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 “한국 미사일 방어체계 지원 희망…향후 안전 보장 원해”

지난해 2월 서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드미트리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는 한국이 미사일 방어체계를 지원해주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16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무기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한 포노마렌코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1994년 핵을 포기하면서 국방력이 약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향후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로부터 안전 담보가 아닌 안전 보장을 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종전설과 관련해선 러시아 군이 모두 물러나기 전까지 평화협정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포노마렌코 대사를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먼저 이번 전쟁으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전쟁 발발 2년째를 맞는 우크라이나의 구체적인 피해 규모가 궁금합니다.

포노마렌코 대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한 건 9년째고 전방위적 침략을 시작한 건 1년이 넘었습니다. 이후 우리는 러시아가 점령했던 우리 영토 약 5천 평방킬로미터를 탈환했습니다. 처음에 러시아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점령했던 헤르손주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패배했지만 여전히 전술적 공격을 수행할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고 대규모 공격을 감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계획은 실패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 같은 러시아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전선 상황은 변화가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영토를 잘 방어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손실을 수치화하자면 러시아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7만건 넘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이는 지난해 2월 24일 이후 매일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프라 피해는 1천 500 억 달러로 예상되는데, 파손된 주거용 건물15만 채와 학교 3천 개, 병원 1천여 곳 등이 포함됩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곡물 수출의 4분의 1일 차지하는데 이런 풍부한 곡창 지대 수백만 헥타르가 전쟁의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은 우리 영토를 되찾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입니다.

드미트리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를 VOA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다.

기자) 대사님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기 바로 직전 한국에 부임하셨습니다. 고국의 전쟁 상황을 지켜보시는 심정이 어떠신지요?

포노마렌코 대사) 저는 잔인하게 침략당한 우리의 자유와 문화, 수백만 국민의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대사로서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대사로서 제 주요 임무 중 하나는 높은 수준의 연대를 유지하고 독려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승리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그런 지원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한국 정부와 함께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과 한국 국민들의 연대 표명에 우크라이나를 대표해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기자) 국제사회, 특히 민주주의 국가들이 무기를 포함해 난민 수용, 외교적 소통 등 여러 형태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가 급증하고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더 많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필요한데, 지금 우크라이나에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입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가장 시급한 것은 분명 무기입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무기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를 해방시키고 전쟁을 신속하게 끝내기 위해 주요 무기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한국이 많은 일을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빨리 종전을 맞이할수록 포괄적이고 영구적인 평화를 얻는 만큼 그 누구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길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하지만 한국이 무기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쟁 중인 국가에 살상무기를 전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변경해야 합니다. 한국과 러시아 간 외교 관계가 악화하고 긴장이 고조될 것도 분명하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십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우리는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이며 한국은 진보적인 민주 세계의 주요 국가입니다.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GPS)로서 기후변화, 공급망, 재생 에너지 문제 이상의 것들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안보 측면에서 점점 더 격동의 시기를 겪으며 이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러시아 관계가 단순히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만 달려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은 공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공격에 대한 방어 목적입니다. 무기 지원은 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 정부가 한국 부품이 들어간 자주곡사포를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수출하는 것을 승인했습니다. 한국이 무기 부품을 간접적으로나마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첫 사례인데, 이런 조치가 우크라이나 군사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한국이 공식적으로 한국 부품이 들어간 폴란드 산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수출해도 된다는 것을 승인했다는 것으로 새로운 내용은 아닙니다만 확실히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방어 역량에 대한 주요 지원국이자 제공국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한국 정부의 결정에 감사합니다.

