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회기 종료 앞두고 ‘북한 법안’ 잇따라 처리…연내 법제화 여부 주목

미국 워싱턴의 연방의사당.

종료를 앞둔 117대 미국 연방 의회가 북한 문제를 핵심적으로 다루는 법안들을 잇따라 처리하고 있습니다. 예산안 처리에 바쁜 시기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북한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 주목됩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지난 한 주간 의회에서 전격 처리된 북한 관련 법안은 ‘오토 웜비어 북한 검열감시 대응 법안’과 ‘미북 이산가족 상봉 법안’, 그리고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 등 총 3건입니다.

상징적 의미가 크고 복잡한 조항을 담은 이런 법안들이 단기간 내 동시다발적으로 진전을 이룬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특히 계류 중인 북한 관련 법안들은 연말에 의회의 관심이 쏠리는 각종 예산안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는 관측을 뒤집고 회기 막바지에 동력을 얻어 주목됩니다.

북한 정부의 정보 통제에 대응하기 위한 소위 ‘웜비어법’과 미북 이산가족 상봉 법안은 지난 7일 상하원의 2023회계연도 국방수권법 합의안에 포함되며 연내 제정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웜비어법’은 지난 2017년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송환된 직후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이름을 딴 미 의회의 두 번째 법안입니다.

웜비어의 고향인 오하이오주의 롭 포트먼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난해 6월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1년 넘게 상원에 계류돼 있다가 회기 종료를 앞두고 속도를 낸 것입니다.

법안은 북한 내 정보 통제와 관련해 제재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추가 예산을 지원해 대북 방송을 증대하며 북한의 정보 검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미북 이산가족 상봉 법안도 지난해 7월 하원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상원에서는 1년 넘게 진전이 없다가 이번 국방수권법안에 포함되면서 연내 제정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그레이스 멩 하원의원과 공화당의 영 김 하원의원 등이 공동 발의한 것으로 미북 이산가족 상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을 미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특히 의회에서 미북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결의안이 아닌 법적 구속력이 있는 법안이 추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법 제정 여부에 더욱 관심이 쏠립니다.

북한인권법을 5년 더 연장하는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은 지난 8일 상원 본회의 안건으로 올려져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소관 상임위인 외교위원회에서 승인된 지 약 5개월 만에 본회의 통과가 이뤄진 것입니다.

상원에서 시작된 회기 막바지 법안 통과 동력이 하원으로 이어져 연내 법 제정까지 가능할지 주목됩니다.

하원에서는 공화당의 영 김 의원과 외교위 아태 소위원장인 민주당의 아미 베라 의원이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법안은 지난 9월 만료된 북한인권법을 2027년까지 5년 더 연장하고 탈북민 강제 송환에 연루된 자들에게 제재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등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5년 넘게 공석인 북한인권특사가 “지체 없이 임명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특사 임명을 위한 진전 상황을 의회에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117대 회기 마지막 해인 올해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다음 해로 이월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되기 때문에 해당 법안은 내년에 시작되는 다음 회기에 재상정돼야 합니다.

현재 의회에는 상원의 ‘대북 정책 감독 법안’과 하원의 ‘한반도 평화 법안’, 상하원의 ‘대북 인도지원 개선 법안’ 등도 계류 중입니다.

‘대북 정책 감독 법안’은 지난주 상원 외교위 의결 안건으로 올려져 기대를 모았지만, 표결 보류 요청에 따라 처리되지 못하고 다음 회기를 바라보게 됐습니다.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반도 평화 법안’은 1년 넘게 소관 상임위인 외교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민주·공화 주류 의원들의 호응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어 연내 처리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대북 인도 지원 개선 법안’도 주류 세력을 포함한 의회 내 관심을 전혀 끌어내지 못해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