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외교당국 차관보들이 오늘(13일) 서울에서 만나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시아 순방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 중인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3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최영삼 한국 외교부 차관보와 회담을 가졌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두 차관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의지보다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의지가 더 강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위한 공조를 지속해서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또 북한의 도발 중단과 대화 복귀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흔들림 없이 경주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북한 비핵화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확인하면서 이를 위한 관련국들의 공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번 차관보 회담에 대해 지난달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미한일 세 나라 정상이 회담을 통해 밝힌 북한 도발에 대한 응징 의지를 거듭 확인한 자리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한미일 정상들이 프놈펜에서 만나서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반드시 대가를 지불하도록, 또 이제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했거든요. 그런 한미일의 공고한 입장을 이번에 차관보들이 만나서 재확인했다 이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총 31차례에 걸쳐 63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여기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8차례 포함돼 있는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행위입니다.
두 차관보는 또 다자무대에서의 협력 강화 방안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한 양국의 협력 진전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최 차관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프놈펜에서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내용을 발표한 것을 상기하며 향후 이행 과정에서 미한 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했고,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이를 환영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입니다.
[녹취: 홍민 실장] “한국 같은 경우는 자체적인 인태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고 또 실제 한미일이 인태 전략에 있어서 일정한 협력관계라는 것들을 일정 부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마 이런 정상들간에 공감대를 이뤘던 부분들에 대해서 미국 차관보가 순방 일정 형식으로 관련국들을 돌면서 실무적 차원에서 한 번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두 차관보는 이와 함께 미한 간 전략적 소통과 공조가 역대 최상의 상태라는 데 공감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동맹 70주년을 맞아 양국의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 한 차원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각급에서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크리튼브링크 차관보가 이번 회담에서 방한 전 이뤄졌던 방중 결과를 설명했다고 전해 두 차관보가 미중관계와 글로벌 현안에 대한 미한 공조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입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한국을 방문하기 직전 로라 로젠버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타이완 담당 선임국장과 중국 허베이성 랑팡에서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지난달 열린 미중 정상회담의 후속 협의를 가졌습니다.
한편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에 앞서 12일 오후 화상회담을 했습니다.
북한의 전례없는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북한의 도발에 우려를 표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비롯한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 대화의 길로 나오도록 하는 것은 한중간 ‘공동이익’으로 양국의 긴밀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왕 부장은 이에 대해 앞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국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 발표엔 북한 문제와 관련한 논의 내용은 적시되지 않은 채 “양측이 한반도 정세와 공동으로 관심을 갖는 국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소개됐습니다.
북중관계 전문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선임연구위원은 미중 전략경쟁으로 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하고 한국 편을 들긴 어려운 국면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한반도와 지역 평화를 바라는 양국의 공통분모를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선임연구위원] “중국에 건설적인 역할을 요청한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서 물론 과도한 기대를 하거나 그러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어떻든 북한에 대해서 영향력이 있는데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고 한중간에 논의를 안하는 것 자체도 문제가 있으니까 사실은 한국 입장에선 지속적으로 중국에 그런 요구를 한다고 보여지고요.”
중국 측 발표는 또 왕 부장이 이번 회담에서 제3국인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왕 부장은 미국의 ‘반도체와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과 관련해 미국의 행위가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정당한 권익을 현저히 해치고 있다며 “미국은 국제 규칙의 건설자가 아닌 파괴자임을 재차 입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한미 외교차관보 회담을 마친 뒤 왕이 부장의 이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미한 동맹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절대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중 외교부 발표 내용의 차이로 미뤄 북한 문제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가 다시 확인된 셈이라며 중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을 긴밀한 한중 경제관계를 고리로 지속적으로 견제하는 양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중국의 입장에선 한국이 그나마 미국의 인태 지역 핵심 동맹국 중에 나머지 국가들에 비해선 그래도 미국에 그만큼 경사되지 않았다고 판단을 하는 것이고 그 가능성은 자신들이 한국에 대해서 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는 거죠, 압박을 할 수 있다는. 그런 측면에서 미국에 경사되지 말라는 게 중국 입장에선 가장 큰 이야기가 되는 거고요.”
한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 지역과 국제 정세 등이 폭넓게 논의된 이번 회담에서 두 장관은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개최된 양국 정상회담이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이익에 입각한 새로운 한중 협력 시대를 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등 양국 정상 간 교류 모멘텀이 계속 이어지도록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