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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권단체들 “중국, 북한 인권 침해 방관…유엔난민기구 적극 대응 필요”


중국 시에자구에서 철책 사이로 보이는 압록강과 북한 수풍 마을. (자료사진)
중국 시에자구에서 철책 사이로 보이는 압록강과 북한 수풍 마을. (자료사진)

중국 정부가 탈북민 강제북송 등 북한의 인권 침해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고 국제 유력 인권단체들이 비판했습니다. 베이징에 대사관을 둔 국가들이 중국에 정책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 150여 개 나라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국제앰네스티가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단체는 12일 VOA에 중국에서 북송된 북한 주민들은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한다는 사실을 여러 조사와 피해 사례를 통해 확인했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 최재훈 북한인권담당관은 “국제앰네스티는 중국 내 북한 주민이 본국으로 강제송환되었을 경우 인권 침해에 처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비호 신청을 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중국은 유엔난민협약의 당사국임에도 중국 내 북한 주민이 UNHCR과 접촉하는 것을 막아왔다”며 “오히려 강제북송을 통해 수많은 북한 주민을 사지로 돌려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지난 수십 년간 변함없이 계속되어 왔으며, 북한의 인권 침해를 사실상 방관하는 것을 넘어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으로도 볼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최재훈 담당관] “중국 당국은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본국으로의 강제송환을 중단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국제앰네스티는 중국 당국이 자국 내 북한 주민의 제3국행을 허용하거나 중국 또는 다른 국가에 비호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보장 또는 지원할 것을 촉구합니다.”

아울러 중국은 북한 주민이 유엔난민기구와 접촉하는 것을 전면 허용하고 그들이 공정한 비호 신청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의 이런 입장은 미국 의회가 13일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을 주제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나온 것입니다.

미국 의회 산하 초당적 협의체인 ‘의회·행정부 중국 위원회’(CECC)는 앞서 장기간 봉쇄 중인 북중 국경이 다시 열리면 중국 내 구금시설에 억류 중인 탈북민들이 대규모 강제북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진단하는 청문회를 개최한다고 예고했었습니다.

국제앰네스티의 최 담당관은 이와 관련해 유엔난민협약 조항을 설명하며 당사국인 중국의 탈북민 송환은 “명백한 국제 관습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유엔난민기구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최 담당관] “유독, 중국 내 북한 주민의 강제송환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UNHCR은 중국 내 북한 주민에 대한 처우에 대해서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두고서 상대를 가려가며 움직인다는 외부의 지적이 결코 옳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 “중국 당국의 비협조와 상관없이 UNHCR은 본래의 설립 취지를 되새겨 중국 내 북한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세계 100여 개 나라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휴먼라이츠워치도 UNHCR의 분발을 촉구했습니다.

이 단체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12일 VOA에 “탈북민들은 박해를 피해 탈출한 것이기 때문에 난민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 UNHCR의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그러나 “UNHCR은 대체로 침묵을 유지하면서 중국에 탈북민들에 대한 이러한 권리 침해 정책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The facts are on UNHCR’s side that these people should be considered refugees because they are fleeing persecution, but the agency largely remains silent and unwilling to demand China change this rights abusing policy towards fleeing North Koreans. What UNHCR should be doing is publicly calling out Beijing for failing to meet its obligations but to date, the UNHCR/China office has been unacceptably reluctant to do so.”

그러면서 “UNHCR이 해야 할 일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중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이지만, 현재까지 UNHCR 중국 사무소는 이를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꺼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정부에 대해서도 UNHCR이 북중 국경 근처로 가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는 등 제동을 걸고 있다며 유엔난민협약 비준국으로서 의무를 근본적으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을 비판했습니다.

실제로 UNHCR은 지난주 VOA에 “중국 국경 지역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탈북민과 관련해) 직접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이 단체 연구원이 탈북 전 북중 국경에서 근무했던 한 북한 보위부 고위 간부와 했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며 북한 당국의 고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 전직 보위부 고위 간부는 북한 당국이 중국에서 송환되는 모든 탈북민을 조직적으로 고문해 그들이 북한 밖에 있는 동안 무엇을 했는지 밝혀낸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He said that the North Korean state authorities systematically torture every single North Korean who is returned from China in order to uncover what they were doing while out of the country. This kind of massive abuse towards North Korean returnees should be of concern to every country with an embassy in Beijing, and the diplomats should find their voice, along with UNHCR, to demand China change this policy.”

로버트슨 부국장은 그러면서 “송환된 탈북민들에 대한 이러한 종류의 대규모 학대는 베이징에 대사관을 둔 모든 국가가 우려해야 한다”며 “외교관들은 유엔난민기구와 함께 중국의 정책 변경을 요구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13일 열릴 미 의회 청문회에 패널로 출석할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런 목소리에 동의한다면서도 “문제는 다른 많은 국가들이 탈북민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Oh, absolutely. They should be. The difficulty is a lot of other countries don't pay much attention to the human rights questions. And countries that do are limited in terms of their ability to have an impact on China.”

킹 전 특사는 또 중국 내 탈북민들의 인권에 관심을 기울이는 국가들 역시 중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돼 있다며 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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