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로 코로나’ 대폭 완화…북중 교역 확대 여부 주목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연결하는 '조중친선다리(중조우의교)'. (자료사진)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강력한 봉쇄정책을 풀면서 북중 교역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장기적으론 교역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북한이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산 여부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은 최근, 지난 3년간 고수해온 강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봉쇄정책인 ‘제로 코로나’의 핵심 시책을 대거 철회한 방역 완화 10개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사실상 ‘위드 코로나’로 정책 방향을 전환한 겁니다.

중국의 이런 조치는 신종 코로나 발발로 지난 2020년 1월부터 폐쇄됐던 북중 접경지역 개통과 육로 교역 재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국경 봉쇄로 해당 지역 경제가 빈사상태에 빠진 중국도 그렇지만 국가경제에서 대중 교역 의존도가 절대적인 북한은 중국 측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교역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중국 세관당국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북중 누적 교역액은 7억6천126만 달러로 신종 코로나가 발발하기 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3분의 1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올해 두 나라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단둥과 신의주 간 북중 화물열차 운행 재개가 이뤄졌지만 효과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탈북민 출신의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중 접경지역 소식통들의 말을 빌어 중국 측의 코로나 정책 완화로 내년엔 혜산, 회령, 무산, 만포 등 접경도시 세관들이 정상화되고 트럭 등 차량을 통한 육로 교역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완화되면서 지방세관의 교역들도 재개될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고요. 실제로 코로나 19 방역과 관련해서 소독이라든지 방역기지 건설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후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의 경제 사정을 감안할 때 중국의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계기로 북한이 대중 교역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 NK’의 북한시장 물가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평양의 쌀 가격은 1kg에 6천원으로 파악됐습니다.

추수기인 11월 말 쌀 가격이 평양에서 1kg에 6천원을 넘어선 것은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입니다.

같은 날을 기준으로 옥수수 가격도 평양에서 1kg에 3200원에 거래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지난 9월의 신의주 단둥 간 화물열차 재개도 북한이 적극적으로 요구해 이뤄졌고 열차 재개 후 중국 내 신종 코로나 확산에도 중단없이 이어져 왔다며, 이미 방역전 승리를 선포한 북한의 신종 코로나 정책이 앞으로 ‘위드 코로나’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9월 이후에 여러 가지 코로나 확산에도 불구하고 북중 교역이 단 한 번도 중단되지 않았다는 점, 그 다음에 북한의 식량과 경제 사정이 최악이라는 점, 나진 하산 북러 교역도 재개했거든요. 이런 큰 흐름으로 본다고 하면 북한도 ‘위드 코로나’ 전환은 불가피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어요.”

북중 교역에 대한 기대감은 북한 내 위안화 가치 급등 현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일본의 북한 전문매체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북한 내 위안화 환율이 810원에서 지난 9일 1천40원으로 30% 가까이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탈북민 출신의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김혁 박사는 상당수 북한 주민들의 생업의 터전으로 자리잡은 장마당이 최근 들어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김 박사는 북한 내부의 신종 코로나 위기 상황이 일정 정도 가라앉으면서 북한 당국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민생 상황을 감안해 일부 통제를 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혁 박사] “지방 자체에서 시장이 갖고 있는 의미가 굉장히 크거든요. 그래서 그걸 장기적으로 통제하고 중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조금씩 자리를 띄어 앉힌다든지 날짜를 바꾼다든지 이런 조치들을 통해서 조금씩 열고 있는 거죠. 열고 있는데 요즘은 좀 더 많이 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방역 완화 조치가 신종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교역을 곧바로 대폭 확대하는 데에는 신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중국에서 여전히 하루 2만명대 신규 감염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으로서는 문호 개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중국 방역 완화로 북한이 신종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한 치료제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북중관계 전문가인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교수는 대북 무역상들의 말을 빌어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북한 무역일꾼이 교역 재개를 위해 접촉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 관련 의약품을 찾는 일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무역일꾼들의 움직임은 활발해졌지만 북한 당국 차원에선 신종 코로나 유입에 조심스런 이중적인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상숙 교수] “실제로 사업을 하는, 경제 쪽에 있는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는데 북한 당국에서 우려스런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인적 교류는 최대한 늦추려고 할 것 같아요.”

북한은 접경 지역 주민들에게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수급한 백신을 접종했지만 전면적인 접종은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지난달 27일 겨울철 신종 코로나 재유행 가능성을 주시하며 철저한 방역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