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가 1년 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중국 항만 당국의 고의 누락 의혹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운항 횟수는 늘고 있지만 고질적인 안전 문제를 지적 받아온 북한 선박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뒤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선박의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는 최근 발표한 ‘2021 연례보고서’에서 해외 항구에서 안전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이 지난해 단 1척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VOA는 항만국 통제위원회 자료 분석을 통해 북한 선박이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검사를 받은 경우가 지난해 3월 28일 ‘련화 3’호가 유일했다고 보도했는데, 연례보고서도 같은 내용을 확인한 겁니다.
북한 선박에 대해 10건 미만의 안전검사가 실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 선박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기 이전인 2016년 총 275척이 안전검사를 받았고, 제재 이후 시점인 2019년에는 51척이 검사 대상이었습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에도 13척의 북한 선박에 대해 검사가 이뤄졌습니다.
언뜻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운항 횟수가 크게 줄어 안전검사도 1건으로 축소됐다고 추정해 볼 수 있지만, 중국 항구로 향하는 북한 선박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검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건 쉽게 납득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에 따르면 북한 선박들은 최근까지 안전검사 체계가 갖춰진 중국 옌타이와 다롄 항 등을 운항했습니다.
모두 운항 흔적은 남아있지만 안전검사를 받은 기록이 없는 선박들입니다.
북한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검사 건수는 증가한 점도 유독 북한 선박만 안전검사를 면제받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뒷받침합니다.
한국 선박의 경우 2020년 총 558척이 안전검사를 받았고, 지난해에는 15%가 늘어난 644척이 검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또 일본(143척에서 148척으로 증가)과 중국(292척에서 1천147척으로 증가) 등 한반도 주변국가는 물론 편의치적 방식의 선박 등록국인 라이베리아나 시에라리온 등도 2020년에 비해 2021년 검사를 받은 선박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봉쇄가 풀리면서 선박들의 안전검사 횟수도 다시 증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유독 북한 선박에 대해서만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해 의혹이 증폭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앞서 선박 전문가인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는 북한의 노후 선박들이 항만국 통제위원회의 검사를 받지 않은 데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중국 정부에서 고의적으로 검사를 회피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선박들은 건조된 지 30년이 넘는 경우가 많아 ‘블랙리스트’ 국가로 따로 관리돼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된 나라보다 검사를 더 자주 받아왔습니다.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 사무국은 이번 사안과 관련한 VOA의 질의에 “(항만국 통제위원회의) 새로운 검사 제도에 따라 각 항만 당국이 사용 가능한 검사 장비와 항구 내 선박 수를 고려해 검사 대상 선박을 선정하고 결정한다”며 “(위원회) 사무국은 항구 내 선박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역량이나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블랙리스트 선박은 위험도가 높고 우선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블랙리스트 선박이 모든 항구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사무국은 중국이 북한 선박에 대한 검사를 회피하는 정책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며 “(위원회는) 일종의 기술적 기구인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VOA는 중국 정부에 ‘고의 누락’ 의혹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