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중단됐던 북한 선박의 운항이 다시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북한 선박에 대한 안전 검사가 단 1건도 이뤄지지 않아 중국 항만 당국의 고의 누락 의혹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선박이 마지막으로 안전 검사를 받은 시점은 지난해 3월입니다.
선박의 안전 검사를 실시하는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는 북한 선박 ‘련화3’호가 지난해 3월 28일 중국 옌타이 항에서 안전 검사를 받은 이후 다른 북한 선박에 대한 안전 검사는 실시되지 않았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19개월 가까이 안전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2개월 더 지속되면 올해는 북한 선박이 안전 검사를 전혀 받지 않은 해가 될 전망입니다.
북한 선박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기 이전인 2016년 총 275척이 안전 검사를 받았고, 강력 제재 이후인 2019년에는 51척이 검사 대상이었습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에도 13척의 북한 선박에 대해 검사가 이뤄졌습니다.
이런 추세를 고려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운항 횟수가 크게 줄어 안전 검사가 축소된 것으로 추정할 수도 있지만, 이후 중국 항구로 향하는 북한 선박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검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건 쉽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중국 항구에 입항하거나 근해에 머무는 북한 선박은 약 20척입니다.
특히 북한 선박이 마지막으로 안전 검사를 받았던 중국 옌타이항에는 2일 현재 북한 선박 ‘금산봉3’호가 정박해 있지만, 이 선박에 대한 안전 검사 기록은 올라오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선박들은 건조된 지 30년이 넘는 경우가 많아 ‘블랙리스트’ 국가로 따로 관리돼 왔습니다. 이에 따라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된 나라 선박보다 검사를 더 자주 받아왔습니다.
유독 북한 선박만 안전 검사를 면제받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데, 다른 나라 선박에 대한 검사 건수가 북한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합니다.
한국 선박의 경우 올해 총 597척이 안전 검사를 받았으며, 일본과 중국 선박도 각각 178척과 676척이 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 사무국은 올해 6월 VOA의 문제 제기에 “(항만국 통제위원회의) 새로운 검사 제도에 따라 각 항만 당국이 사용 가능한 검사 장비와 항구 내 선박 수를 고려해 검사 대상 선박을 선정하고 결정한다”며 “(위원회) 사무국은 항구 내 선박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역량이나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사무국은 중국이 북한 선박에 대한 검사를 회피하는 정책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며 “(위원회는) 일종의 전문 기구인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VOA는 중국 정부에 ‘누락 배경’을 질의한 상태로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