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서부에서 우크라이나 사보타주(고의·비밀 파괴공작)집단의 테러 공격으로 교전이 벌어졌다고 현지 당국이 2일 잇따라 밝혔습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이 브랸스크주 클리모프스키 지역에 침투해 테러 공격을 감행해 교전이 일어났다"는 긴급 메시지를 발표했습니다.
이어서 "우리측 대응 병력이 제거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같은날(2일) 앞서 알렉산드르 보고마즈 브랸스크 주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정찰대와 사보타주 집단이 루베차네 마을로 침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이로 인해 1명이 숨지고 어린이 1명이 다치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현지 주민 여러 명이 인질로 붙잡혀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브랸스크주는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주·체르니히우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서남부 지역입니다.
■ 크렘린궁 "공격 물리치는 중"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같은 사건들이 "우크라이나 테러리스트의 공격"이라고 이날(2일)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언급했습니다.
이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궁에서 지속적으로 보안기관과 국방부의 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아울러, 러시아 대응 병력이 공격을 물리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잇따른 러시아 본토 공격 사례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특별 군사 작전'의 성격을 변화시킬 지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러시아 여론전' 규정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 본토 공격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러시아 측의 여론전으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이날(2일) 러시아 측의 공격 주장이 '의도적 도발'이라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증가하는 빈곤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국민을 겁주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곳곳의 충돌이 실제로 없었던 것은 아니라면서, 우크라이나의 소행이 아니라 러시아 당국이 주도한 자작극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모스크바 인근에서 대규모 드론 공격이 발생하는 등 러시아 본토 곳곳을 향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밤부터 28일까지 모스크바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콜롬나 등에 드론이 출현하면서 일부 기반시설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연방보안국(FSB)과의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사보타주를 막기 위한 방첩 활동을 강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같이 보기: 푸틴, 러시아 본토 드론 피격 직후 '파괴공작 대응 강화' 보안국에 지시...핵군축 협정 중단 확정다음날인 이달 1일에는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 요충지가 피격됐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1일) 성명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우크라이나가 지역(크름반도) 목표물에 대규모 드론 공격을 가했으나 모두 물리쳤다"고 밝혔습니다.
■ 바흐무트에 우크라이나 증원군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 증원 병력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2일 현지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이번에 파견된 증원 병력의 임무에 관해, 철수하는 본진을 엄호하는 것인지, 바흐무트 지역 방어를 이어나가는 것인지는 분명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 차관은 바흐무트에 증원 병력을 배치했다고 지난달 28일 현지 TV에 밝힌 바 있으나, 병력 규모와 파견 목적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며칠 새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크에서 퇴각할 수 있다는 당국자 발언이 잇따르는 중입니다.
■ 바흐무트 퇴각론 확대
알렉산드르 로드냔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경제 고문은 지난달 28일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 민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이 바흐무트를 포위하려 하고 있다"면서 "우리 군은 모든 선택지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선택지'에 무엇이 들어가는지에 관해 "필요하다면 전략적으로 철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철수가 필요한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 군에게 달려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같은 맥락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의회 세르히 라흐마니 의원은 "우리가 조만간 바흐무트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1일 현지 라디오 방송에 밝히고 "그 모든 비용을 치르고 그 곳을 사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에서 몇달 째 고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정규군과 용병 업체 바그너 그룹은 최근 이곳 3면을 포위한 상태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영상 연설에서 바흐무트 상황이 극도로 어렵다면서, "여전히 바흐무트 전투가 가장 중요한 전투"라고 말했습니다.
■ 바그너 그룹 "우크라이나군 철수 징후 없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용병 업체 바그너 그룹 실소유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창업자는 1일,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고 있다는 징후가 없다고 소셜미디어 음성 메시지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하면, 우크라이나 측이 실제로 바흐무트에서 전략적인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러시아 측에 역정보를 흘려 틈을 노리는 것일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현재 러시아군과 바그너 그룹이 대규모 병력을 바흐무트에 집중한 상황은 우크라이나군이 자체 병력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러시아군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미군 고위 정보 관계자가 2일 VOA와의 통화에서 설명했습니다.
■ 진흙탕 된 땅이 변수
이런 가운데, 양측이 대치 상태를 장기화하면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할 가능성도 전망됩니다.
3월에 접어들면서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바흐무트 일대를 비롯한 곳곳의 지면이 진창으로 바뀌어 궤도차량은 물론, 야포 등 장비와 병력의 이동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로가 강으로 변하고, 들판이 습지로 바뀌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베즈도리자(러시아어: 라스푸티차)'로 부르는 이같은 현상은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과 1941년 아돌프 히틀러의 소련 침공을 좌절시킨 요인이 됐습니다.
현재 이같은 상황은 러시아 측의 진군을 막고 있으나, 우크라이나군의 전술 수행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