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수사국이 북한의 사이버 범죄 수익금을 세탁한 혐의로 체포된 나이지리아인에게 징역 135개월과 거액의 추징금을 선고했습니다. 북한을 돕는 세력에 계속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도 경고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법원이 북한의 범죄수익금을 세탁한 라몬 올로룬와 아바스에게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미 연방검찰은 7일 보도자료에서 이날 재판부가 아바스에게 135개월의 연방 교도소 구금형과 피해자금 173만 달러 반환을 명령했다고 밝혔습니다.
나이지리아 국적의 40세 남성인 아바스는 2019년 북한의 사이버 범죄 자금을 세탁한 혐의 등으로 이듬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습니다.
체포 직전까지 고가의 자동차와 전용 비행기에 탑승하고, 명품 의류를 착용한 사진 등을 소셜미디어에 과시하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던 인물입니다.
검찰에 따르면 아바스는 2019년 1월 북한 해커가 몰타의 한 은행에서 훔친 자금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은행 계좌에 이체할 수 있도록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당시 아바스는 해당 계좌 정보를 공범인 캐나다 국적자 갈렙 알라우마리에게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검찰은 당시 사건에 연루된 북한 해커가 북한 정찰총국의 하위 조직인 ‘라자루스’ 소속 박진혁과 전창혁, 김일 등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이들도 미국 정부에 기소된 상태입니다.
아바스는 북한의 해킹 범죄에 가담한 것 외에도 미국 기업 등을 상대로 사기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특히 기업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한 뒤 허위로 기업 간 송금을 요청해 중간에서 돈을 편취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미국 뉴욕주의 한 법률사무소로부터 92만 3천 달러를 탈취했습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아바스에게 징역 135개월과 피해자금 173만 달러 반환 등을 구형했는데, 재판부가 검찰의 형량 제안을 그대로 인용한 점이 주목됩니다.
검찰은 지난 9월 재판부에 제출한 ‘선고 제안서’에서 북한을 ‘불량국가’로 지칭하며 아바스와 북한의 범죄 행위가 가볍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돈세탁) 의뢰자라는 사실을 피고가 몰랐다 하더라도 모든 이의 자금을 세탁하려 했던 피고의 태도는 국제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기를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아바스의 변호인은 같은 날 재판부에 제출한 ‘선고 제안서’에서 아바스가 자신의 행위를 뉘우치고 있는 점과 모범적인 구치소 생활을 해 온 점 등을 참작해 달라며 검찰의 구형 형량보다 크게 낮은 33~41개월을 희망 형량으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변호인 대신 검찰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또 아바스는 체포 직후 적극적인 법적 대응 대신 일찌감치 유죄를 인정하며 ‘형량 줄이기’에 주력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중형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해 아바스의 공범인 알라우마리에게도 140개월의 실형과 피해자금 3천만 달러 반환 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
알라우마리 역시 검찰에 최대한 협조하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11년을 재판부는 당시에도 검찰의 구형 형량을 그대로 판결문에 담았습니다.
도널드 올웨이 연방수사국(FBI) 로스앤젤레스 지국장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아바스가 북한 정권에 도움을 준 사실을 거듭 지적하면서 “이번 중요한 판결은 여러 나라 법 집행기관들의 수년에 걸친 협력 결과이자, 국제 사기범들에게 그들이 미국 내에 있든 밖에 있든 FBI가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 추구에 나설 것이라는 분명한 경고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