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한 공개회의를 개최하고 북한을 규탄했습니다. 미국은 최근 무산된 의장성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에도 북한의 ICBM 발사엔 침묵한 채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20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최근 ICBM 발사 문제 논의를 위해 개최한 공개회의에서 “미국은 2월 18일과 19일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3발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 United States condemns in the strongest possible terms the DPRK’s February 18 and February 19 launches of three ballistic missiles. This included the DPRK’s ninth International(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launch since the start of 2022. This ICBM was launched at a lofted trajectory and landed in the Sea of Japan.”
이어 “여기에는 2022년 이후 9번째인 ICBM 발사가 포함된다”며 “이번 ICBM은 고각으로 발사돼 일본해(동해)에 탄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명백히 금지한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양상을 지속하는 것은 안보리의 대응을 필요로 한다”며 안보리의 추가 대북 조치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온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is sustained pattern of flagrant violations by the DPRK of Council resolutions explicitly prohibiting DPRK ballistic missile launches demands a response from this Council. Colleagues, there is no dancing around a simple fact: the resolutions the DPRK is violating are ours. They came directly from this Council. We are charged with maintaining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But in the face of unprecedented launches last year, two permanent members forced us into silence in spite of countless DPRK violations. On this vital matter, silence leads to irrelevance.”
특히 “북한이 위반하는 결의가 우리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은 빙빙 돌리지 않아도 된다”며 “(결의는) 안보리로부터 직접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할 책임을 지고 있다”며 “그러나 지난해 전례 없는 (탄도미사일) 발사에 직면해 2개 상임이사국은 북한의 수많은 위반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침묵을 강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이 중요한 문제에 있어 침묵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히 대응하려는 우리의 모든 시도를 차단하고, 대신 자체 결의를 지지하려는 안보리의 어떤 움직임도 ‘도발적’이라며 비난했다”며 “그 결과 안보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y have blocked all of our attempts at robust responses, instead condemning any move by the Council to stand behind its own resolutions as ‘provocative.’ As a result, the Council is failing to do its job... If two Member States continue to prevent this Council from carrying out its mandate, we should expect the DPRK to continue to defiantly develop and test these weapons. The Council’s lack of action is worse than shameful. It is dangerous.”
그러면서 “만약 두 이사국이 계속해서 안보리의 임무 수행을 방해한다면 우리는 북한이 도전적으로 이러한 무기를 개발하고 시험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안보리가 행동하지 않는 것은 수치스러운 것을 넘어 위험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지난해 11월 제안했던 ‘의장성명’을 다시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안보리 각 이사국이 북한의 불법 행위를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이 외교에 관여하도록 장려하려는 데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당시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해 의장성명을 추진했지만 중국, 러시아가 호응하지 않으면서 무산됐습니다.
그보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북한의 추가 ICBM 도발에 제재를 강화한다는 결의2397호 조항을 근거로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제안하고 초안을 작성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의 ‘의장성명’ 제안에 영국과 일본, 몰타 등은 지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비난의 화살을 북한이 아닌 미국으로 돌리며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조치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다이 빙 유엔주재 중국 차석대사는 “올해 초부터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은 북한을 겨냥한 연합 군사 활동을 늘려왔다”며 “미국은 더 높은 수준의, 그리고 더 큰 규모의 연합 군사훈련과 더불어 전략자산의 시기적절한 배치를 발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다이 빙 대사] “Since the beginning of this year, the U.S. and its allies have stepped up joint military activities around the peninsula targeting the DPRK. The U.S. has announced joint military exercises on a higher level and a bigger scale and timely deployment of strategic assets.”
다이 빙 대사는 “유감스럽게도 일부 이사국들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북핵 문제에 대한 회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와 압박을 계속 요구해 왔다”며 최근 북한 관련 안보리 회의를 주도한 미국 등 6개 나라를 모두 비판했습니다.
[녹취: 다이 빙 대사] “Regrettably, some council members in the absence of consensus, have continuously pushed for meetings on the DPRK nuclear issue recently and continued calling for more sanctions and pressure on the DPRK. This neither embodies the constructive role of easing the situation, nor brings new ideas contused conducive for solving the problem. The DPRK also issued a statement expressing its strong dissatisfaction.”
이어 “이것은 상황을 완화하는 건설적인 역할을 구현하지도 않고 문제 해결에 도움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지도 않는다”며 “북한 역시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담화를 발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이사국들은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안보리의 단합된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시카네 기미히로 유엔주재 일본대사는 “북한은 안보리가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하고, 유엔 결의를 인정한 적이 없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시카네 대사] “North Korea says that the council should stop discussing this issue. They have clearly stated that it has never recognized such resolutions of the United Nations and will not accept them in the future too. Some also argue that the discussion in the Security Council provoked North Korea and yes, we should remain silent. This is wrong. If we remain silent for fear of further provocations, that will only encourage rule breakers to write the playbook as they like.”
이어 “일부 나라는 안보리에서의 논의가 북한을 자극했고 우리가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가 추가 도발이 두려워 침묵을 지킨다면 이는 규칙 위반자들이 원하는 대로 각본을 쓰도록 부추길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관련국 자격으로 발언한 황준국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북한을 대변하거나 북한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건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고, 북한 핵무기를 더욱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황준국 대사] “Speaking on behalf of the DPRK or attempting to justify its behavior only contributes to emboldening Pyongyang and the further building up the DPRK’s nuclear arsenal. At the same time, the DPRK’s unlawful Provocations unchecked by the council simply result in a further solidifying our alliance and the strengthening extended deterrence, as well as our defense capabilities in cooperation with the regional partners and beyond. And the repeated failures of this council in taking action to respond to DPRK to recurrent provocations only force the direct parties including my country to come up with other unilateral measures that some Security Council members do not want to see.
이어 “동시에 안보리에 의해 저지되지 않는 북한의 불법적인 도발은 우리의 동맹을 결집하고, 확장억제는 물론 역내 파트너와 그 너머 나라들과 협력 관계에 있는 우리의 방어 역량만 강화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에 대해 안보리가 조치를 취하는 데 거듭 실패한다면 한국을 포함한 당사국들은 일부 안보리 이사국들이 원치 않는 독자 조치를 마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모하메드 칼레드 키아리 유엔 사무차장보도 이날 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ICBM 발사와 이에 따른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 부재를 우려했습니다.
키아리 사무차장보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국제사회가 북한을 비롯해 세계 평화와 안보에 대한 다른 위협에 행동하는 것을 막는 분열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한반도는 협력의 분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안보리는 미국이 제안한 의장성명에 대한 추가 논의 없이 곧바로 회의를 종료했습니다.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의장성명을 추진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의장성명은 상임이사국 반대 없이 전체 이사국 중 과반이 찬성해야 채택될 수 있습니다.
의장성명은 언론성명보다는 수위가 높은 대응으로 인식되지만, 두 성명 모두 강제력을 갖는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이날 안보리 차원의 구체적인 대응 조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등 11개 나라는 회의장 밖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에 참여한 나라는 안보리 이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알바니아, 에콰도르, 일본, 몰타, 모잠비크, 스위스, 아랍에미리트와 관련국인 한국 등입니다.
11개 나라는 공동성명에서 북한을 비난하면서 “최근 ICBM 발사는 안보리의 결의와 목적을 시험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