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을 위협하는 담화를 거듭 발표하는 가운데 ICBM 발사와 핵 실험 등 대형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고 미 전문가들이 전망했습니다.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외교, 제재, 정보전 등 가용한 모든 도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 김여정 부부장의 잇단 담화와 관련해 향후 도발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So we could expect continued missile launches of various ranges more provocative if they were to do a missile launch over Japan out to a far distance in the Pacific Ocean. If they were to clearly demonstrate that they do have re-entry vehicle capability, or multi warhead capabilities, and also the long expected seven nuclear test which both Washington and Seoul have said was imminent for over a year now.”
클링너 연구원은 17일 VOA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계속 다양한 사거리의 미사일 발사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일본 상공을 지나 태평양에 낙하하는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재진입체 능력과 다탄두 능력을 과시할 수 있고, 미국과 한국이 1년 넘게 임박했다고 말해온 7차 핵실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국이나 한국의 움직임에 대응해 북한이 도발과 엄포 수위를 높인 것이 아니라며, 북한은 이미 지난 해부터 미사일 발사로 미국과 한국의 틈을 벌리고 연합 군사훈련을 포기하게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이 확장억제와 군사동맹 체제를 강화할수록 북한을 회담에서 멀어지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연합연습 잠정중단, 전략자산 전개 중단, 제재 완화 등으로 북한의 불가역적인 무장해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망상"이라며, 최근 ICBM 발사는 북한의 군사적 공세의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도 북한이 기존의 도발 추세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ICBM이나 핵실험은 북한이 ‘너무 절박하거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할 때’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If they see that they can gain an advantage by forcing either a split in the ROK US Alliance, it could be directed to try to unhinge the nuclear Consultative Group and undermine the restored confidence in the extended deterrence that has been brought to bear or if their internal problems are so severe that they've got to do something in order to continue to generate that external threat.”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이 핵협의그룹을 해체하며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등 미한 동맹을 분열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아니면 북한 내부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외부 위협을 계속 발생시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면” ICBM 발사나 핵 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북한이 오판으로 인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모종의 무력 도발을 할 수도 있다며, 미국과 한국이 최고 수준의 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받으려 해”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7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김여정의 발언은 “북한이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북한의 입장을 가장 권위있고 확실하게 밝힌 것”이라며 미국과 군축회담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북한이 미국을 ‘군축 회담’에 참여시키는 다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North Korea's goal in such talks would be to get the United States to accept the reality of a nuclear North Korea and treat Pyongyang as a nuclear power. By engaging in such talks, Washington would do exactly that. Importantly, by stating that U.S. measures to temporarily halt joint military exercises, suspend deployment of strategic assets, or ease sanctions would not be acceptable, Kim Yo Jong has (helpfully) previewed the North Korean position at prospective future arms control talks. North Korea wants much more than this. We should be wary.”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이러한 회담에서 북한의 목표는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취급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런 회담에 참여함으로써 미국은 정확히 그렇게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김여정이 합동군사훈련 일시 중단, 전략자산 전개 중단,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힘으로써 향후 군축회담에서 북한의 입장을 미리 예고했다”며 “북한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원하기에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군축회담을 이용해 미한 동맹을 약화시켜 궁극적으로 종식시키고, 미국이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병력을 철수하거나 최소한 감축하도록 하며,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전술, 전략 무기를 제거하고 북한이 핵능력을 이용해 한반도의 전략적 지배를 달성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재∙정보전 강화 등 가용한 도구 적극 활용해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17일 VOA에 북한이 지난 2년 동안 도발을 해왔지만 유엔이나 미국이 ‘실질적인 행동’(real action)에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연합훈련과 준비태세 강화는 그에 앞선 훈련 중단을 되돌린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루지에로 연구원은 대북 군사태세를 강화하는 동시에 외교적으로는 제재 회피 적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연구원] “Certainly if there's more to be done on the military side, I would do that. On the diplomatic side. I think they've made clear that they're ready to talk whenever North Korea is and they're not ready. So instead of using diplomatic capital to call Security Council meetings that are a waste of time, I would be focused more on engaging with countries that are still harboring North Korean Representatives who are engaged in sanctions evasion and cyber activities.”
루지에로 연구원은 “미국은 북한이 준비되면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북한은 대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따라서 안보리 소집에 외교적 자본을 활용하는 대신 제재 회피와 사이버 활동에 관여하는 북한 대표들을 여전히 은닉하고 있는 국가들과 협력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제재 회피에 관여하고 있는 기업과 개인, 은행의 네트워크를 추적해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주요 자금 원천인 사이버, 해외 노동자, 석탄 수출을 집중 겨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미국과 한국이 김정은을 실제로 압박할 수 있을 만큼 정보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않다”며 정보전 강화를 제안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김정은의 전략이 실패하고 있으며, 김정은의 정책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의 원인”이라는 점을 북한 주민들과 엘리트들에게 정보 유입을 통해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I think the only way we're going to see change by Kim Jong Un is if those around him can exert a subtle kind of pressure to get him to change direction.”
맥스웰 부대표는 “김정은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의 주변 사람들이 미묘한 압력을 행사해서 그의 방향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