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위안화 가치 급등세…“대중 교역 증가 ‘제로 코로나’ 완화 기대감 겹친 탓”

지난해 3월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신의주.

북한 내 중국 위안화 가치가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중 교역이 늘어나면서 위안화 수요가 증가했고 중국 측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2일 현재 북한 내 중국 위안화 환율이 1천15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달 11일 기준 810원에서 3주만에 42% 급등한 수치입니다.

북한 내 위안화 환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북중 교역이 봉쇄됐던 지난 2020년 1월 이후 시차를 두고 약세로 전환해 지난해 6월엔 50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위안화 가치의 급등세는 최근 북중 교역의 증가로 위안화 수요가 늘어난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 따르면 북중 교역액은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연속 전월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10월 한 달 간 북중 교역액은 1억 5천386만 달러로, 전달보다 48%, 지난해 10월보다는 268% 급증했습니다.

중국으로 오가는 북한 선박 규모도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정황들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VOA’는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의 자료를 토대로 지난달 15~24일 사이 중국 항구에 기항하거나 중국 인근 해상을 항해한 북한 선박이 28척 확인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는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지난 9월 말 운행이 재개된 신의주와 단둥간 북중 화물열차를 통한 국가 간 공식 무역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 내 위안화 가치 급등은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북중 교역 봉쇄로 사라졌던 위안화 수요가 교역 재개와 함께 다시 살아난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조 박사는 이와 함께 북중 국경 봉쇄의 장기화로 생계에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주민들의 밀무역도 최근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특히 주목할 부분이 밀수가 최근 재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장마당에 생계를 의존했던 층들이 거의 궤멸 직전이기 때문에 총알을 맞더라도 밀수를 한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하거든요. 그러면 결국 위안화 수요가 증가하거든요.”

조 박사는 공식 무역과 밀무역이 일부 재개되면서 북한 장마당에 그동안 품귀 현상을 보였던 수입 생필품들이 다시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현지 무역업자들의 말을 빌어 단둥 등지의 국경과 해상에서의 신종 코로나 차단을 위한 중국 측의 단속이 느슨해지고 있다며 밀무역 활동 공간이 일부 열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단둥이나 해상을 중심으로 해서 코로나 정책의 명시적 완화는 없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단속을 강하게 했던 것을 느슨하게 하고 있는 정황들은 확인이 되고 있죠.”

탈북민 출신의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1천150원대의 현재의 위안화 가치는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것이라며 환율이 짧은 기간 갑자기 오른 것은 공급이 딸린 탓이기도 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전면적인 국경 봉쇄가 갑자기 이뤄졌고 중국으로의 수출길이 장기간 막히면서 북한 주민들과 북한 거주 중국인들의 위안화 보유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게 조 소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북한 주민이나 북한에서 위안화를 취급하는 단위들에서 이렇게까지 위안화가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준비를 안 한 상황에서 봉쇄가 갑자기 됐거든요. 특히 중국에서 들어와서 판매된 상품들이 다 위안화로 팔려서 그 돈이 다 중국으로 넘어가기도 했고요.”

북중 교역 통제가 앞으로 더 풀릴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위안화 환율을 끌어 올리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과의 회담에서 극단적 봉쇄정책인 ‘제로 코로나’ 정책의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AFP' 통신이 유럽연합 관리들을 인용해 2일 보도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말 베이징, 상하이, 우한 등지에서 ‘제로 코로나’에 반대하는 시위가 발생한 이후 방역정책 기조를 바꿔 통제 완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 무역업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여부라며 관련 조짐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미리 위안화 확보에 나서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임 교수는 또 북한 당국 차원에선 내년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3차년도이면서 북한정권 수립 75주년이기 때문에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고민이 한층 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결국은 경제발전이라든지 민생 개선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선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서 공급량을 대폭 늘리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를 환영할 수밖에 없고 이 시기에 북중 교역을 증대시킴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한 단계 개선시키는 그런 성과 목표를 지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가 있는 거죠.”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달 하순 개최를 예고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경제와 방역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면서 기존 자력갱생 노선과 봉쇄 중심의 방역정책을 보다 적극적인 교역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수정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