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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핵무기 나토 경계 가까이 이동 시작...벨라루스 대통령 "보여줄 수 있다"


러시아군이 지난 3월 핵역량 강화 훈련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야르스'를 동원하고 있다. (영상 캡쳐=러시아 국방부 자료)
러시아군이 지난 3월 핵역량 강화 훈련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야르스'를 동원하고 있다. (영상 캡쳐=러시아 국방부 자료)

러시아의 핵무기들이 벨라루스 영토로 이동 배치되기 시작했다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5일 밝혔습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관영 매체와 수행기자단 문답에서, 양국 합의에 따라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 영토에 두는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저장하기 위한 우리의 행동에 관한 법령에 서명했다고 그(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 오늘 나에게 알렸다"면서 "핵무기 이전은 시작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벨라루스에 이미 핵무기가 들어가 있다는 말이냐'고 확인을 요청하는 기자 질문에는 "가능하다(보여줄 수 있다)"면서 "우선 내가 직접 가 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경제 포럼 참석을 위해 모스크바에 머물고 있습니다.

■ 민스크서 국방장관 회담 후 서명

이날(25일) 앞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빅토르 흐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회담했습니다.

양측은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 영토에 배치하는 합의문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핵무기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경계 가까이로 이동하게 됩니다.

러시아의 이웃나라인 벨라루스는 나토 동부 최전방 국가들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번 합의가 "기존의 모든 국제법적 의무를 준수한다"며 핵확산을 금지한 국제적 약속에 어긋나는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주요 핵탄두와 운반 시설을 벨라루스에 두지만, 통제권은 러시아가 유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그러면서 "서방이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상대로 '선포되지 않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핵종말 시나리오 현실화 가능성" 위협

벨라루스에 두는 전술 핵무기들을 러시아는 다각적인 카드로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최근 서방의 지원으로 우크라이나군 조종사들의 F-16 전투기 조종 훈련이 시작되는데 반발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자,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핵 종말'이라고 불리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미국과 유럽연합(EU), 나토 동맹을 향해 경고했습니다.

전술핵을 실전에서 사용하지 않더라도, 배치 지점이 움직이는 것 만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에 경고 메시지로 무게가 큽니다.

■ 푸틴, 지난 3월 전술핵 이동 선언

이번 조치는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개월여 전 발표한 내용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은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오랫동안 전술 핵무기 배치를 러시아에 요청해왔다"면서 "핵비확산 약속을 어기지 않으면서 (전술핵 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국영 '로씨야 24' 방송에 말했습니다.

이후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술핵 뿐 아니라, 전략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배치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연례 국정연설에서, 서방이 벨라루스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 약 30년 만에 재배치

옛 소련 시절 벨라루스에는 핵탄두가 탑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배치돼 있었지만, 독립 이후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를 통해 주권과 영토 보전을 약속받고 핵무기를 포기했습니다.

러시아는 1996년까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 3개국에 배치됐던 핵무기를 철수한 뒤 자국 영토에만 핵무기를 뒀습니다.

따라서,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가 전술핵을 국외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침공 적극 지원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자국 영토에 훈련 명목으로 러시아군 병력과 장비를 받아들임으로써, 북쪽 진입 경로를 제공했습니다.

이후 벨라루스군의 참전설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벨라루스 등 주변 국가들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벨라루스 등 주변 국가들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1990년대 말부터 연합국가(Union State) 개념을 추구하며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정기적으로 연합국가 국무회의 등을 개최하면서 주요 현안 대처와 정책 사항에 공조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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