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도발, 9.19 군사합의 유명무실화…한국 공세적 대응 예고

29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대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연설하고 있다.

북한은 무인기 즉 드론을 한국 영공에 무단 침입시키면서 상호 적대 행위 금지를 약속한 9.19 남북 군사합의를 또 다시 노골적으로 어겼습니다. 한국 정부는 유명무실해진 남북간 합의에 얽매이지 않고 북한 도발에 보다 공세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29일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위장된 평화로는 안보를 지킬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기반마저 다 무너진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26일 한국 영공 특히 수도 서울 상공에까지 무인기를 침투시킨 데 대해 상호 적대행위 금지를 약속한 남북간 합의를 노골적으로 어긴 북한 측 행위에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한 겁니다.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은 이에 앞서 지난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대해 “9.19 남북 군사합의는 한국만 지키라고 있는 게 아니”라며 “필요하다면 북한을 향해 공세적으로 작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전하규 대변인] “앞으로 공세적인 작전을 펼치겠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하시면 좋겠고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9.19 군사합의는 쌍방이 서로 지켜야 합의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전임 정부 시절인 2018년 이뤄진 9.19 남북 군사합의에는 군사분계선(MDL) 일대를 동부 지역과 서부 지역으로 나눠 군사분계선으로부터 각각 15㎞와 10㎞ 내 지역에선 무인기 비행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은 올들어 수십 차례의 탄도미사일 도발과 함께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행위 또한 여러 차례 벌였습니다.

특히 지난 10월 14일부터 19일까지 엿새 동안 3차례에 걸쳐 9.19 합의를 통해 군사행동을 중단키로 한 동해와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완충구역에 9백여발의 포사격을 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잦은 위반 행위로 9.19 군사합의는 사실상 파기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북한이 이미 완충구역을 침범한 지가 꽤 됐고 상호 적대적 행동 부분에 있어서도 사전예고 없이 거의 도발행위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도 거기에 대해서 비례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론 깨졌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이것을 누가 공식적으로 파기를 언급하느냐 이 부분은 아직 남아있는 부분이죠.”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상습적으로 위반행위를 저지르면서도 파기를 공식 선언하지 않는 것은 한국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속셈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측이 먼저 합의 파기를 선언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함을 주장하려는 계산이라는 겁니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 9.19 군사합의에 얽매이지 않는 보다 공세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무인기로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에 비례적 대응이라는 차원에서 스텔스 무인기로 평양이나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등을 정찰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한국 군은 이번에 북한 무인기 침범 때도 전방 군단급에서 운용하고 있는 국산 무인정찰기 ‘송골매’를 군사분계선 넘어 북한 전방지역으로 날려 보냈습니다.

시속 180km 가까운 속도로 원하는 표적에 대해 최대 4시간에서 6시간 동안 주〮야간 정찰 임무가 가능한 송골매는 해당 지역을 정찰하고 복귀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한국형 스텔스 무인기 개발이 막바지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의 무인기 기술을 비교해봤을 땐 한국이 무인기 기술이 월등하게 높습니다. 한국의 경우 스텔스형 무인기뿐만 아니라 무인 전투기 수준까지 개발이 진행 중인 상황이거든요.”

한국 군 당국은 또 이번 무인기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취약점을 보완하고 드론부대 창설과 무인기 대응 훈련 강화 등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레이저 대공무기 등 북한 무인기 대응전력 확보와 연구에 내년부터 5년간 5천600억원, 미화로 약 4억4천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북한 무인기 한국 영공 침범 사건 조사에 착수한 유엔군사령부는 북한에 무인정찰기를 보낸 한국 측 대응 행동도 함께 조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군 당국은 자위권 차원의 대응 행동이라는 점에서 유엔사 조사의 초점인 정전협정 위반 여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문성묵 센터장은 한국 정부의 공세적 태도 전환 또한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대응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지금 한국 정부가 검토하는 것은 그냥 수시로 띄우겠다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북한이 핵으로 공격할 징후가 확실하다든지 아니면 무인기로 다시 서울 상공을 침범한다든지 그런 행동을 한다면 앞으로 스텔스기를 보내서 한국도 평양을 가서 정찰할 수 있다 이런 얘기죠.”

홍민 실장은 유엔사가 남북한 분단 상황에서 집계한 정전협정 위반 사례가 수십만 건에 달하지만 특정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겠다고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홍 실장은 유엔사의 이번 조사가 북한의 도발과 한국의 비례적 대응이 정전협정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한반도 긴장을 과도하게 끌어 올리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려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