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 시스터’ 저자 이성윤 교수] “김여정, 백두혈통의 외교적 병기…향후 15년 간 유일한 후계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북한의 외교적 병기라고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객원연구원(fellow)인 미국 터프츠대학교의 이성윤 교수가 말했습니다. 최근 김여정에 관한 책 ‘더 시스터(The Sister)’를 펴낸 이 교수는 22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김여정이 핵으로 위협한 전 세계 유일한 여성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자녀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적어도 앞으로 15년 동안은 김여정이 유일한 후계자라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또한 북한 주민들도 이제는 북한 정권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며 대북 정보 유입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이성윤 교수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더 시스터(The Sister)’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소재로 한 최초의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김 부부장에게 관심을 가진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 교수) 2011년 12월 김정일 사후에 유리관 속에 김정일 시체를 전시하지 않았습니까? 그때 많은 북한 사람들이 와서 통곡도 하고 그럴 때 저는 김정은 바로 뒤에 서 있던 여성에게 굉장히 관심이 갔습니다. 검은 상복을 입고 고개를 푹 숙이고 통곡을 하면서 흐느끼는 모습, 볼은 쏙 들어갔더라고요. 며칠 동안 식사도 안 한 것처럼. 그래서 저 여자가 과연 누구일까? 김정은 바로 뒤에 서 있는 것을 봐서는 아마도 가족이 아닐까 여동생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후 2018년 1월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평창올림픽에 북한대표단을 파견할 의도가 있다고 했고 김여정을 그 개막식에 보냈죠. 개막식 관중석에 김여정은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펜스 미국 부통령 위에 앉았습니다. 이런 배치는 우연히 이뤄진 게 아닙니다. 김여정이 미국 부통령 위에 앉지 않으면 오늘 비행기를 타고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협박을 했답니다. 제 책에도 있는 내용인데요. 당시 펜스 부통령과 방한했던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씨가 전해 준 이야기죠. 젊은 이 여성이 북한이라는 세계에서 권력을 잡은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최근 북한 김여정에 관한 책 ‘더 시스터(The Sister)’를 펴낸 이성윤 미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가 22일 VOA와 인터뷰했다.

기자)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악화설이 나올 때마다 후계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집니다. 최근에는 딸 김주애까지 등장하면서 여러 이야기들이 나왔는데요. 가부장제, 남녀차별이 심한 북한에서 과연 여동생인 김여정이 오빠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이 교수) 오빠를 밀어내고 군림하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지극히 적다고 봅니다. 다만 김정은이 갑자기 사망하면 소위 백두혈통인 김일성의 후손 자격으로 집권할 수 있는 사람은 김여정이 유일하다고 봅니다. 김여정의 오빠, 그러니까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이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철은 김정은 시대에 단 한 번도 김정은 옆에 서 있거나 앉아 있는 모습의 사진이나 영상에 찍힌 적이 없습니다. 김정일의 일식 주방장인 겐지 후지모토 씨가 쓴 책에도 김정철은 어려서부터 정치에 관심이 없었고 김여정이 제일 뛰어났다고 했어요. 백두혈통을 유지해야 하는데 또 김정은의 아이들은 너무 어리죠. 그래서 적어도 앞으로 한 15년 동안, 김정은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그 자리를 대신할 사람은) 김여정 부부장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더 시스터(The Sister)’ 독자들이 김여정에 대해 이것만은 알았으면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 교수) 2020년 3월 3일에 김여정이 최초로 자기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는데 그냥 비판한 게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세 살짜리 어린아이보다 더 멍청하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평창올림픽에선 화사하고 예의 바른 공주님 같은 이미지를 보였는데 말이죠. 김여정은 지금까지 40여 차례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독설을 내뱉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젊고 예쁜 여성을 좀 과소평가하는 부분입니다. 김여정은 젊고 또 많은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고 그러는데 환하게 웃으면서 평화, 통일, 비핵화 협상 한 번 해 봅시다 할 때, ‘평양에서 온 공주, 김여정을 내가 좀 가르칠 수 있겠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있겠다.’ 이런 착각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여정은 북한 역사에 전례가 없는 영향력 있는 백두혈통의 공주로서 굉장한 외교적 병기라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얕잡아 보면 안 됩니다.

이성윤 미 터프츠대 플래처스쿨 교수가 북한 김여정을 다룬 책 ‘더 시스터(The Sister)’를 펴냈다.

