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 노동자, 중국과 동남아서 여전히 외화벌이… 사치품 유입 가능성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5일 공개한 연례 보고서

북한 정보기술 노동자와 화가 등이 대북제재 속에서도 여전히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고 유엔이 지적했습니다. 북한 국경의 일부 개방으로 사치품이 유입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중국과 캄보디아, 라오스에서 북한 해외 노동자의 외화벌이 활동을 포착했습니다.

5일 공개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패널은 한 연구소의 보고를 토대로 중국 기업 두 곳이 온라인에서 만수대창작사 등 북한 그림을 판매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특히 북경차오위온라인문화교류유한공사는 북한 그림을 판매할 뿐 아니라 북한 화가들이 중국 현지에서 초상화를 그리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웹사이트에 기재된 ‘초상화 주문 제작’ 방법에 따르면 고객이 회사에 연락을 취하면 최대한 빨리 ‘작업실(creative base)’로 초대해 북한 화가가 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제작에 관해 상의합니다.

화가의 인기와 실력에 따라 초상화 제작비는 1만 위안에서 3만 위안, 미화 1천470달러에서 4천420 달러며, 기간은 약 한 달 소요됩니다.

이 회사는 작업실이 베이징에 두 곳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패널은 “그림이 판매되거나 화가에게 수수료를 제공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해당 회사들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를 통해 모든 유엔 회원국이 북한 노동자를 2019년 12월까지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노동자가 아직도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면 이는 대북제재 위반입니다.

“북한 정보기술 인력 라오스에서 활동”

전문가패널은 두바이에서 활동하던 북한 정보기술(IT) 인력 오충성이 다른 IT요원들과 함께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으로 달아났다고 밝혔습니다.

라오스 정부가 전문가패널에 오충성이 2021년 12월 14일 비엔티안에 도착했으며 이 외에 8명의 개인이 함께 입국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확인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패널은 이 밖에도 라오스에서 오충성의 활동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 라오스 정부에 추가 문의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인물은 지난 2월 한국 정부가 사이버 분야 첫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올린 오충성과 동일인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오충성이 국방성 소속 IT 인력으로 두바이 등지에서 구인플랫폼을 통해 다수 회사에 IT 프로그램을 개발, 제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라오스에서는 이 밖에 북한 근로자들이 식당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다고 한 유엔 회원국이 전문가패널에 보고했습니다.

“리철남, 동남아에서 무기 거래 등 다양한 사업 벌여”

전문가패널은 동남아 여러 국가를 계속 이동하고 있는 북한인 리철남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리철남은 2005년부터 캄보디아를 근거지로 식당, 도매 무역, 환전 등 다양한 외화벌이 사업을 벌였고 2019년 12월 체류 비자가 만료됐습니다.

캄보디아 정부는 2022년 1월 전문가패널에 리철남을 체포해 추방하려 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리철남이 캄보디아를 떠난 뒤 베트남, 라오스, 중국 등지를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 유엔 회원국은 리철남이 무기, 군사 장비, 다이아몬드와 금 거래, 불법 금융 활동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문가패널에 보고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정찰총국 소속 요원들 활동”

캄보디아에서는 또 정찰총국 소속 속카 (Sok Kha)라는 인물이 호텔과 카지노, 식당, 주점 등을 운영해 왔다고 전문가패널이 밝혔습니다.

캄보디아 당국자들이 속카의 사업장을 폐쇄하고 은행을 동결하며 소송을 제기하려 했지만 그는 2020년 11월 캄보디아를 떠났다고 전문가패널은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 유엔 회원국은 속카와 함께 일하는 북한 여권을 가진 5명이 여전히 캄보디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제보했습니다. 이들은 정찰총국 소속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5일 공개한 연례 보고서 중 일부. 평양의 림미영애국선내관에 2022년 독일산 스카치위스키와 보드카가 전달됐다.

“국경 일부 개방, 사치품 유입 정황”

한편 전문가패널은 북한 국경이 일부 개방돼 사치품 유입을 가능케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외화상점과 시장에 (외국산) 소비재가 다시 등장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평양의 림미영애국선내관에 2022년 독일산 스카치위스키와 보드카가 전달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류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일부는 사치품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패널은 2022년 6월과 10월 사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미화 320만 달러 상당의 주류가 수출됐다는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인용했습니다.

전문가패널의 질의에 대해 중국 정부는 “주류는 대북 수출 금지 대상이 아니며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는 전문가패널에 대해 사치품의 범위를 규정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지난해 7월 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유엔 회원국들의 대북 제재 이행 현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은 지난 2009년 미국과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 싱가포르 등 8개국에서 파견된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을 비롯한 관련국들의 대북 제재 불이행 사례 조사, 제재 이행과 관련한 정보 수집과 분석이 주요 임무로 매년 두 차례 북한의 제재 위반 활동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위원회에 제출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