기자) 한국의 지원을 바라는 구체적인 무기 체계는 무엇입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우리를 방어하고 영토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무기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현대적인 정교한 장비가 필요합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전쟁 중인 국가에 살상 장비 제공을 금지한다는 원칙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전제로 군사 지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공격이 아니라 방어를 목적으로 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아시다시피 일주일 전에도 러시아가 쏜 미사일 100여 발로 지상의 주요 기반 시설과 민간인의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우리에게 방어용 군사 장비가 제공된다면 좋은 출발이 될 겁니다.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은 핵 위협을 증대하는 북한과 맞대고 있는 한국에도 큰 시사점을 줍니다. 이 때문에 한국 내 자체 핵무기 보유에 대한 찬성 여론은 높아지고 있고 미국은 동맹에 대한 확장 억제에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가장 좋은 전략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복잡한 문제입니다. 자체 핵을 개발할 지 아니면 적어도 그것을 요청할 지 여부나 어떤 전략을 실행하지는 전적으로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입니다. 하지만 또 분명한 것은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은 한국을 위한 것이고 북한과의 긴장 상황에 있어 미국의 강력한 지원 조치가 될 수 있는 만큼 한국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우크라이나는 한때 전 세계 3위의 핵 보유국이었습니다. 1994년 부다페스트 협약 체결 당시 안전을 담보로 핵을 포기했는데, 그 때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러시아의 침략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포노마렌코 대사) 우크라이나는 세계 평화를 위해 안전을 담보 받고 세계에서 3번 째로 많은 핵무기를 포기했습니다. 협약 본문에는 안전 보장(security guarantee)이 아닌 담보(assurance)로 명시돼 있습니다. 당시 핵무기를 포기하면서 우리의 국방력이 약화한 것은 사실입니다. 러시아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도 자명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이킬 수 없는 과거 결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끝난 일이니까요. 다만 저는 우크라이나가 핵군축과 비확산 체제의 초석을 놓았고 핵 에너지의 평화적 사용 추구를 위해 필수적인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서 핵심 원칙을 고수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는 국제 파트너들에게 러시아의 군사적 공격으로부터 우리를 방어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우리를 지원해줄 것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기자) 말씀하신대로 사실 부다페스트 협약 체결 당시 이런 전쟁을 우려하면서 반대하던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 국민의 시각은 어떻습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우리는 1994년 (부다페스트) 협약에 서명했고 그것이 우크라이나 독립의 시초였습니다. 실제로 순진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더 강해질수록 우리나라를 더 잘 방어할 수 있고 침략자들이 우리를 공격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국제사회, 우리의 파트너들과 더 협력하고 있습니다.

기자)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 지원 수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구체적으로 원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우리는 지금까지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모든 포괄적인 지원에 감사합니다. 전장에서의 미국과 모든 나토 회원국의 도움에도 고마움을 표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크라이나는 더욱 적절한 것을 원합니다. 향후에는 안전 담보가 아닌 안전 보장을 원합니다. 심지어 우리는 전쟁 중에도 나토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파트너들이 우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합니다.

기자)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 국민과 인프라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만 갑니다. 전쟁을 빠르게 종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포노마렌코 대사) 국제법 질서와 유엔 헌장을 심각하게 위반하며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볼 수 없었던 전면적인 군사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인적, 경제적 손실이 모두 매우 큽니다. 우크라이나는 외교적 수단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영토를 보존하고 탈환할 당연한 권리가 있습니다. 이 전쟁은 확실히 국제법과 유엔헌장 원칙, 정의에 따른 진정한 승리로 끝나야 합니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 전 세계에서 국제 질서가 복원돼야 합니다. 이 전쟁을 돕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국제사회가 광범위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입니다. 러시아가 육지에서 해상에서 그리고 공중에서 모두 패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내외 악영향이 크다 보니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한 합병으로 종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포노마렌코 대사) 그러한 견해는 위험하고 근시안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전 세계 권위주의 정권들에게 무력으로 합병이 가능하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주는 것입니다. 서방 세계가 약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평화를 살 용의가 있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전쟁이 또 발발할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가 새로운 공격을 위해 재무장하고 재편성하는 휴식기만 줄 뿐입니다. 이번 전쟁을 통해 러시아는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우리는 마지막 러시아 군대가 우리의 영토를 떠날 때까지 적을 파괴할 겁니다. 실제로 이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반복된 입장이기도 합니다. 전쟁은 보통 평화협정으로 종결되며 이 협정은 우리가 작성할 것입니다. 러시아는 우리 영토에서 자행한 수많은 범죄를 인정해야 하며 전쟁에 따른 모든 손해를 배상해야 하고 전쟁 범죄를 지시한 사람과 이를 따른 범죄자들을 처벌해야 합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향후 침략을 막을 철통같은 안전 보장을 약속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드미트리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대사로부터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이모저모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