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스웨덴 나토 가입 반대' 철회...이스라엘 '사법개혁' 반발 시위 고속도로 점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 튀르키예 대통령과 울프 크리스테르손(오른쪽) 스웨덴 총리가 10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3자회담 시작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네.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반대 입장을 전격 철회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 사법개혁 재추진에 맞서 시위대가 고속도로를 점거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란이 현재 핵무기 개발 활동에 착수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했던 입장을 철회했다고요?

기자) 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10일, 튀르키예 의회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개막 하루 전인 이날(10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3자회담을 갖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 반대 입장을 철회했습니다.

진행자)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기 바로 전날에 상당히 극적인 발표가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스웨덴은 지난해 5월, 북유럽의 또 다른 군사적 중립국이었던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는데요. 핀란드는 지난 4월 나토의 31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했지만, 스웨덴은 지금까지 튀르키예의 반대로 나토에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이미 시작 전부터 ‘역사적’이라며 기뻐했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 때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발표할 수 있길 기대해왔죠?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이날 3자 회담 직전까지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조건으로 내세워 이번에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는데요. 개막 하루 전날 극적인 발표가 나오면서 이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은 나라가 튀르키예 말고 또 있지 않습니까?

기자) 헝가리 의회도 아직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처리하지 않고 있는데요. 하지만 헝가리 정부는 튀르키예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하면 자신들도 이를 따를 것이라고 이미 공표했기 때문에,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이제 기정사실이라고 하겠습니다.

진행자) 스웨덴까지 나토에 합류하게 되면 북유럽 5개국은 이제 모두 나토 회원국이 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덴마크와 더불어 핀란드와 스웨덴까지 나토의 우산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북유럽의 안보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를 마친 후 핀란드를 방문할 예정인데요. 13일 헬싱키에서 이들 5개국 지도자들과 만날 계획입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은 튀르키예의 반대 입장 철회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10일, 즉각 환영 성명을 내고 “나는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과 유럽-대서양 지역 방어와 억지력 강화에 관해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크리스테르손 총리와 스웨덴을 32번째 나토 동맹으로 환영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회의 이틀째인 12일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입니다.

진행자) 앞서 튀르키예는 EU 가입을 원한다고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네. 스웨덴은 10일 3자회담에서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돕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와 함께 EU와 튀르키예 간 관세 동맹 개편과 비자 면제 조처 등을 돕기로 했다고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전했습니다. 미국은 EU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튀르키예의 EU 가입 문제에 직접적 연관은 없는데요.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도 VOA에, 해당 사안은 EU와 튀르키예 사이의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항상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지지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스웨덴 외에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문제도 쟁점인데요. 11일 시작한 나토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가 언급됐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정상회의 첫날 공동성명이 나왔는데요. 성명은 “우크라이나 미래는 나토 안에 있다”면서 “우리는 동맹국들이 합의하고 조건이 충족될 때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초청할 위치에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조건이 맞지 않아서 아직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들어올 때가 아니란 말이군요?

기자) 맞습니다. 성명은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을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나토 가입에 필요한 두 단계 절차를 한 단계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11일) 기자회견에서 나토 가입 신청국이 거쳐야 하는 ‘회원국 자격 행동계획(membership action plan)’을 우크라이나에는 면제해 주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나토 가입 절차가 시작되면 이를 빠르게 처리해 주겠다는 말인데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여기에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우크라이나가 언제 나토 초청을 받고 언제 회원국이 될 것인지 시간표가 없는 것이 전례가 없고 터무니없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는 “동시에 나토 초청에 대해서도 ‘조건들’이라는 모호한 단어가 붙었다”며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초청하고 회원국으로 만드는 데 준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 가입을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가 없는 것에 실망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불확실성이 약점이며, 나는 이 문제를 이번 정상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젤렌스키 대통령 문제 제기에 대해서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라면서 그렇지 못하면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논의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11일 이스라엘 시위대가 정부의 사법개혁안 입법 재추진에 항의해 텔아비브-하이파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이스라엘에서 대규모 사법개혁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주도하는 우파 연정이 이른바 ‘사법개혁’ 입법을 재추진하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를 반대하는 시위대는 11일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 주요 고속도로와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도로 등을 점거하고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사법개혁 논란이 불거진 게 꽤 오래됐죠?

