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무기금지협약 평가회의 개막 “화학무기 사용 계속돼…책임 물어야” 

1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화학무기금지협약(Chemical Weapons Convention)' 5차 평가회의가 개막했다. 사진 = CWC.

전 세계 190여 개국의 화학무기금지협약(CWC)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평가회의가 시작됐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은 화학무기 사용이 계속되고 있다며 책임 추궁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5일 '화학무기금지협약'과 관련해 "우리 모두를 위해 더욱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그러나 화학무기 사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이날 개막한 '화학무기금지협약(Chemical Weapons Convention)' 5차 평가회의에서 발표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구테흐스 사무총장] "Since then, the Convention has helped create a safer world for all of us. But the use of chemical weapons has persisted...We must make every effort to eliminate these senseless weapons of terror."

이어 "우리는 이런 무분별한 테러 무기를 제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대한 약속을 새롭게 하고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이들을 식별하고 그들의 범죄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강조했습니다.

1997년 발효된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은 지구상에서 화학무기의 개발·획득·생산·보유·이전·사용 등을 전면 금지하는 국제협약으로 미국 등 193개국이 당사국으로 가입해 있습니다.

북한과 남수단, 이집트, 이스라엘 등 4개국은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평가회의는 당사국들의 협약 이행 사항 등을 평가하기 위해 5년마다 열리며, 이번 5차 회의는 네덜란드 헤이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본부에서 15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평가회의를 앞두고 지난 12일 발표한 성명에서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대해 "우리 세상이 화학무기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까지 날마다 새롭게 해야 할 약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It's a commitment we must renew every day until our world is free from the threat of chemical weapons. We are on track to complete the destruction of our chemical weapons stockpile by this fall—a disarmament milestone that upholds the highest standards of transparency and public safety."

그러면서 "우리는 이번 가을까지 비축 화학무기에 대한 폐기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확인하고 "이는 가장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공공 안전을 유지하는 군축 이정표"라고 바이든 대통령은 평가했습니다.

이번 평가회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열리는 가운데 미국 등 주요 가입국들은 각국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화학무기 위협을 지적했습니다.

미 국무부의 보니 젠킨스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성명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끝내고, 협약에서 금지한 물질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하는 러시아의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신고하고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젠킨스 차관] "we call on the Russian Federation to end its war of aggression in Ukraine and to fully declare and dismantle its chemical weapons program, which allows for Russia’s continued use of substances banned by the CWC."

한국 정부는 "화학무기 사용은 언제 어디서든, 그 누구도, 어떤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으며, 화학무기 사용에 책임 있는 자들에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강조한다"고 밝혔습니다.

각국이 발표한 성명은 2018년부터 현재까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북한 관련 언급은 없었지만, 북한은 러시아, 시리아 등과 함께 화학무기 사용국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해 4월 '화학무기금지조약 발효 25주년' 성명에서 북한과 관련해 "북한은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를 사용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암살했습니다.

미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201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습니다.

북한은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학무기 프로그램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2021 북한 군사력’(North Korea Military Power) 보고서에서 “북한은 화학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수천t의 작용제들로 구성된 화학전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육군부는 2020년 발표한 ‘북한 전술보고서’에서 북한은 사린가스 등 20여 종의 치명적 화학무기 2천 500~5천t을 보유해 세계 3위의 화학무기 보유국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