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 선제 타격 가능" 선언..."우크라이나 정부, 한반도식 38선 분단 추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왼쪽 두번째)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이 러시아군 야전 부대를 시찰하고 있다. (자료사진)

러시아 최고위 당국자가 26일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러시아는 이에 대해 선제 핵 타격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을 실무 방문 중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이날 취재진 환담에서 러시아의 전술핵 이동 배치에 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유럽은 이성을 잃었고, 미국은 실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면서 서방 측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지속적으로 상황을 가열시키고 있다"면서, 지금 추세로 가면 "아마도 핵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겨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그렇게 되면 선제 핵 타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선제 핵 타격' 발언은 처음

메드베데프 부의장을 비롯한 러시아 주요 당국자들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핵보유국의 권리'를 주장하며 유사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꾸준히 거론해왔습니다.

하지만 '선제 핵 타격(pre-emptive nuclear strike)'을 공개 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처음입니다.

'선제 타격'은 상대의 공격이 없다라도, 그 징후가 보인다고 판단될 때 예방 전술로 진행하는 공격을 가리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선제 핵 타격의 당위성에 관해 "전쟁에는 돌이킬 수 없는 법칙이 있다"면서, 러시아의 마땅한 권리라고 이날(26일) 강조했습니다.

■ 나토 가까이 이동 배치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 영토에 옮겨 놓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전날(25일)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민스크에서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전술핵 이동 배치 합의문에 서명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핵무기 이동' 합의문 서명, 나토 경계 코앞 전진 배치...벨라루스 "우리도 이제 핵강대국"

이에 따라 러시아의 핵무기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경계 가까이로 이동하게 됩니다.

러시아의 이웃나라인 벨라루스는 나토 동부 최전방 국가들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미 러시아의 핵무기들이 벨라루스 영토로 이동 배치되기 시작했다고 이날(25일) 말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핵무기 나토 경계 가까이 이동 시작...벨라루스 대통령 "보여줄 수 있다"

■ "광대와는 협상 불가"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또한 26일 취재진 환담에서, 우크라이나 현 정부와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 방식에 관한 질문에 "모든 것이 항상 협상으로 끝나야 하는 것은 불가피 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이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권)이 권력을 잡고 있는 한 협상의 관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관점의 차이 때문에 협상이 이뤄지지 못한다고 못박았습니다.

이어서 "광대 젤렌스키가 있는 한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직설적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난했습니다.

■ '한반도식 분단' 언급

'어떤 관점의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한반도 분단과 유사한 방식으로 전쟁을 마무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그들(우크라이나 정부)이 분단에 대해 사회 여론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면서 "(한반도의) 38선(휴전선)도 그렇게 생겨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현행 점령지를 인정하고 전쟁을 끝내기를 바라지만 러시아는 그 이상을 목표로 두고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입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런 상황이 "이 나라의 현 (젤렌스키) 정권 하에서 오랫동안, 아마도 수십 년 동안 계속될 수 있다"며 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처럼 강성 발언을 한꺼번에 쏟아낸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사실상 러시아의 '2인자'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푸틴 대통령이 헌법상 연임 제한 규정 때문에 총리로 물러나 있던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대통령을 지냈습니다.

■ 미국 "핵 사용 심각한 결과 초래" 후과 경고

미국 정부는 러시아 전술핵 이동 배치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이 워싱턴 D.C. 시내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자료사진)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전술 핵무기의 벨라루스 영토 배치 작업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1년 넘게 러시아의 무책임한 행동을 봐왔다"면서 "이번 행동은 이에 해당하는 최신 사례"라고 규탄했습니다.

이어서 "생화학·핵무기 사용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후과를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관해 미국의 핵 정책을 조정할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다면서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날(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시 무책임하고 도발적인 선택을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은 나토 동맹을 보호하기 위한 집단방위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핵 위협 대응 태세가 단단하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