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대선주자·전직관리들, 트럼프 ‘김정은 축하’ 비판…독재자 찬양”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일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지지 집회에 참석했다.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들과 미 전직 관리들이 세계보건기구 집행이사국 진출과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했습니다. 평화와 자유를 위협하는 독재자를 찬양하는 것과 같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자신의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북한의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국 진출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김정은에게 축하를”(Congratulations to Kim Jung Un!)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영어 이름 철자까지 잘못 썼지만 미 언론들은 그가 대통령 시절 세 번이나 만났던 북한 지도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했습니다.

앞서 지난달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 제76차 회의에서 북한 등 10개국이 표결을 통해 새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을 펼치는 유력 후보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였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비난 대열에 가세했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은 ‘폭스뉴스’에 “나의 전 러닝메이트든 누구든 북한의 독재자를 찬양하거나 우크라이나에서 이유 없는 침략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지도자를 찬양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4일 ‘CNN’ 방송에 “김정은은 깡패”라며 독재자를 축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헤일리 전 대사는 앞서 2일 ‘트위터’에는 “김정은은 자국민을 굶기고 있다”며 “북한이 세계보건기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완전히 희극”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화당 전·현직 주지사들도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3일 ‘폭스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의 축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살인적인 독재자”라고 비판했습니다.

[디샌티스 주지사] “I was surprised to see that. I mean, one, Kim Jong-un is a murderous dictator.”

브라이언 캠프 조지아 주지사도 2일 ‘트위터’를 통해 “조 바이든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되찾는 것은 북한의 살인적인 독재자를 축하하는 것으로 시작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기사를 링크하며 “김정은은 평화와 자유를 위협하는 미국의 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망상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믿는다는 사실은 그를 중국에 유용한 바보로 만든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도 3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폭군 독재자 김정은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된 것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가 칭찬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펜스 전 부통령, 헤일리 전 대사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했던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4일 자신의 ‘트위터’에 “과거, 현재, 혹은 미래의 어떤 미국 대통령도 "김정은에게 축하를!"이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을 부끄럽게 하는 일이며 트럼프가 지도자로서 부적합하다는 것을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VOA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주요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한 반응을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해리 해리스 전 대사는 그러나 5일 VOA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WHO 집행이사국 진출에 관해선 부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While I am sympathetic to the notion that "...the inclusion of all actors in multilateral work fosters dialogue and enables advancements, " I find the concept whereby North Korea, with its atrocious human rights record is admitted to the WHO, and Taiwan with its significant advancements in public health are excluded, farcical.”

해리스 전 대사는 “모든 행위자를 다자 업무에 포함시키는 것이 대화를 촉진하고 진전을 가능하게 한다는 (WHO)의 개념에는 공감하지만, 끔찍한 인권 기록을 가진 북한은 WHO의 인정을 받고 공중 보건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타이완은 배제하는 것은 희극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이날 VOA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축하 발언은 그가 과거 김 위원장에게 기괴할 정도로 공손하고 심지어 존중하기까지 했던 자세와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공화당 대선 후보와 당 관계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비난하는 것은 반갑다면서도 이들이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 실책에 침묵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While it is good to hear Trump's remarks criticized today by a number of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s and party officials, the fact is that many of them opted to look the other way and remain silent as Trump undermined the U.S.,-South Korea alliance, praised the North Korean leader, and undermined the ability of the U.S.-ROK alliance to deal with the North Korean threat during his term as president.”

“그들 중 다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동안 미한 동맹을 훼손하고 북한 지도자를 찬양하며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미한 동맹의 능력을 약화시키는 데 대해 외면하고 침묵했다”는 것입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김정은은 존경할 만한 지도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이런 비판을 차별화 전략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can understand why they criticize President Trump because, you know, Kim Jong Un is not an admirable leader. So I can understand why they are criticizing Trump in an effort to try to differentiate themselves from Trump. But I don't think it'll matter very much in terms of the primaries.”

공화당 대선 주자들이 트럼프와 차별화하기 위해 트럼프를 비판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지만 대선 후보 예비선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세로 볼 때 크게 중요할 것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공화당 관계자들의 트럼프 비판 발언은 적절해 보인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외교정책 실패작은 유럽과 아시아 내 동맹들과의 관계를 손상시킨 것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