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열차 운행을 재개한 가운데 두만강 이남 북한 측 선로에서 열차 운행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다만 러시아산 석탄을 취급하는 북한 라진항은 여전히 한산해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두만강 이남 북한 측 화물처리구역 선로를 촬영한 8일 자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길이 약 120m의 열차가 보입니다.
이 지점에서 북쪽으로 약 1km, 선로를 따라 이동할 경우 약 4km 떨어진 곳은 러시아 하산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북한이 국경봉쇄 조치를 취한 이후 움직임이 뜸하던 북러 접경지역 기차역에 열차가 정차한 것입니다.
이 지점에 열차가 처음 나타난 건 지난달 28일입니다.
이날부터 약 사흘간 현장에서 7량 열차가 포착된 데 이어 3~4일 이틀 동안은 12량 열차가 같은 자리에 등장했고, 다음날인 5일부터 8일 현재까진 11량 열차가 정차해 있습니다.
북한이 기존 7량에 화물 혹은 여객 칸을 더한 것인지, 기존 열차가 떠난 자리에 새 열차가 자리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3년 가까이 움직임이 거의 없던 이 지점에서 모종의 활동이 재개된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앞서 러시아 ‘타스통신’은 러시아 극동철도청을 인용해 북한과 2일 열차 운행을 재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말 30마리를 실은 열차 3대가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북한으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4일 위성 사진을 근거로 3량으로 이뤄진 화물 열차가 북한에서 러시아 쪽으로 건너갔다고 전했습니다.
38노스는 이 열차가 이날 오전 10시 24분 두만강 이남 북한 측 화물처리구역 선로에서 처음 관측됐고 오후 1시 10분 두만강 철교에서 국경 너머 2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기관차에 연결된 상태로 목격됐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열차가 시차를 두고 북한과 러시아 양쪽 모두에서 발견되면서 양국의 열차 운행 재개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열차로 어떤 물품을 운송할지도 주목됩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9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하기 위한 포탄과 로켓을 북한에서 구매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최근에는 북한이 비밀리에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한다는 정보를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수출한다면 철도가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의 민간단체인 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제임스 번 국장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양의 포탄은 기차 운반이 용의할 것”이라며 “북한과 러시아 국경을 통과해 러시아 동부로 운송한 뒤 러시아 동부와 우크라이나를 연결하는 철도 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번에 포착된 현장 모습을 통해선 북러 무기 거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열차로 석탄을 운반할 가능성도 열려있습니다.
북러 국경에서 약 30km 떨어진 라진항에는 러시아가 장기 임대한 전용 석탄 부두가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산 석탄의 수출 금지를 결정하면서 라진항을 경유하는 러시아산 석탄 수출을 예외로 한다는 면제 규정을 뒀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철도를 이용해 라진항으로 석탄을 옮긴 뒤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수출했습니다.
하지만 VOA가 이 일대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살펴본 결과 지난 며칠간 열차가 석탄 부두 일대를 드나든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또 이 일대에 쌓여 있는 석탄량도 북러 열차 운행 재개 이전 시점과 같아 이 부두의 운영은 아직 재개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산 석탄 등에 대한 제재 방안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가 석탄 가격을 크게 낮추면서 최근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산 석탄을 대량 구매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