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타이완 부총통이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한다고 타이완 총통부가 17일 발표했습니다.
총통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라이 부총통이 다음달 15일 열리는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한 뒤 미국을 경유해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위다레이 타이완 외교부 상무차장은 회견에서 중국의 예상되는 반응에 관한 질문에, 라이 부총통의 일정에 "소란을 일으킬 이유나 명분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17일) 정례 브리핑에서 "타이완 독립 분열주의자가 어떠한 명목과 이유로도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라이 부총통은 타이완 집권 민주진보당의 차기 총통 후보입니다.
독립론자인 차이잉원 총통의 강경 노선에 비판적이었으나, 최근 차이 총통의 행보에 맞춰 '92공식' 반대를 공식 선언하는 등 민진당 지지 세력을 끌어 모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92공식은 지난 1992년 중국과 타이완이 이룬 공통 인식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해석은 각자 편의대로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양안 간 갈등을 줄이고 화해를 이끄는 촉매제 역할을 했지만, 민진당은 "민의가 반영된 합의가 아니었다"며 합의 자체를 부정하는 기조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민진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 미국에 '레드라인' 경고
한편, 이날(17일) 브리핑에서 마오 대변인은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타이완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고, 중미 관계의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한계선)"이라며 "미국은 타이완과의 공식 왕래를 중지하고 타이완 독립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을 중지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미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 정부는 특정 사안에 외교 경로로 항의하면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표현합니다.
◼︎ 차이잉원 방미 약 5개월만
라이 부총통의 이번 미국 경유는 차이잉원 총통이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5일까지 과테말라-벨리즈 순방을 전후해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잇따라 경유한 지 약 5개월 만에 이뤄집니다.
당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차이 총통과 환담했습니다.
그동안 타이완 지도자들은 중남미나 카리브해 수교국을 방문할 때 중간급유 명목으로 미국을 찾았습니다.
미국은 타이완의 요청을 수용하되 중국의 반발을 감안해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멀리 떨어진 하와이나 캘리포니아, 알래스카 등을 급유지로 지정했습니다.
◼︎ 타이완 독립 메시지 전파
라이 부총통의 이번 방미 역시 중미 지역 방문을 위한 경유 형식이지만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둔 행보여서 다분히 정치적으로 해석된다고 타이완 현지 매체들이 해설하고 있습니다.
경유 지역에서 미국 고위급 인사 내지 유력 정치인을 만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총통선거 조사에서 1~2위를 다투는 라이 부총통은 이번 방미를 통해 타이완 유권자들에 '독립을 원한다면 미국과 한 편인 민진당을 지지하라'는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라고 중국어권 매체들이 풀이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