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IAEA 사무차장 “북한, 4번갱도 핵실험에 몇 달 걸릴 것”…전문가들 “연쇄 핵실험 가능성도”

북한이 지난 2018년 5월 공개한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 입구.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 복구 작업에 진전이 없어 이 곳에서 핵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수개월 걸릴 것이라고 전 IAEA 사무차장이 밝혔습니다. 북한이 연쇄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지난 9월 이후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 복구에 진전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연구원] “Tunnel 4 there has been no progress since September. So they repaired the road may be a little harder but they have not done any excavation to open the tunnel. So that all needs to be done. So what it means in practice is that they need several months to restore that tunnel if they want to do a test there.”

하이노넨 연구원은 23일 VOA에 지난 6월 말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됐던 풍계리 핵실험장 4번 갱도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북한이 주변 도로를 더 단단하게 보수했지만, 4번 갱도를 개방하기 위한 굴착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이는 그 곳에서 핵실험이 가능하기 위해선 복구에 몇 달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마도 내년 2월이나 돼야 4번 갱도에서 핵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풍계리 3번 갱도는 “핵실험 준비가 거의 완료됐다”며, 다만 3번 갱도에서도 장비 이동 등 일부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하이노넨 연구원] “Tunnel 3 is a different thing because that was the first one which they started in the Springtime to restore. But to my big surprise they are still doing some work there. So it looks to me that they are not entirely finished.”

하이노넨 연구원은 “봄부터 복구를 시작한 3번 갱도에서도 여전히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매우 놀랍다”며 “아직 완전히 끝내지 못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치적 결단을 기다리며 세부적인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2018년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당시와 비교하면 3번 갱도 앞에 핵실험을 관측하는 ‘관측소’가 없는 것이 눈에 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예전과 달리 관측소를 세우지 않고도 실험 진행이 가능할 수도 있고 추가 작업이 더 필요한 상황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6월 북한이 풍계리 4번 갱도 주변의 도로를 정비하고 있다며, 4번 갱도를 재개방하는 데는 두 달 정도가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3번 갱도를 포함해 풍계리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은 북한이 연쇄 핵실험에 나설 징후와 일치한다고 그로시 사무총장은 당시 밝혔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아직 4번 갱도가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이 연쇄 핵실험에 나선다면 3번 갱도의 ‘주 갱도’와 ‘가지 갱도’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며, 하지만 하나의 실험이 실패하면 다른 실험도 함께 실패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연쇄 핵실험 가능성”

미국의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해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 교수는 17일 이 센터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연쇄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해커 교수는 북한이 7차 핵실험에서 전략핵무기를 시험 할지, 전구핵무기(theater nuclear weapons)를 시험할 지는 김정은 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며, 자신이라면 두 개의 실험을 동시에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해커 교수] “My own view, what I would do if I were him, I would do two for the price of one. Two tunnels that they’ve been preparing for. So we’ve done three for the price of one.”

해커 교수는 북한이 풍계리에서 두 개의 갱도를 준비해왔다며 자신이라면 “값은 한 번만 치르고 두 개의 실험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도 세 차례의 핵실험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국장은 23일 VOA에 “갱도에 여러 ‘가지’들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갱도에서 여러 실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이스 국장] “The tunnels themselves have multiple branches so you could use the same tunnel for multiple tests. So you could do simultaneous tests in the same tunnel that would actually would be much closer to what the Soviets did for example.”

루이스 국장은 “한 개의 갱도에서 동시 핵실험을 할 수 있다”며 “이는 소련이 과거 진행한 실험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련은 동시 핵실험, 미국은 연쇄 핵실험을 많이 진행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루이스 국장은 북한이 동시 핵실험 혹은 연쇄 핵실험을 추진할 경우 몇 가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나의 ‘정치적 사건’으로 취급돼 국제 제재를 한 번만 치르면 되고 외부에 핵실험 위력 관련 정보를 정확히 노출하지 않으며 동원 인력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루이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총 4개 갱도로 이뤄져 있으며, 4번 갱도는 3번 갱도에 비해 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3번 갱도는 상대적으로 폭발력이 낮은 전술핵무기, 4번 갱도는 폭발력이 큰 수소폭탄 실험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하이노넨 연구원은 겨울철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비가 많이 와서 갱도에 물이 새는 경우가 아니라면 눈이나 추운 날씨는 핵실험 진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며, 북한은 이미 3차 핵실험을 2월에, 4차 핵실험을 1월에 진행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