기자) 김여정을 책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중 하나’라고 묘사하셨더라고요.

이 교수) 2022년 4월 김여정이 최초로 핵 협박을 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 선제공격할 수 있다. 그 당시에도 지도자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나는 이러한 위임을 받았다 강조하면서요. 그러고 불과 이틀 후에 좀 더 강도높은 핵 위협을 했습니다.
김정은도 여러 번 핵 공갈 핵 위협, 선제공격, 핵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표현을 여러 번 했지만 김여정이 소위 핵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그러한 메지를 계속 전파하거든요. 전 세계에 그런 여성 독재자는 없습니다. 전례가 없습니다.

기자) 북한 주민들도 이런 북한 정권의 실체를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요.

이 교수) 정보를 입수하고 전파하고 공유한다는 것은 유엔 헌장에도 들어 있고 기본적인 인권 문제입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에게 계속 현실을 알려야 되는데 북한 당국에서는 2020년 말에 법을 만들어서 한국 드라마나 K-pop 이런 거를 접하고 전파하면 처형할 수도 있다 그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 정부에서도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Voice of America)’나 이런 대북 방송에 더 통 큰 지원을 해야 된다고 계속 주장을 해왔습니다. 정보를 계속 투입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에 정보를 유입하는 데 있어서 VOA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기를 희망하십니까?

이 교수) 최근 제 책을 읽은 평론가가 한 제안을 보면 VOA나 대북방송들이 책 일부를 북한 주민에게 읽어줘야 한다. 그래서 실상을 알려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를 들어서 북한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는 게 무슨 기후변화, 미국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김정은 정권의 결정 때문이라는 걸 알려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김정은은 돈이 없어서 식량을 구입 못하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1년에 2억 달러에서 3억 달러어치의 옥수수, 밀가루, 쌀을 수입해서 주민들에게 배포하면 식량난은 없거든요. 이런 실상을 알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워싱턴 조야에서는 암묵적인 금기어이지만 북한의 비핵화, 인권 개선을 위해선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국제사회의 정보 유입 캠페인이 결국 그쪽으로 이어지게 되는 걸까요?

이 교수) 언젠가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물론 시간이 좀 걸릴 걸로 보고요. 저는 예를 들어 우리가 직접 겪지는 못했지만, 젊은 세대가 일제시대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일제 시대 때 얼마나 끔찍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배고프고 사형도 많이 당하고 그런 현실을 역사를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객관적인 지표로 보면요. 인권 유린, 이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 모든 기본권을 가지고 일제시대와 지난 70년 이상의 북한 왕조의 통치시대를 비교해 보면요. 북한이 훨씬 더 지독한 폭정입니다. 북한은 산업화를 이루고 문맹을 퇴치한 국가임에도 주민의 절반 이상이 굶주리는 전 세계 유일한 나라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현실을 모르는 주민들이 팩트가 아닌 거짓을 믿고 있다는 게 참 개탄스럽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최근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했다.

기자) ‘더 시스터(The Sister)’가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된다고요?

이 교수) 사흘 전에 유명한 영화 프로듀서이자 감독인 스콧 스타인도로프 씨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큐멘터리로 상도 많이 받으시고 주목을 많이 받으시는 분한테 갑자기 제안을 받았습니다. 책을 읽어 보셨는데 감동하셨다면서 같이 다큐로 만들어 보자고 하셨어요. 미국 사람들 대다수가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의 존재를 모르고 있으니까 전 세계에 알리자고 제안을 하셔서 계약을 했습니다.

기자) 김여정 부부장이 자신에 대한 책뿐 아니라 조만간 제작될 다큐멘터리를 접하면 어떨까요?

이 교수) 아주 마음이 편하지는 않겠지만 저는 김여정이라는 인물은 기본적으로 나르시스트라고 봅니다. 자기 관점에서만 세계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이용하는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기 미국에 있는 이 아무개라는 사람이 자기에 관한 전기를 썼고 그게 영화로도 나온다고 하면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좀 리스크가 따른다고 생각하겠죠.

지금까지 미국 우드로윌슨센터 객원연구원인 터프츠대학교의 이성윤 교수로부터 김여정 북한 노동당부부장을 소재로 한 책 ‘더 시스터(The Sister)’에 대한 이모저모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