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인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해 정상비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한일은 북한의 대형 도발을 규탄하면서 국제사회와의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18일 오전 10시15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쐈다고 밝혔습니다.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1천km, 고도 약 6천100km, 속도는 음속의 22배인 마하 22 정도로 탐지됐습니다.
합참은 이 같은 제원으로 미뤄 이번 미사일을 ICBM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일본 당국은 북한 미사일이 오전 11시 23분께 홋카이도 오시마오시마 서쪽 약 200㎞,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안에 떨어졌다고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비행시간은 68분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북한은 지난 3일에도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으나 2단 분리 후 정상비행에 실패했는데 보름만에 다시 같은 기종을 고각으로 시험발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핵 미사일 전문가 이춘근 박사는 고도가 6천100㎞까지 상승했다면 정상각도인 30~45도로 발사했을 경우 사거리가 1만5천㎞ 정도로 추산된다며 1단 엔진 노즐이 4개짜리인 ‘화성-17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춘근 박사] “이 정도 사거리가 나오려면 추력이 굉장히 좋아야 하니까 1단에선 노즐 4개짜리, 클러스터링된 엔진을 사용하고 2단도 역시 노즐이 하나가 됐든 두개가 됐든 상당히 강력하고 오래 연소되는 그런 엔진을 갖춰야 되겠죠.”
이 박사는 이 정도 사거리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ICBM이 2단 분리까지 제대로 이뤄졌고 2단 분리 후 정상비행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화성-17형’이 2020년 10월 처음 공개된 이후 이번과 같은 성능을 보여준 것은 처음입니다. 다만 대기권 재진입 성공 여부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화성-17형’ 완성에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판단된다며 앞으로도 추가 핵실험 등을 통해 미국을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오늘 화성-17형으로 보이는 ICBM이 어느 정도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보여지고 그에 따라서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서 추가 핵실험 또는 오늘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신형 ICBM을 정상각도로 재발사해서 미국을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찾아 “미한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미한 간 합의한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적극 이행하며 미한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라”며 “미국과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측 북 핵 수석대표인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미국 측 북 핵 수석대표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일본 측 북 핵 수석대표인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각각 유선협의를 갖고 북한의 도발을 규탄했습니다.
이들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전날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지 하루 만에 ICBM을 발사해 역내와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것을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ICBM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으로 북한의 불법적 도발에 대해 안보리가 단합해 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이와 함께 폴 러캐머라 미한연합사령관과 김승겸 한국 합참의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공조회의를 열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면서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고 합참은 전했습니다.
북한이 보름 만에 ICBM을 재발사한 것은 미한일 공조 강화에 반발하는 동시에 과거 실패를 만회하고 자신들이 공언한 핵 보유국 지위를 공고화하려는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입니다.
특히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확장억제 강화를 약속한 최근 미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반발해 17일 발표한 담화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최 외무상은 담화에서 “미국이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하여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위협했고 북한은 담화 발표 1시간 40분만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쐈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확장억제라는 것은 결국 미국이 갖고 있는 전술핵이라든지 다양한 전력들을 한반도에 전개해서 북한 위협을 막아주겠다는 거잖아요. 바로 여기에서 오늘 북한이 ICBM을 쐈다는 얘기는 미군이 한반도에 전개하거나 일본에 전개할 수 있는 확장억제를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북한은 지난 3일까지 ‘화성-17형’을 여러 차례 발사했지만 대체로 ‘실패’라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길이 22∼24m로 추정되는 ‘화성-17형’은 세계 최장 ‘괴물 ICBM’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특히 핵탄두 2∼3개가 들어가는 다탄두 탑재 형상으로 개발돼 목표 상공에서 탄두가 분리되면 미국의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한일의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대응 차원이면서도 ‘화성-17형’ 완성을 위한 기술적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의도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B-1B가 일본 기지에 전개돼서 여러 가지 훈련을 한 것은 역시 확장억제의 일환으로 봐야 되거든요. 여기에 대한 대응으로 하는 차원도 있지만 또 한편으론 자기들의 군사 기술적 특히 ICBM 기술력을 높이고 검증하려는 목적도 같이 있기 때문에 자기들의 기술력도 높이고 정치적 효과도 극대화하는 그런 형태 도발을 계속 이어 갈 겁니다.”
북한이 최근 미중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ICBM 도발에 나선 것은 중국이 북한을 두둔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대면회담에서 북 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합리적 우려”를 거론했습니다.
시 주석은 또 15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선 북 핵 문제에 대해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면서도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가길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미국으로부터의 안보 위협 때문이라는 북한 측 주장을 두둔하고 현재의 고조된 한반도 긴장에 대해서도 북한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식의 취지로 말한 겁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센터장]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북한 문제를 얘기했는데도 시주석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것은 결국 북한 네 마음대로 해라라는 것, 한 발 더 나아가서 그린라이트를 준 거죠. 바로 ICBM을 쏴 버리지 않습니까. 일차적으론 당연히 북한의 책임이긴 한데 이런 환경의 사실상 그런 판을 깔아준 것은 중국이죠.”
북한은 이번 ICBM 발사를 포함해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35차례 쐈고, 순항미사일을 3차례 발사한 것으로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