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탑승한 ‘661호’, 30년 넘은 러시아 운용 선박 확인

북한은 지난달 21일 김정은 국무 위원장이 해군 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전대를 시찰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최근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해 공개한 ‘최신형’ 호위함이 실제로는 30년 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사용하던 중고 호위함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철에 가까운 군함을 사들여 작동 여부가 불분명한 스텔스 기능과 각종 무기를 탑재한 것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호위함에 탑승한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경비함 661호’로 소개된 이 신형 호위함은 화살-2형으로 추정되는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습니다.

이 함정은 길이가 77m에 달하는 압록급 호위함으로, 스텔스 설계가 적용된 듯 선박 옆면이 아랫부분과 일체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일부 한국 언론은 이런 특징을 근거로 북한이 최신형 전투함을 보유하게 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김정은 국무 위원장이 해군 동해함대 근위 제2수상함전대를 시찰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VOA가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에 게시된 ‘661호’의 정보를 살펴본 결과, 건조된 지 30년이 넘은 구형 군함을 들여와 개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GISIS 자료에 따르면 661호는 1992년 12월 ‘크라스니 빔펠’함으로 국제사회에 처음 등록됐으며, 한 달 뒤인 1993년 1월부턴 ‘헤트만 베이다 비슈네베츠키’함으로 운용됐습니다.

그러다 2023년 1월 이름과 선적이 각각 ‘661호’와 ‘북한’으로 등록되고, 이때부터 등록 소유주도 북한 해군으로 등재됐습니다.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에서 확인된 북한 해군함정 661호의 등록 정보. 이 군함이 1990년대 크라스니 빔펠과 헤트만 베이다 비슈네베츠키함이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GISIS 자료에는 선박의 고유식별번호인 IMO 번호를 토대로 한 선박의 이름과 선적 국가, 소유주 등의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이 정보는 모두 선적 국가가 IMO에 보고한 내용을 토대로 게시됩니다.

결국 661호의 등록 정보를 IMO 제공한 주체가 북한이라는 의미인데, 북한이 어떤 이유에서 661호의 민감한 정보를 그대로 국제기구에 보고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앞서 안보 문제 전문 웹사이트 ‘글로벌시큐리티’는 우크라이나 해군이 최초 크리박급으로 운용할 목적으로 헤트만 베이다 비슈네베츠키함 혹은 크라스니 빔펠함을 건조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군함은 건조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러시아로 소유권이 이전됐으며, 2003년 북한에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글로벌시큐리티’가 이런 내용을 공개할 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보유하던 군함을 구매한 것으로만 알려졌는데, VOA가 GISI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선박이 최근 공개된 661호로 재탄생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종합하면 1990년대 초 우크라이나 해군이 만들고, 이후 러시아로 소유권이 넘어간 크리박급 함정을 북한이 2000년대 초에 들여와 약 20년 만인 올해 ‘최신형’ 호위함으로 소개한 것입니다.

북한이 건조된 지 30년 넘은 구형 군함을 재활용했다는 건 해군 함정을 건조할 만한 기술을 갖추지 못했음을 시사합니다.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건조할 수 있는 군함이 소형 경비정에 한정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Well, North Korea certainly had some experience making patrol boats, but they're really very different from this kind of much more sophisticated ship.”

“북한은 소형 경비정을 만든 경험이 있겠지만 이번에 발견된 군함은 소형 경비정보단 훨씬 더 정교한 기술이 요구된다”는 설명입니다.

베넷 연구원은 호위함 크기의 군함을 건조하기 위해선 전력과 물이 제대로 공급되는지, 무기고에 보관된 탄약이 제대로 무기로 전달되는지 등에 대한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런 지식과 기술이 없는 북한은 수십 년 된 낡은 선박을 들여와 개조한 뒤 이를 ‘최신형’으로 소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새 호위함의 출처가 러시아로 확인되면서 이런 사례가 앞으로 더 나올지도 주목됩니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열고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이런 우려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두 나라의 군사 협력은 유엔 안보리의 여러 결의를 위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보리는 2006년 채택한 결의 1718호를 통해 러시아를 비롯한 유엔 회원국이 장갑차와 탱크, 군함 등을 북한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2016년엔 결의 2270호를 채택해 거래 금지 대상 품목의 폭을 소형 무기와 경무기, 그리고 관련 물자로 크게 늘렸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