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북민 1명, 제3국 거쳐 미국 입국…1년 만에 처음

미국 워싱턴 국무부 입구

[바로잡습니다: 아래 탈북민은 제3국에서 긴급 보호 이유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난민' 지위가 아닌 인도주의 임시입국허가서(Humanitarian Parole·이하 HP)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추후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공식 난민 집계에 포함되지 않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탈북민 1명이 올해 처음으로 31일 미국에 입국했습니다. 해외에 파견됐다 제3국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왔는데, 유튜브 시청이 탈북 결심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제3국에 체류 중이던 탈북민 A 씨가 31일 미국 정부가 발급한 인도주의 임시입국허가서(Humanitarian Parole·이하 HP)를 받아 미국의 한 도시에 도착했습니다.

미국 정부 소식통과 탈북 지원단체 관계자는 VOA에 A씨가 긴 여정 끝에 이날 오후 미국에 도착했다고 확인했습니다.

A씨는 수년 전 B국에 파견됐다가 탈북한 뒤 C국으로 이동해 현지 미국 대사관에 미국행 망명을 신청했었습니다.

제3국 내 탈북민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입니다.

미국 국무부 인구·난민·이주국(Bureau of Population, Refugees, and Migration)에 따르면 탈북민은 지난해 11월 여성 일가족 3명과 남성 1명 등 4명이 난민 지위를 받아 입국한 게 마지막이었습니다.

A씨는 앞서 북한을 탈출한 뒤 VOA와 여러 차례 인터넷 메신저로 통화하면서 탈북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었습니다.

[A씨] “내가 지금 여기서 체험하고 내가 원래 북한에서 살아왔던 체험이 모든 게 아 이거 왜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더란 말입니다. 처음에. 이게 내가 지금 하는 게 맞나? 그리고 남한을 보면 정치가 개인을 우선시하고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고…그런데 북한은 민주주의 민주주의 해도 말로만 민주주의지. 이건 완전히 억압된 세상이니까. 한 마디로 정신적 변화가 왔다고 할까? 나도 탈출하려고 생각한 지 1년 동안 고민했습니다.”

A씨는 특히 유튜브를 통해 VOA 뉴스 등 많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북한에서 배운 세뇌 교육의 허상을 깊이 깨닫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A씨] “제 생각에는 아마 북한에 일주일간 유튜브 하나만이라도 틀어 놓으면 아마 다 없어질 겁니다. 다른 건 몰라도 북한에서 배워주는 내용이 현실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고저 강제적으로 싫어도 하지 않으면 압박이 들어오니까. 정의도 내 신념에 의해서가 아니라 할 수 없이 따라가야만 하는 거로. 이건 완전히 사람들이 영화에 나온 것처럼 좀비화됐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정보를 북한에 많이 들여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왜 우리만 알 권리가 없고 독재 속에 계속 살아야 하나를 인식하게 해주는, 그런 계기가 되는 정보 말입니다.”

A씨는 아직 나이가 젊은 만큼 미국에서 공부를 더 하면서 새로운 꿈을 꾸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A 씨의 탈북을 지원한 미국 단체 ‘무궁화 구조대’의 허강일 대표는 VOA에 “어려운 고비가 많았는데 본인이 잘 이겨내고 미국에 도착하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허강일 대표] “이 미국까지 오는데 진짜 마음고생이 많았습니다. 탈북도 힘든데 기다리는 시간이 당사자로서 많이 힘들었는데 그래도 당사자의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탈북은 본인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A 씨는 파견국에서 허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북한을 바꾸다’를 시청한 뒤 탈북 지원을 요청했었습니다.

허 대표는 A 씨가 재능이 아주 많다면서 미국에서 꼭 성공해 북한의 변화에도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허강일 대표] “이 친구는 북한에서도 국보급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기술이 아주 좋습니다. 이 친구가 정말 좋은 재능이 있는데. 김정은 정권 때문에 이용만 당하고 본인은 열심히 일했지만 얻는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친구가 미국에 와서 늦어도 5년 안에 부자가 될 거라고 봅니다. 이 친구가 지금까지 북한 정권에서 발휘하지 못한 자기 재능을 자유 세상인 이 미국에서 자기 뜻을 이루길 바라고 잘 되어서 옛 처지를 잊지 말고 북한의 힘든 고향 친구들을 위해서 많이 돈을 벌면 북한 인권 사업에 후원도 많이 하고 헌신하길 바랍니다.”

한편 국무부는 지난달 공개한 ‘2023년 회계연도 난민 수용 제안’ 보고서에서 미국은 여전히 북한 내부와 역내 여러 나라에 있는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난 2006년부터 관심이 있고 자격요건을 갖춘 탈북민과 그의 가족들을 재정착시키기 시작했고, 이 프로그램을 계속하는 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