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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또 대미 위협 담화..."미한일 역대급 대북 억제 강화에 초조감 커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자료사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화성-18형’ 도발 직후 또 다시 미국을 위협하는 담화를 냈습니다. 미한일의 대북 억제 협력이 크게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도발 수위 또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4일 대외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 발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미국을 위협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의 반공화국 핵 대결 정책을 철저히 제압, 분쇄하는 것은 조선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핵전쟁의 참화로부터 수호하기 위한 정당방위권”이라며 “그 누구도 우리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비질할 하등의 명분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지난 12일 ‘화성-18형’ 발사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권 차원의 조치라고 주장한 겁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미국이 무분별하고도 도발적인 대결 선택을 거두지 않고 계속하려 들수록 상황은 미국에 매우 재미없는 방향으로 흐르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우리를 건드린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며 나는 매우 상서롭지 않은 일들이 미국을 기다리리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를 언급하며 전개가 늘어날수록 북한의 대응 방식과 범위도 자유분방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스스로 포기할 때까지 핵 억제력 구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오경섭 연구위원은 김 부부장의 담화는 전형적인 북한식 대미 협박이라며,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미한일 안보 협력 강화로 증폭된 초조함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오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 개발을 통해 주도권을 쥐려 했던 당초 의도와 달리 미한 확장억제 강화로 오히려 안보상 불안이 더 커졌고 뾰족한 돌파구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미한 여론을 움직일만한 군사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환경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오경섭 연구위원] “북한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미국에 공갈 협박을 하는 것이고 두번째로는 실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할 수 있는 어떤 도발을 하는 건데 아마 그런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져 있다 이렇게 봐야겠죠.”

김 부부장은 미 정찰기 한반도 정찰활동을 트집잡은 두 차례 담화를 포함해 지난주에만 세 번이나 대미 경고 담화를 내놨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화성-18형’ 발사 현장에서 “미제와 남조선이 반공화국 적대시 정책을 단념할 때까지 보다 강력한 군사적 공세를 연속적으로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특히 미한의 대북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과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곧 출범할 미한 핵협의그룹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도발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기습발사가 가능한 콜드런치 방식의 고체연료 ICBM을 발사함으로써 미 본토 타격 능력이 커졌음을 보여줬지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여전히 북한에 대화의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의 도발이 거듭될수록 미한일 안보 협력은 강화되고 아세안 등 중립지대 성격의 외교무대에서도 북한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이렇게 고강도로 도발하고 압박을 가할수록 한미일의 협력은 더 강화되고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거든요. 그러니까 이것은 북한에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고 그 불리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훨씬 더 강화되겠죠.”

김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상서롭지 않은 일’이라는 표현을 쓰며 대미 도발을 예고한 만큼 다음달로 예정된 하반기 미한 연합훈련과 향후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등을 계기로 북한이 어떤 군사 행동에 나설 지에 대해 다양한 전망들이 나옵니다.

특히 북한의 ‘화성-18형’ 발사로 최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북한 편을 노골적으로 든 중국과 러시아의 뒷배를 믿고 북한의 도발 수위가 한층 과감해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통일연구원 박형중 석좌연구위원은 북한의 ICBM 정상각도 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석좌연구위원] “러시아나 중국 입장에선 자기들이 현 상황에서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동을 하는 게 참 쉽지가 않은데 북한이 굉장히 좋은 역할을 해주는 거죠. 그런 차원에서 이제 정상각도 발사라든지 지금까지 해 온 것 보다 한 단계 더 수준을 높여서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동을 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박 석좌연구위원은 또 미한동맹 70주년을 맞아 역대급 규모로 열릴 것으로 알려진 하반기 미한 연합훈련에 대응해 북한이 전술핵 공격 능력을 보여주는 사실상 핵전쟁 연습 성격의 훈련으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도 북한이 미 본토 타격 능력을 보여주는데 도발의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며 ‘화성-18형’ 추가 발사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미한 확장억제 수준이 이전과 다르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며 수세적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임 교수는 미한일의 대북 군사 대응 수준이 역대급이라며 북한은 여기에 식량난에 따른 민심 동요를 막아야 하는 대내외적인 곤경에 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은 경제발전 특히 먹는 문제 해결에 우선해야 하고 그 어느 때보다 민심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단 말이에요. 더욱이 올 여름 홍수나 태풍 등 자연재해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면 농업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그게 민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국내 변수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다 이렇게 보는 거죠.”

임 교수는 북한이 무모한 도발에 나설 만큼 녹록한 조건은 아니지만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등 미한의 군사 행동이 최고지도부를 직접 겨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거나 영토 침범으로 인식될 경우 대형 도발로 맞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북한이 무엇보다 실패한 군사정찰위성의 재발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이와 함께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등의 시험발사, 그리고 극단적인 경우엔 7차 핵실험까지도 감행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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