기자) 네. 지난 1월, 네타냐후 총리 정부가 사법제도를 손질한 이른바 사법개혁안을 처음 발표한 이래 이스라엘에서는 거의 주말마다 크고 작은 반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법조계, 시민 사회, 야권 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네타냐후 정부는 지난 3월, 입법 절차를 잠시 연기하겠다며 일단 한 걸음 물러났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다시 입법화 작업에 들어간 건가요?

기자) 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전날(10일), 정부가 발의한 개정안에 관한 1차 독회를 열고 법안을 가결했습니다. 독회는 3차례 진행되는데요. 세 관문을 모두 통과하면 입법 절차는 마무리됩니다.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이 크네세트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확고한 의지로 밀어붙이면 법제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개정안의 골자가 뭐죠?

기자) 핵심은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사법심사를 통해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이 있는데요. 이를 폐지하겠다는 겁니다. 네타냐후 정부는 사법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하고, 선출된 권력인 행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간섭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법조계와 야권 쪽 이야기도 들어보죠.

기자) 법조계와 야권은 해당 법안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네타냐후 총리를 지키려는 속셈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 사기, 배임,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금 재판 중인데요. 법안 반대자들은 네타냐후 총리를 위해 사법개혁이라는 명목으로 부끄러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미국 정부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폭넓은 합의를 이끌어낼 것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입법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요. 이스라엘 경제계와 노조는 계속되는 시위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당장 이 같은 혼돈을 끝내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란 이스파한 우라늄 전환 시설에서 한 기술자가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이란 핵 활동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 평가가 나왔군요?

기자) 네. 미국 국가정보국장실(The 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이 10일 관련 활동을 평가한 문건을 공개했는데요. 이란이 실험할 수 있는 핵 장치 제조에 필요한 주요 핵무기 개발 활동을 시작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정보국장실은 연방 의회가 만든 ‘2023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요구에 따라 이번 문건을 만들었습니다.

진행자) 이란이 국제사회가 걱정하는 핵무기 개발을 지금은 하지 않는다고 평가한 것이로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란이 핵 장치 생산에 필요한 핵분열 물질 생산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연구개발 활동에 착수했다고 문건은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이 실제로 핵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죠?

기자) 네. 국가정보국장실은 이란이 지난 2020년 11월 자국 핵 과학자인 모센 파크리자데가 암살된 뒤 핵 프로그램 확장을 가속했고, 더 이상 이란 핵 합의(JCPOA)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이 지난 2018년부터 핵 합의 규정을 점점 무력화했는데요. 이유가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핵 합의에서 탈퇴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란에 대한 제재를 되살렸는데요. 이에 대응해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재개하고 핵 합의가 요구하는 선을 넘어 이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점점 핵 합의를 무력화했습니다.

진행자) 국가정보국장실 문건에 현재 진행 중인 이란 핵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도 나와 있습니까?

기자) 네. 먼저 지난 2021년 이란이 우라늄 금속 생산에 관해 연구했고, 20%까지 농도로 농축한 우라늄 금속을 소량 만들었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확인했습니다. 이란이 신형 원자로 원료 연구와 개발 가운데 일부로 농축 우라늄 금속을 만들었다는데요. 하지만 이는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중요한 능력으로 핵 합의가 금지한 것이라고 문건은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이 이렇게 우라늄 관련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 핵 합의 제한 수준을 넘어 우라늄 비축량과 농축 농도를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이란은 또 첨단 원심분리기 연구와 개발에 대한 제한을 어겼고, 포르도 지하 시설에서 우라늄 농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21년 4월부터는 ‘육불화 우라늄(UF6)’을 60%까지 농축해 U-235 우라늄을 만들어 비축하고, 20%까지 농축한 UF6도 계속 비축하고 있다고 문건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우라늄 농축 활동을 확대하면서 농축 농도도 올린다는 말이군요?

기자) 네. 핵탄두를 만들려면 90% 농도로 농축한 우라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란이 농축 농도를 현재 60%까지 올린 것으로 알려져서, 이란이 핵탄두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확보하는데 근접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에 나온 국가정보국장실 문건에서 또 눈길을 끄는 내용으로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이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여전히 중동 지역에 큰 위협을 준다고 문건은 지적했습니다. 문건은 또 우주발사체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같은 기술을 쓰기 때문에 이란 우주발사체 개발이 ICBM 개발 소요 시간을 줄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