해라, 우리가 언제 묵인했습니까, 유엔 안보리에서도 그렇게 이야기 합니다. (북한 도발을) 묵인하지 않습니다. 한반도에 사고가 나면 중국에 무엇이 좋나...”

문제는 중국이 대북 지렛대를 쓸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만일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막기 위해 대북 석유 공급을 끊는다면 북-중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물론 북한 경제가 파탄나 북한 주민 수만, 수십만이 중국으로 밀려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 집권을 시작한 시진핑 주석이 북한을 전혀 통제하지 않고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과거 조시 부시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담당했던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말했습니다.

[녹취: 데니스 와일더 전 보좌관] “I think Beijing in that regard has to maintain a little bit of a nuanced policy, because they want to keep…”

중국은 한국이 타이완 문제에 관여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한반도에 대해 조금 더 미묘한 정책을 취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보고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중국 공산당 대회가 시작되는 10월 16일과 미국 중간선거(11월 8일) 사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12월 말까지는 핵실험을 자제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국제사회의 제재와는 별개로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잠그거나 물자를 제한하는 식으로 압박을 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김정은은 경제목표 달성이 더 어려워집니다. 북한에게는 핵실험도 필요하지만 민생도 중요하기 때문에, 12월 말까지는 핵실험을 자제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전문가들은 장기집권에 들어선 시 주석의 중국이 주변 정세를 크게 흔들 수 있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는 여러 채널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