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한국 공장에 여전히 버스 왕래…‘무단 가동’ 지속 정황

개성공단을 촬영한 8일 자 위성사진. 제씨콤의 공장 건물 공터에 버스 여러 대가 보인다. 사진=Planet Labs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한국 기업들의 설비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듯한 움직임이 올해 들어서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정 업체에서 여전히 작업이 이뤄지는 듯 버스 여러 대가 계속 드나들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개성공단의 전자제품 생산업체 밀집 구역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이달 1일 자 위성사진엔 차량 여러 대가 보입니다.

지난 2021년부터 북한 근로자의 통근 정황이 감지된 한국 중소기업 ‘제씨콤’사가 위치한 곳으로, 파란색 버스 여러 대가 주차하면서 회색 콘크리트 바닥을 상당 부분 가렸습니다.

약 2주 뒤인 지난 14일까지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다만 8일과 9일 등 일부 날짜엔 버스가 건물 쪽으로 바짝 붙은 듯 콘크리트 면적이 평소보다 더 넓게 드러났고, 4일과 14일 등엔 차량이 좀 더 중심부에 자리해 버스 지붕 색인 파란색이 더 눈에 띕니다.

버스의 주차 형태가 달라진다는 건 일일 단위로 이곳에 차량이 드나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씨콤 건물 공터에선 지난 2021년 8월 이후 버스 8~9대가 정기적으로 정차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포착된 바 있습니다.

특히 현장을 오가는 버스가 북한 근로자 통근을 위해 제공했던 현대 자동차의 에어로시티로 확인돼, 북한이 한국 기업 소유의 공장에 근로자를 정기적으로 출근시킨다는 의혹이 일었습니다.

제씨콤을 드나드는 버스 1대당 적게는 25명에서 최대 50명(입석 시)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장소에서 포착된 8~9대의 버스로 이동한 근로자는 최대 450명으로 추산됩니다.

제씨콤은 과거 인터넷용 광통신 케이블과 커넥터, 인공치아 등을 생산했던 곳으로, 북한 노동자들이 지금도 동일한 제품을 만들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개성공단 버스 차고지를 촬영한 지난 2021년 위성사진. 최근 공개된 위성사진에서 이중 약 30대가 이동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료=Maxar Technologies / Google Earth

개성공단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입주해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돼 왔습니다. 그러나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VOA는 민간 위성사진을 통해 2016년 이후 최근까지 개성공단 내 최소 10여 곳의 공장에서 움직임을 포착했습니다.

이중 한국의 ‘쿠쿠전자’와 ‘명진전자’, ‘만선’, ‘태림종합건설’ 등이 운영하던 공장 부지에서는 최근까지 정기적으로 차량이 정차하고 대형 트럭이 물건을 싣거나 내리는 장면이 포착되는 등 북한의 무단 가동 정황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