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한 미사일 도발 “세 가지가 달라졌다”

  • 최원기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달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훈련을 모두 지도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질적, 양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미사일 종류가 다양해졌고, 액체연료 대신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한국에 큰 도전과제가 되고 있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올해는 북한이 역대 가장 많은 미사일을 발사한 해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북한은 2022년 1-11월 중 38차례, 79발이 넘는 미사일을 쐈는데, 이는 지금까지 기록인 2019년(27발) 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 한 해 미사일을 많이 쐈을 뿐 아니라 미사일 자체도 질적, 양적으로 진화했다고 말합니다.

북한 전문가인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지난 10년간 북한이 미사일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They made major strides in the missile program last decade.”

무엇보다 북한의 미사일 종류가 상당히 다양해졌습니다.

과거 북한이 한국을 타격하기 위해 보유했던 미사일은 화성 5호와 화성 6호, 그리고 노동미사일 정도였습니다.

북한은 사거리가 700 km인 화성 5호와 화성 6호 미사일을 실전배치해 놓고 있었는데, 이는 옛 소련이 만든 스커드-B와 스커드-C 형 미사일을 모방한 것입니다.

북한은 사거리 1천300km인 노동미사일도 300발가량 갖고 있었는데, 이 역시 스커드 미사일을 개량한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에 접어들면서 북한의 미사일 종류는 크게 늘었습니다.

북한이 2017년부터 올해까지 발사한 탄도미사일 종류는 총 17종에 이릅니다.

사거리별로 보면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미사일로 불리는 KN-23 미사일과 ‘북한판 에이태킴스’인 KN-24를 발사했습니다.

또 초대형 방사포인 KN-25를 비롯해 단거리 미사일 9종을 선보였습니다.

중거리 미사일로는 스커드 개량형인 KN-18과 화성-12형(KN-12), 북극성-2형(KN-15)미사일이 있습니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는 화성-17형(KN-28)과 화성-15(KN-22), 화성-14형(KN-20)이 있습니다.

이밖에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KN–26) 등이 있습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의 군사 전문가인 양욱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오래된 스커드 미사일을 신형 미사일로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연구위원] ”최근 미사일 발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과거 구형의 스커드 미사일을 거의 다 폐기하고 KN-23, KN-24, KN-25 신형 미사일로 바꾸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연료가 액체에서 고체로 전환되는 것도 주목되는 대목입니다.

과거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은 주로 액체연료를 사용했습니다.

상부에서 명령이 떨어지면 미사일을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싣고 이동해 연료와 산화제를 넣고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연료와 산화제를 미사일에 넣고 발사 준비를 하는 데 대략 30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새로 개발한 KN-23과 KN-24 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사용합니다.

이는 북한이 신속하게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양욱 부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연구위원] ”연료 주입 시간까지 감안하면 과거에는 30분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은 미사일 발사까지 10분 이내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시간이 30분에서 10분으로 단축된 것은 한국 군의 방어전략에 큰 타격입니다.

그동안 한국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에 30분 정도가 걸리는 것을 전제로 작전계획을 세웠습니다.

즉, 북한에서 한국을 겨냥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있을 경우 탐지-식별- 결심-타격까지 30분 내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10분 내에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이런 작전계획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미사일을 싣고 다니는 북한의 이동식발사차량 (TEL) 숫자도 크게 늘었습니다.

그동안 미국과 한국의 정보당국은 북한의 이동식발사차량의 숫자를 100대 정도로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탑재를 위한 대형 트럭을 자체 생산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거의 모든 대형 트럭을 수입에 의존했습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북한 군은 스커드 미사일을 옛 소련제 이동식발사차량에 싣고 다녔습니다.

또 북한은 2010년도에는 중국에서 벌목용 대형 트럭 6대를 수입해 이를 화성-14형 미사일용 이동식발사차량으로 개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사일을 싣고 다니는 대형 트럭과 트레일러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탱크나 장갑차를 개조한 궤도형 이동식발사차량도 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이동식발사차량 증가 배후에는 중국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0월 공개된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북한은 9월에 중국으로부터 11만9천여개의 대형 차량용 타이어 1천300만달러 어치를 수입했습니다.

켄 고스 국장은 북한이 대형 타이어를 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 용으로 전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I suspect that North Korean engineer developing own indigenous TEL…”

북한이 단거리와 중거리 미사일 분야에서는 기술적 진전을 이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직 멀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11월 2일부터 7일까지 31발의 미사일을 쐈습니다. 이 중 대부분의 단거리 미사일은 제대로 발사됐지만 3일 발사된 ICBM은 탄두 부분 고장으로 동해에 추락했습니다.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인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는 기술적 측면에서 ICBM인 “화성 17형은 아직 갈 길이 먼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교수] “It appears a Hwasong-17 is a long way from being operational.”

한국은 이미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3축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3축 체제란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KAMD), 대량응징보복(KMPR)체제를 말합니다.

이 중 ‘킬 체인’은 북한 미사일을 운반하는 이동식발사대를 신속히 탐지해 30분 내 무력화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북한이 신속히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을 속속 개발하고, 또 미사일을 방사포와 섞어 쏠 경우 이를 전부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켄 고스 국장도 한국에 배치된 패트리엇 미사일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같은 요격체제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충분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Obviously missile defense provide certain security but how much?”

전문가들은 양과 질 면에서 날로 진화하는 북한의 미사일 전력에 한국과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