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 다시 전략순항미사일을 서해상으로 발사하며 한국은 물론 주일 미군기지 등에 대한 핵 공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도발을 이어갔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국가정보원은 러시아가 북한에 북중러 연합훈련을 공식 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2일 새벽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전술핵 공격 가상 발사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적들에게 실질적인 핵 위기에 대해 경고하기 위한 전술핵 공격 가상 발사훈련이 2일 새벽 진행됐다”며 “핵전투부를 모의한 시험용전투부를 장착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2기가 실전 환경 속에서 발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미사일병구분대는 청천강 하구에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들을 서해로 발사해 1천500km 계선의 거리를 모의한 8자형 비행궤도를 각각 7천672∼7천681초 간 비행시킨 후 목표 섬 상공의 설정고도 150m에서 공중폭발시켜 핵 타격 임무를 정확히 수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30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한 지 사흘 만이자 미한 연합연습 을지프리덤실드, UFS 종료 이틀 만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1일 UFS 종료 이후 곧바로 이틀간 실시된 미한 공대공과 공대지 무장 실사격 훈련에 대해 “군사적 대결 기도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보였다”며 이번 도발이 미한 연합공중훈련에 대한 대응임을 내비쳤습니다.
이번에 발사된 순항미사일은 북한이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거리 1천500km 이상인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형 또는 2형일 가능성이 크다는 추정이 나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그러나 북한의 발표 내용에 대해선 과장이라며 미사일 타격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엔 목표 타격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미사일 2기 가운데 1기의 비행과 공중폭발 장면만 담겼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순항미사일은 GPS 항법 장치 등 목표물을 맞추기 위한 첨단 지원 시스템이 필요한데 북한이 이런 역량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어떤 목표를 맞추려고 한다면, 특히 저공비행을 통해 침투비행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내가 비행하고자 하는 경로의 지형지물과 고도와 이런 것들을 다 감안해서 설계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독자적인 전략정찰 능력이 필요하거든요. 이 순항미사일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전반적인 지원체계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거죠.”
북한은 앞서 지난달 14∼18일 사이 강원도 원산 인근 해상에서 초계함을 이용해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한 바 있지만 당시에도 한국 합참은 사거리가 짧은 대함용 일반 순항미사일이라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UFS에 대응해 지난달 29일부터 남한 점령을 목표로 한 전군지휘훈련을 실시 중인데 이번 미사일 발사도 이 훈련 일환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UFS와 유사한 지휘소 훈련을 하면서 지난달 30일엔 KN-24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계룡대 등 한국의 지휘부 타격 능력을, 이번엔 일본에 있는 후방기지 타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사거리 1천500km ‘화살-1’, 사거리 2천km ‘화살-2’에 핵탄두를 탑재하면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 혹은 미군 증원부대를 타격할 수 있다는 계산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한반도 전구에 대한 핵 공격 능력을 실전연습을 하고 있다, 이건 시험발사가 아니라 일종의 실전훈련이거든요.”
이런 가운데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7월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북중러 해상연합훈련을 공식 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4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북중러 해상연합훈련 현실화와 관련해 이런 내용을 설명했다고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브리핑에서 전했습니다.
유 의원에 따르면 김 원장은 “쇼이구 장관이 김 위원장 면담 당시 아마 해상연합훈련에 대한 공식 제의를 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대사는 2일 러시아 ‘타스’ 통신과 인터뷰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러시아와 중국 군의 연합훈련에 북한이 합류하는 아이디어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마체고라 대사는 그러나 이와 관련한 준비 사항에 대해 아는 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양욱 박사는 북한이 노후화된 해군 무기체계와 함정을 현대화하는 데 몰두하는 양상이라며 중러가 매년 벌이고 있는 해상연합훈련에 참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북한이 기존에 갖고 있던 수상함들은 너무 노후하기도 하고 작전 역량의 한계가 커서 소위 중러와의 연합작전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만 지금 새로 건조하는 함정은 사이즈는 그리 크지 않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현대적 운용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합연습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는 거죠.”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들어 해군 관련 현지 시찰에 집중하는 양상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선박용 엔진 등을 생산하는 평안북도 북중기계연합기업소와 중요 군수공장을 시찰했다고 3일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21일 해군 전대를 찾아 전쟁 준비 실태를 점검하고 이어 27일 해군절을 맞아 해군사령부를 방문했습니다. 이번 선박용 엔진공장 시찰까지 합쳐 최근 2주 새 3차례나 해군 관련 행보에 나선 겁니다.
그의 이례적 해군 행보에 북러 해상연합훈련을 염두에 둔 시찰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조한범 박사는 미한일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 회의에서 3국 정례 군사훈련에 합의하면서 북중러가 연합훈련을 실시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진무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입니다.
[녹취: 김진무 교수] “중국이 지금 타이완 문제. 그 다음에 기술경쟁 등 미국과 굉장히 관계가 안 좋고 경제가 안 좋은데 미국과의 경제 문제를 어느 정도 풀어나가야 되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북한을 끌어안고 미국과 적대관계, 전선을 형성한다 그러면 타이완 전선하고 여기에 전선이 또 하나 생기는 거잖아요. 중국 입장에선 굉장히 부담스런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중러 연합훈련은 미한일 안보 협력을 정당화시키는 명분이 된다는 점에서 중국에 부담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연합훈련에 참가할만한 물리적인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외교적 고립이 심한 러시아가 북한의 입맛에 맞는 일종의 선전전 차원에서 북중러 연합훈련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러시아는 중국이랑 또 달라서 외교적 고립이 심각하지 않습니까.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북한보다 북중러 구도가 더 절실한 것은 러시아인 것이고 그리고 북한한테 실질적으로 포탄을 비롯해서 협력을 요청할 여지도 있는 것이고 그런데 러시아가 거기에 대해서 줄 것은 별로 마땅치 않거든요. 그런 면을 종합해서 볼 때 선전적 의미, 상징적 의미에서 계속 공동훈련, 연합훈련 가능성을 띄운다 라는 건데요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이 해군 관련 행보에 집중하는 데 대해선 이지스함 등 압도적 해군력을 바탕으로 북한 미사일에 공동 대응하고 있는 미한일을 의식한 행동으로 해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