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틀 연속 남북 해상완충구역 포 사격…한국, 국방백서에 ‘북한은 적’ 부활 검토

북한이 지난 2016년 3월 방사포 부대 사격훈련을 실시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자료사진)

북한이 미군과 한국 군의 통상적인 훈련을 구실로 이틀 연속 9.19 남북 군사합의에서 설정한 해상완충구역을 향해 포 사격을 가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응해 새 국방백서에 북한을 적으로 명시하는 문구를 6년만에 다시 넣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6일 오전 10시께부터 오후까지 북한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가해진 총 90여 발의 방사포로 추정되는 포병 사격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탄착 지점은 북방한계선,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안입니다.

해상완충구역은 9.19 남북 군사합의로 적대행위를 금지키로 설정한 곳입니다.

한국 군은 동해상 북한의 포병 사격에 대해 도발 중단에 관한 경고통신을 몇차례 실시했습니다.

합참은 “동해 해상완충구역 내의 연이은 포병 사격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즉각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군 총참모부는 이날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변인 발표를 내고 “5일에 이어 6일 9시15분쯤부터 적들이 또다시 전선 근접 일대에서 방사포와 곡사포를 사격하는 정황이 제기됐다”며 “총참모부는 지적된 전선포병구분대들에 즉시 강력 대응 경고목적의 해상 실탄 포 사격을 단행할 데 대한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총참모부는 그러면서 “적측은 전선 근접지대에서 도발적인 군사행동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군은 앞서 5일에도 미한의 군사훈련을 트집 잡으며 130여 발의 대응경고 목적의 해상 실탄 포 사격을 동해와 서해상 완충구역에 가했습니다.

북한 총참모부가 언급한 한국 측 동향은 한국 군과 주한미군이 강원도 철원 일대에서 5일부터 다연장로켓(MLRS) 등의 사격 훈련을 진행한 것을 가리킨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군 당국에 따르면 미한은 6일 오전 철원 담터진지에서 이틀째 다연장로켓 훈련을 진행했는데 군은 훈련에 앞서 MLRS 24발 등을 발사할 것이라고 공지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통상훈련에까지 일일이 군사 도발로 대응하는 것은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홍 실장은 북한의 이번 도발이 미한 확장억제 강화와 함께 최근 한국이 미국과 일본과 함께 독자 재제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유엔 무대에서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복귀하는 등의 일련의 조치들에 대한 불만도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제재도 그렇고 또 인권 관련해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했던 투표행위라든가 여러 가지가 아마 북한에겐 하나하나의 적대행위로 간주를 하고 거기에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트집을 잡고 대응을 해주겠다라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죠.”

북한 총참모부는 앞서 5일 대변인 발표에서 “건건사사 계산하며 항상 견결하고 압도적인 군사행동으로 대응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북한 군이 통상 한해 총화에 집중하며 군사 도발을 자제했던 동계 기간 중임에도 미한의 군사훈련에 대한 맞대응 차원의 군사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9월부터 미한의 군사훈련에 대응해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 공군의 위력시위, 동해와 서해상 포격 도발 등을 감행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잇단 9.19 군사합의 위반 행위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6일 “북한이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미한의 정상적 군사훈련에 계속 군사적 조치로 대응하고 있다”며 “문제는 북한이 남북 간 합의를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한 합의는 상호 존중되고 또 함께 이행돼야 하고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해선 안 되며 성실하게 존중하고 또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연쇄 도발의 궁극적인 의도는 핵 보유국 지위 확보를 겨냥해 한반도에서의 긴장 국면을 유지하는 데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은 고조된 긴장을 유지하기 위한 도발에 명분이 필요하고 해상완충구역에 대한 잇단 포 사격은 한국을 자극해 또 다른 명분을 얻으려는 노림수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9.19 군사합의의 완충지대에 계속 쏘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이 먼저 파기 선언을 하기를 기다리는 듯한, 그 책임을 돌리겠다, 그러니까 북한이 꾸준하게 명분을 갖고 움직여요. 그러니까 북한이 노리는 것은 그것을 통해서 자신들의 도발을 희석시키려고 하는 그런 거죠.”

한편 한국 정부는 북한의 이 같은 잇단 도발에 대응해 내년 초 발간하는 ‘2022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 군을 적으로 명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방백서는 매년 발간되는데 이번에 ‘북한이 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간다면 2016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입니다.

전하규 국방부 공보담당관 직무대리의 6일 정례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전하규 직무대리] “북한의 핵·미사일을 포함한 군사적 도발과 위협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초에 발간할 2022년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 군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포함되도록 할 것입니다.”

전 직무대리는 구체적인 표현이나 문안은 현재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정권과 북한 군을 ‘적’으로 명시하되 보다 강한 어감의 ‘주적’이란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소셜미디어, SNS에 “주적은 북한”이란 글을 올렸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5월 초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 군이 우리의 적임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국방백서 등에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의 잇단 도발이 미한 동맹과 미한일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흐름을 끊기 위해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공세이기도 하다는 측면에서 한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보다 분명한 대적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한미일 공조체제를 어떻게든 약화시켜야 되거든요. 그럼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대외 정책을 약화시켜야 하는데 그 약화시키는 방법은 남북관계 긴장을 조성하고 평화를 깨면 남한 내부에서 남남 갈등이 격화될 것 아닙니까. 그 격화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 대북정책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잖아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핵 무력 법제화를 통해 핵 선제공격 태세까지 드러냈고 이번 북한 총참모부 발표에서도 한국을 적으로 표시했다며 ‘북한이 적’이라는 표현을 국방백서에 다시 넣는 게 현실에 부합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