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한일 정상, 미한일 협력 심화 계기 마련...지소미아 정상화로 대북 공조 가속화"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도쿄 총리관저에 도착한 윤석을 한국 대통령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맞이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정상이 양국 관계 정상화 의지를 밝히면서 미한일 3각 공조의 걸림돌이 제거됐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선언은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을 억지하고 미한일 세 나라의 안보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조치라고 환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16일 정상회담이 본격적인 미한일 삼각 공조의 기회를 열었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16일 VOA에 두 정상이 양국 관계의 안정적 토대 마련 의지를 밝힌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ensions in the bilateral relationship impose an artificial ceiling on the ability of the US Japan and South Korea to work trilaterally with each other, and so the normalization of the relationship raises that ceiling and enhances the potential for the three countries to do more together.”

스나이더 국장은 “양국 관계의 긴장은 미국, 일본, 한국의 삼각 협력에 인위적인 한계를 만든다”며 “한일 관계 정상화는 세 나라가 함께 더 협력을 심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지소미아 정상화, 대북 억지력∙미한일 안보 강화”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과거사 문제로 얽힌 한일 관계가 미한일 공조의 ‘약한 고리’ 였지만 이제 관계 개선의 초기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지소미아)의 완전 정상화를 선언한 것은 세 나라 안보를 실질적으로 강화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Now that Tokyo and Seoul are going to do more to exchange information or coordinate on security issues than it benefits the US objective of having the three nations working together against the common North Korean threat as well as the broader Chinese threat to the Indo-Pacific region.”

클링너 연구원은 “이제 일본과 한국이 정보를 더 많이 공유하고 안보 문제에 더 협력할 것”이라며 “이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세 나라가 공통으로 직면한 북한의 위협과 더 넓게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 함께 협력하겠다는 미국의 목표에 부합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일 지소미아는 양국이 북한 군과 북한사회 동향, 핵과 미사일 정보 등을 공유하기 위해 지난 2016년 11월 체결한 군사협정으로, 양국이 수집하고 보유한 관련 정보를 서로 보완하는 게 주된 목표입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이후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의 여파로 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로 남아있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클링너 연구원은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할 때 더욱 강력한 미사일 방어가 가능하다며, 특히 일본의 탐지 레이더 등은 한국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도 한일 두 나라가 지소미아를 통한 정보 교환으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더 잘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Korea and Japan have a different geographical perspective on North Korea. And so their intelligence systems have different views. And so by combining their information also with the US, they overcome the gaps and seams in information they both have. So it really enhances early warning, missile tracking and tracking of North Korean activities for both countries.”

맥스웰 부대표는 “한국과 일본은 북한에 대한 지리적 관점이 달라서 각 정보기관이 다른 시야를 가지고 있다”며 “미국의 정보와도 결합함으로써 두 나라는 각자 가지고 있는 정보의 격차와 틈을 메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는 미사일 조기 경보와 추적, 북한 활동 추적 능력을 강화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이같이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극복하고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북한의 도발 심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So I think what we have here is a very timely reminder of North Korea, of the reason why it's important for Seoul in Tokyo to accelerate their renormalization process and the reason why they should continue to intensify efforts to increase cooperation and coordination including in the military and intelligence spheres.”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특히 북한의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위협을 아주 시의적절하게 상기시켰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이 왜 관계 정상화를 가속화해야 하는지, 양국이 왜 군사와 정보 협력과 조율 노력을 강화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또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실현 의지를 나타낸 것도 미국과의 강력한 연대로 이어진다고 평가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의 역내 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 중요한 새로운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South Korea has made it increasingly clear under President Yoon that it is of the same mind as other countries in promoting that concept. And so now you have an important new link in terms of the relationships between and among the countries in the region. Two very important countries in the region both of whom were American allies, signing on to this concept and making clear their respective commitments to it. And I think that's that's an important step forward.”

지금까지는 미국과 일본, 호주 등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도 연대 의지를 밝힌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역내 국가들 사이에 중요한 새로운 고리가 만들어졌다”며 “미국의 동맹이자 역내에서 매우 중요한 두 국가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에서 회담에 이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수출 규체 해제… 미한일 반도체 공급망 강화”

한편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한 것은 미한일 세 나라의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일본은 16일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해 취한 수출규제를 해제하기로 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은 이에 대해 “공급망 차원에서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거론 선임국장] “I think this is important from a US perspective because if we look at the semiconductor industry, Japan South Korea Taiwan and the European Union of course they're all key players in this And because of the trade frictions between South Korea and Japan, this was always a potentially a weak link. So from the US perspective this strengthens the supply chains for semiconductors.”

스탠거론 국장은 “이번 조치는 미국에게도 중요하다”며 “일본, 한국, 타이완, 유럽연합은 반도체 산업의 핵심 국가들인데, 무역 마찰을 빚은 한국과 일본이 잠재적으로 항상 약한 고리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수출 규제 해제가 미국 입장에서도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조치라는 것입니다.

스탠거론 국장은 한일 정부가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화이트 리스트’에 서로를 즉각 올리지 않는 것은 “시간을 두고 양국에서 일련의 조치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고 점진적으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아직 일본이 한국의 강제징용 해법에 적극 화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랩슨 대사대리] “The first day of President Yoon’s bilateral visit to Japan and his initial meetings with PM Kishida yielded several positive announcements of steps both governments will take to impart momentum towards re-normalizing long-strained relations between the two neighbors and strong US allies. However, no indication so far from the Japanese side that it will take any meaningful “reciprocal” measures on the highly sensitive conscripted labor issue which is driving significant public opposition in Korea to Yoon’s overall initiative with Tokyo.”

랩슨 전 대사대리는 “윤 대통령의 양자 방문 첫날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두 미국 동맹간 오랫동안 경색된 관계 정상화를 가속화하는데 도움이 될 여러 긍정적인 조치들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한국에서 윤 대통령의 전반적인 대일 구상에 대해 상당한 (국내적) 반대 여론이 일고 있는 매우 민감한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일본의 의미있는 ‘호혜적’ 조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스나이더 연구원은 예전 문재인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과거사 해법에 대해 한국 국내에서 논쟁이 일면 차기 한국 정부가 조치를 번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