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기독교인들 비밀리에 성탄절 기념…억압과 통제 속에도 신앙 유지”

지난 23일 북한 평양 시내를 걷는 주민들의 모습.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들이 성탄절을 맞아 북한 기독교인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당국의 억압과 통제에도 북한에서 기독교 신앙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유엔에서의 공론화 등 북한 정권을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독교 최대의 명절 가운데 하나인 성탄절에 북한과 국제사회의 표정이 크게 다르다고 미국 기독교 인권단체가 밝혔습니다.

기독교 박해와 인권유린을 감시하는 민간단체 ‘인터내셔널 크리스천 컨선’(ICC)은 성탄절 다음 날인 26일 VOA의 논평 요청에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번 주에 공개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반면 안타깝게도 북한에 있는 약 40만 명의 기독교인들은 조심스럽게, 개인적으로, 비밀리에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네셔널 크리스천 컨선] “Sadly, while much of the world openly celebrates the birth of Jesus this week, the estimated 400,000 Christians in North Korea must do so cautiously and privately in secret. Many suffer under the confines of prisons or labor camps. Kim Jong-un's regime views Christianity as a vessel of American imperialism and a threat to his deified leadership. Nothing, however, can stop the joy and spread of Christ's Kingdom in this hermit kingdom, considered one of the most dangerous places to be a Christian on earth.”

인터내셔널 크리스천 컨선은 “많은 북한 기독교인들은 감옥이나 노동 교화소에 갇혀 고통받고 있다”며 “김정은 정권은 기독교를 ‘미 제국주의의 통로’이자 신격화된 지도력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기독교인이 되기에 가장 위험한 곳 중 하나로 여겨지는 이 은둔의 왕국에서도 ‘그리스도 왕국’의 기쁨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기독교 선교단체 ‘순교자의 소리’의 토드 네틀턴 미디어 담당 국장도 26일 VOA에 “북한은 기독교 신자들에게 가장 폐쇄적인 곳 중 하나”라면서 “김씨 정권이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을 그들의 권력과 국가 통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네틀턴 국장] “North Korea continues to be one of the most closed places for Christian believers as the Kim regime sees Christians and Christianity as a direct threat to their power and control of the country. Yet, despite the difficulties, thousands of North Koreans worship Jesus—on Christmas Day and on every other day of the year. Their courage and faithfulness in the face of such opposition should inspire all Christians in every nation.”

네틀턴 국장은 “하지만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천 명의 북한인들은 성탄절을 비롯해 일년 내내 예수를 예배한다”며 “(정권의) 반대에 직면해 그들이 보여주는 용기와 신실함은 모든 나라의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영감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억압과 통제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여전히 기독교인들이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에는 여전히 예수의 본보기를 따르기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들은 기도하며, 심지어 다른 신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성경을 알려주고 있다”며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 부활 가운데 발견되는 소망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네틀턴 국장은 “북한 기독교인들의 신실함은 김씨 정권이 무엇을 하느냐, 국제사회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세계기독교연대(CSW)의 키리 칸켄데 대변인은 26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한 기독교인들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칸켄데 대변인] “As we mark Christmas and 2022 draws to a close, CSW reiterates its ongoing concerns about the human rights situation in North Korea, which remains the world's most closed, isolated, and repressive state. North Korea has one of the worst records for human rights, and there is no freedom of thought, conscience, religion or belief in the country. The situation for Christians remains dire in terms of freedom of religion or belief, amid the wider context of the ongoing humanitarian and human rights crisis for the North Korean people. Widespread food insecurity, the forced repatriation of North Korean defectors, and the detention of thousands in brutal prison camps continue to be reported.”

칸켄데 대변인은 “성탄절을 맞이하고 2022년을 마무리하면서 CSW는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고립적이며 억압적인 국가인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를 거듭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최악의 인권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북한에는 사상, 양심, 종교, 신앙의 자유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칸켄데 대변인은 “북한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 인권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종교와 신앙의 자유 측면에서 북한 기독교인들이 처한 상황은 여전히 비참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광범위한 식량난, 탈북자 강제 송환, 잔인한 수용소 구금과 관련한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영향으로 국경이 여전히 공식적으로 폐쇄돼 불법 도강이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UN 논의, 대북 방송 등 압박 이어가야”

새해 북한 기독교인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해 민간 단체들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의 공론화, 대북 기독교 방송 등 정권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칸켄데 대변인] “In the coming yea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must ensure that the human rights situation in North Korea continues to be discussed annually at the UN, including at the UN General Assembly and UN Human Rights Council, and separately from the question of nuclear non-proliferation.”

세계기독교연대의 칸켄데 대변인은 “국제사회는 내년에도 북한의 인권상황이 유엔 총회와 유엔 인권이사회 등 유엔에서 핵 비확산 문제와 별도로 논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CSW는 북한 정권이 현재 수용소에 억류돼 있는 모든 사람들을 석방하고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권고 사항을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각국이 이 문제에 집중하고 가시적인 진전을 낼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FR)가 지정한 종교자유특별우려국(CPC).

[인터네셔널 크리스천 컨선] “We continue to broadcast the gospel and Bible messages on radio into North Korea daily. We know from Christian witnesses who have escaped North Korea that the broadcasts have had a positive impact on families. The greatest tool that we have as followers of Christ is the power of prayer that can move mountains in the hearts of persecutors.“

‘인터네셔널 크리스천 컨선’(ICC)은 “우리는 매일 라디오를 통해 복음과 성경 메시지를 북한에 방송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을 탈출한 기독교 신자들로부터 방송이 북한 가정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확인해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박해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기도라는 점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단체는 “외국 정부들과 국제사회가 김씨 지도부에 가하는 모든 압력을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순교자의 소리의 네틀턴 국장도 “자유 국가의 기독교인들이 북한 기독교인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네틀턴 국장] “We can also be a voice to our elected leaders, encouraging them to make religious freedom a priority in any interactions they might have with the government of North Korea—and the governments of the 70+ other nations where Christians regularly face persecution.”

또한 선출된 지도자들이 북한 정부와 어떤 접촉을 하더라도 종교 자유를 우선순위로 둘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2001년부터 북한을 종교자유특별우려국(CPC)로 지정해왔습니다.

1998년 제정된 ‘국제종교자유법’에 따라 종교 자유를 조직적으로 탄압하거나 위반하는 국가들을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하도록 한 데 따른 것입니다.

미 국무부는 올해 6월 발표한 ‘2021 국제종교자유보고서’에서 “북한 정부는 어떤 종교적 활동이든 이에 관여한 개인에 대해 처형과 고문, 체포 신체적 학대 등을 계속 자행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 기독교단체인 ‘오픈 도어스 USA’는 1월 연례 ‘2022 세계 기독교 감시 목록’에서 북한 내 기독교 박해 상황이 세계적으로 두 번째로 심각하다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