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일부 장차관 남북대화 의지 잇단 피력…전문가들 “핵 무력 강화 집착 북한 호응 안할 것”

권영세 한국 통일부장관. 사진=한국 통일부.

북한의 잇단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한국 통일부가 올해 북한과의 대화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작은 문제에서부터 대화를 시작해 비핵화 협상으로 나아가겠다는 입장이지만 핵 무력 강화에 집착하고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한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최근 국영 ‘KTV’ 국정대담에 출연해 “지금 남북관계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대화가 이뤄지는 것”이라며 “올해는 어떻게 해서든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권 장관은 “어떤 형태로든, 농업 협력이나 기후 협력 같은 작은 이슈라든가 조금 쉬운 부분이라도 먼저 대화가 이뤄지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며 “궁극적으로 대화를 해야 비핵화의 실제적인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기웅 통일부 차관도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하게 밝혔습니다.

[녹취: 김기웅 차관] “올해는 반드시 남북간 대화의 문을 열고 이를 통해서 담대한 구상이 본격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이 지난해 내내 탄도미사일 등 도발을 유례없는 빈도로 감행한 데 이어 연말엔 무인기로 한국 영공을 침범하는 행위까지 저지르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가 한층 높아진 가운데 나온 겁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장관과 차관의 연이은 발언에 대해 이미 이산가족 문제 등과 관련해 조건없는 대화 제안을 했지만 북한이 전혀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한반도 긴장 고조는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안정적인 상황 관리를 우선으로 해 북한 비핵화를 향한 본격적인 대화로 나아가는 게 통일부의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권 장관이 스위스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즉 ‘다보스 포럼’ 참석을 계기로 국제기구 수장들을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 협력 의지를 밝힌 것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의 연장선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권 장관은 1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UNICEF)의 캐서린 러셀 총재와 세계식량계획(WFP)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을 잇달아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과 식량 등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장관이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것은 2005년 이후 18 년만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한국 정부가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핵 폭탄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담대한 구상 속에도 비정치적 분야 특히 인도주의 분야 대화로 시작해서 대화 물꼬를 트고 그것을 계기로 해서 비핵화로 연결하고자 하는 그런 생각인데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선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실 대화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비핵화나 지속 가능한 평화 정착이나 또 남북관계 발전 그렇게 연결되긴 쉽지 않은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통일부의 대화 의지 피력은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공세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데 대한 상황 관리 차원의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입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한국 정부로선 북한과의 대화 성과가 필요한 것이고 그 성과라는 것이 결국은 비핵화를 진전시키는 그런 회담도 필요하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또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 이런 차원에서 대화를 계속 제안하고 있다, 이렇게 봐야 되겠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정치 군사적 의제를 우선시하고 있고 한국이 의제로 제기하고 있는 인도적 지원이나 경제협력 문제는 부차적인 것으로 무시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도발 국면에서 인도적 지원과 같은 연성 이슈나 상향식의 남북 신뢰 형성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북한으로선 미국과의 연합훈련을 강화하고 국제무대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윤석열 정부와 대화에 나설만한 명분이나 실익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에선 최고지도자 차원의 결단과 같은 `탑다운' 방식이 아니면 대화 물꼬를 트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파격적인 방식으로 나간다면 북한은 얼마든지 입장을 바꿔요, 필요하면. 그런데 지금은 북한이 원하는 명분과 실리 두 부분이 모두 애매하기 때문에 대미 대남 강경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고 이걸 뚫는 방법은 탑 다운 방식의 파격적인 돌파구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한편 통일부는 북한의 추가적인 군사적 도발에 대해선 단호한 대처 입장도 분명히 했습니다.

김기웅 차관은 국회 외통위 현안보고에서 “북한이 다시 한국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