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대통령 "우리 비행장 공격, 미국 지시로 전쟁 끌어들이려"...우크라이나 '날조' 반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자료사진)

벨라루스 당국이 지난달 수도 민스크 시내 비행장에서 러시아 군용기를 공격한 '테러리스트'와 공범 20여 명을 구금했다고 7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밝혔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이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그들은 미국의 지시에 따라 우리를 전쟁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우리를 전쟁에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비행장 공격 수행자들에 관해 "현재까지 구금된 인원은 20명이 넘는다"면서 "나머지는 (국외 등지에) 숨어있다"고 말했습니다.

■ "CIA 지휘부가 물밑에서 작전 수행"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어서, 공격의 배후에 우크라이나군과 미국 정보기관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보안국과 미국 중앙정보국(CIA) 지휘부가 물밑에서 벨라루스공화국을 상대로 작전을 수행한 것"이라면서 "범인들은 (미국의) 훈련을 받은 테러리스트"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군 통수권자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결정 없이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며 "인간 쓰레기"로 지칭했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범인들의 신상에 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여권을 가진 러시아 국적자"라며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2014년 고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베리예프 A-50 조기경보기 피격 사건

지난달 27일 벨라루스의 반체제 단체인 '비폴'은 수도 민스크의 마출리시 비행장에서 러시아제 베리예프 A-50 조기경보기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당시 A-50 조기경보기가 여러 차례 폭발하며 크게 손상됐다고 BBC가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루카셴코 대통령은 해당 공격이 '소형 드론'을 통해 감행됐으며 경미한 피해만 발생했다고 이날(7일) 밝혔습니다.

러시아군 베리예프 A-50 조기경보기 (자료사진)

■ 우크라이나 "침공 지원 정당화하려 위협 날조"

우크라이나 당국은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주장이 '날조'라며 즉각 부인했습니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7일) 성명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발표는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침공을 지원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위협을 날조하려는 또 다른 시도임이 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의 동맹인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앞서 자국 영토에 훈련 명목으로 러시아군 병력과 장비를 받아들임으로써, 북쪽 진입 경로를 제공했습니다.

러시아군은 북쪽 경로를 통해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함락을 시도했으나 항전에 부딪혀 실패하고, 병력과 장비를 돈바스 일대 동부 전선으로 재배치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주변 국가

이런 가운데, 전쟁 초기부터 벨라루스군의 참전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자국이 공격받을 경우에만 참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같은달 24일에는 침략 발생 시 정규군을 보완할 병력을 구성해 모든 지역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며 최대 15만 명의 방위군 창설 방침을 밝혔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동맹 벨라루스, 15만 명 방위군 만들기로

루카셴코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미국을 자국 비행장 공격 배후로 주장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