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의원들 “북한 핵 개발 위해 주민 착취…탈북민 증언 후속조치 취할 것” 

14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북한 인권 토론회가 열렸다. 회의를 주최한 미힐 호헤빈 의원과(왼쪽) 루카스 만들 의원(오른쪽)

탈북민들이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의원들은 북한 정권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자국민을 착취하고 있다며 탈북민들의 증언을 대북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민 출신인 정광일 ‘노체인’ 대표가 14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열린 북한인권 토론회에서 북한에서 겪은 구금 실태를 증언했습니다.

정 대표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10주년을 맞아 열린 이날 행사에서 1999년 ‘간첩’ 혐의로 회령 보위부에서 9개월간 고문당하면서 체중이 75kg에서 35kg까지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혹한 고문에 거짓으로 자백을 하고 ‘요덕 정치범 수용소’에 3년간 수감돼 겪었던 상황을 전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대표] “들어가 보니까 많은 수감자들이 있었고 정말 끔찍했습니다. 수감자들 상태가 완전히 몰골이 말 그대로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수감자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너희는 인간이 아니고 반동이다 이렇게 취급했습니다. 일을 제대로 못하면 식량공급을 안 합니다.”

신변 보호를 위해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탈북민 2명도 증언에 나서 함경북도 전거리 단련대와 교화소에서 당했던 인권 침해를 증언했습니다.

한 여성은 함경북도 무산에서 생계를 위해 탈북민과 북한에 있는 가족들 간의 전화를 연결해 주는 일을 하다 1년 노동단련형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노래를 부르며 운동장을 뛰어야 했고, 옥수수 밥을 먹은 뒤 일을 나갔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농사철에는 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산에서 나무를 했다며, 일을 쉬면 출소 날짜가 지연되기 때문에 아프고 힘들어도 일을 나갔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친구와 통화를 하다 걸린 다른 여성은 1년간 전거리 교화소에서 강제 노동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교화소에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심한 구타가 있었고 험한 말을 듣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식량이 부족해서 수감자들이 많이 죽었다며, 교화소에 처음 들어갈 때 1천100명이었던 여성 수감자들이 1년 뒤 출소 때에는 900명으로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 핵무기 개발 위해 주민 착취…북한 인권 잊어선 안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와 함께 이날 행사를 주최한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 의원들은 COI 보고서 발표 이후에도 북한의 인권 실태가 여전히 열악하다고 밝혔습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미힐 호헤빈 의원은 북한이 정권 생존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주민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북한 비핵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2천500만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호헤빈 의원] “Over the years through testimonies of North Korean refugees of NGOs such as HRNK, we have come to know that the. North Korean economy thrives largely on suppressing its own people through forced labor through slave labor, and this is something that has come out more and more.”

호헤빈 의원은 “수년 동안 북한인권위원회와 같은 NGO들과 탈북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우리는 북한이 자국민들을 강제노동으로 억압하면서 경제를 운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관련 증언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의원이 되기 전 연구자 시절 2014년부터 북한을 세 차례 방문했던 호헤빈 의원은 북한 사람들에게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상대방이 대화를 중단했던 경험도 전했습니다.

[녹취: 호헤빈 의원] “Now I remember when I was in North Korea and if I wend I would address human rights, labor camps, they would immediately shut down. They were not willing to talk to me anymore. And it would take a long time to restore some of the relationships that we had built up.”

호헤빈 의원은 “북한에서 인권과 수용소 등을 거론하면 북한인들은 즉각 대화를 중단했다”며 “나와 더 이상 대화 하길 원치 않았고, 그때까지 만들었던 관계를 다시 복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호헤빈 의원은 북한이라는 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고려하지 않으며, 전체 국민들은 하나의 ‘몸’, 김씨 일가는 ‘머리’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루카스 만들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장은 탈북민들의 증언은 일상적인 외교적, 정치적 토론을 훨씬 뛰어넘는 북한의 실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만들 의원] “It’s the very thing we are meant to defend this European Union as the free world. It’s human dignity, it’s individual freedom and this is what is tortured there physically.”

만들 의원은 “자유로운 세계인 유럽연합이 마땅히 지켜야 하는 것은 인간 존엄, 개인의 자유”라며 “북한에서는 육체적인 고문이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탈북민들의 증언은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 실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정치적 논의로 이어진다면서, 유럽의회 차원에서도 이날 증언들에 대한 후속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세계 각국이 북한 인권을 대북 전략의 중심에 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이후 북한이 외무상을 유엔에 파견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북한 정권이 인권 문제 제기에 반응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라면서 유럽의회의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