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특별보고관 “고문은 사악한 범죄… 근절돼야” 

엘리스 에드워즈 유엔 고문 담당 특별보고관

유엔 고문 담당 특별보고관이 고문은 사악한 범죄라며 가해자에 대한 책임 추궁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한 북한인권단체는 유엔으로부터 10년째 고문 피해자를 돕는 기금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엘리스 에드워즈 유엔 고문 담당 특별보고관(고문과 잔혹한 비인도적 또는 굴욕적인 처우 또는 처벌 담당)이 고문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추궁을 강조했습니다.

에드워즈 특별보고관은 27일 전날 세계 고문 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아 북한 내 고문 상황에 대한 평가와 대응을 묻는 VOA의 질의에 즉답하지 않은 채 “불확실성과 갈등의 시대에 너무 많은 고문범들이 대가를 치루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정부는 그 성격이나 위치에 관계없이 이 사악한 범죄가 근절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드워즈 특별보고관] “In this time of uncertainty and conflict, too many torturers are getting away with it. All governments irrespective of their character or location must ensure that this vile crime is eradicated.”

또 “고문에 대한 금지는 보편적인 것으로, 모든 정부와 개인은 고문을 행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면서 “이는 대통령과 총리에서부터 군대 및 법 집행 기관에 가장 최근에 들어온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에드워즈 특별보고관] “The prohibition on torture is universal. All governments and all individuals are forbidden from carrying it out. This applies all the way from Presidents and Prime Ministers to the newest recruits in the military and law enforcement services. My office will continue to pursue allegations of torture that we receive, wherever the crime is alleged to have taken place.”

에드워즈 특별보고관은 이어 “나의 사무실은 고문 범죄가 어디서 발생했든 우리가 접수한 고문 혐의를 계속 추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자료사진)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26일 세계 고문 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아 발표한 영상 성명을 통해 고문 범죄의 심각성과 피해자 지원을 강조했습니다.

투르크 대표는 고문은 심한 구타에서부터 성적 수치심과 강간, 특정 도구를 사용하여 고통을 가하는 행위, 모의 처형, 취약한 가족이 고문을 당하는 모습을 강제로 지켜보게 하는 행위까지 다양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고문은 심각한 범죄”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투르크 대표] “Torture is a serious crime. International law sets forth an absolute prohibition of torture. It can never be justified by any circumstances whatsoever. Under the UN Convention against Torture all States are obliged to investigate and prosecute allegations of torture, as well as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and they must prevent torture by every possible means.”

“국제법은 고문을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고문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따라 모든 국가는 고문은 물론 잔인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에 대한 혐의를 조사하고 기소할 의무가 있으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고문을 방지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투르크 대표는 특히 고문 피해자를 돕는 ‘유엔 고문 피해자를 위한 자발적 기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난 40여 년 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을 지원해 120여 개국에서 100만 명 이상의 고문 피해자에게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금의 수요는 크게 증가하는 반면 매년 기금 부족으로 수천 건의 요청을 거절해야 한다면서 회원국들의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발표한 관련 보고서를 보면 올해 이 기금을 받은 전 세계 시민사회단체는 184개, 액수는 893만 달러입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엔 고문 피해자를 위한 자발적 기금’에 가장 많은 분담금을 낸 국가는 미국으로 전체 1천만여 달러 가운데 80%인 800만 달러를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ttps://www.ohchr.org/sites/default/files/documents/issues/torture/unvfvt/Contributions-2022-UN-Torture-Fund.pdf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26일 성명에서 이런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은 “전 세계 고문 피해자들의 치유를 돕기 위한 재활 및 사법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들도 고문 피해자들을 지원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북한에서 고문받은 피해자를 돕는 단체는 한국의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한 곳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단체의 윤여상 소장은 27일 VOA에 이 기금을 통해 한국 내 탈북민 고문 피해자들의 육체적·정신적 회복을 돕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 소장은 “고문 피해는 그 상처가 전 생애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장기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여상 소장] “저희들은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만이 아니라 의료적 치료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북한 고문 피해에 특화된 전문상담사와 사회복지사가 한 팀을 이루어서 진행합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10년째 유엔에서 받는 기금으로 북한에서 고문 피해를 겪은 탈북민들에게 집단상담과 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힐링캠프’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원을 받은 탈북 고문 피해자들은 “북한에서 경험했던 아픔에 대해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 “마음의 그늘을 지우고 삶에 희망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유엔과 국제 인권단체들 사이에서 ‘고문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고문 실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고문 사용은 북한 내 심문 과정에서 고질적으로 일어나는 행태”라며 이는 반인도적 범죄 유형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었습니다.

특히 북한 수감 시설에선 “경비병 및 동료 수감자들에 의한 고문, 성폭행, 기타 여러 가지 자의적인 가혹 행위가 광범위하고 처벌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북한 정부에 모든 고문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북한 정권의 고문 실태를 규탄했습니다.

헤일리 전 대사는 26일 ‘트위터’에 북한에서 장기간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지 엿새 만에 숨진 오토 웜비어의 사진을 올리며 “세계 고문 피해자 지원을 날을 맞아 우리 모두 미국인 오토 웜비어와 그의 놀라운 가족을 기억하자”고 말했습니다.

[헤일리 전 대사] “On International Day in Support of Victims of Torture, let us all remember American Otto Warmbier and his amazing family. Otto was a beloved son and friend, tortured to death by the vicious and criminal regime of Kim Jong Un in North Korea”

그러면서 “오토는 사랑하는 아들이자 친구였으며, 북한의 악랄하고 범죄적인 김정은 정권에 의해 고문을 당해 숨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그러나 웜비어의 죽음을 비롯해 북한에서 고문이나 학대 행위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계속 부인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특히 지난 2019년 유엔 인권이사회가 실시한 북한에 대한 3주기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미국과 한국 등 20여 개 나라가 고문방지협약 비준을 권고한 데 대해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