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제재대상’ 만수대창작사 소속 추정 작가 전시회 열려

북한 평양 만수대창작사에서 화가가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에서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만수대창작사 소속으로 추정되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 전문가패널 출신 전문가는 만수대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 자체가 유엔 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장쑤성에서 지난 14일부터 만수대창작사 소속으로 추정되는 화가들의 작품 등을 전시하는 ‘북한 현대 유화 명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장쑤성 우시시 문화예술연맹 등의 후원으로 다음 달 8일까지 계속되는 이 행사에는 ‘우시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북한 유화 작가 13명의 작품 총 69점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VOA가 참여 작가의 명단을 확인한 결과 유엔 대북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 소속 작가로 알려진 김기철, 정영화 등 2명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1991년 북한 예술가들에게 수여되는 최고 등급 훈장인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은 김기철은 현재 평양미술대 교수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2009년 호주 브리즈번 소재 국립미술관인 ‘퀸즐랜드 아트 갤러리’가 주최한 전시회에 만수대창작사 소속으로 작품을 출품해 대외에 소속이 알려진 바 있습니다.

1992년 공훈예술가 칭호를 받은 정영화 역시 만수대창작사 소속 작가로 ‘수령님 뵈옵는 날’ ‘전사의 기쁨’ 등 선전화와 유화 창작 분야에서 북한을 대표하는 작가로 해외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나머지 11명은 대외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아 만수대창작사 소속 작가들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 중 홍천성, 김상숙, 김진혁 등 상당수도 북한 내 작가들에게 최고 영예인 인민 예술가와 공훈 예술가 칭호를 받은 미술 작가들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만수대창작사 소속 작가들이 참여했을 가능성과 관련해 VOA는 중국 장쑤성 우시박물관 측에 서면 질의를 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중국 우시박물관(Wuxi Museum) 웹사이트에 실린 북한 현대 유화 명인전 안내 포스터.

1959년 설립된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최대 규모의 예술창작단체로, 동상과 건축물을 포함해 각종 예술품을 수출해 벌어들인 외화가 최근 10년 간 1억6천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71호를 통해 만수대창작사의 해외법인인 ‘만수대 해외프로젝트 그룹(MOP)’을 자산동결 대상, 즉 제재 기관으로 지정하고 별도의 항목을 통해 평양 소재 ‘만수대창작사(Mansudae Art Studio)’를 동일 조직으로 규정했습니다.

또한 유엔 대북결의 2371호는 유엔 회원국들이 만수대창작사의 작품에 대해 ‘자산동결’ 조치를 취하고, 자국민 등이 해당 작품을 구매하거나 소유, 이전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우시 박물관 측은 전시회 설명을 통해 북한 작가들의 작품 총 69점을 ‘소장’하고 있다고 밝혀, 해당 작품을 북한 측으로부터 구입했거나 대여 또는 양도 받는 등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만수대창작사 작품의 해외 전시에 대해서도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감시활동을 맡고 있는 전문가패널은 제재 위반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다만 유엔 전문가패널은 이번 사안과 관련한 VOA의 서면 질의에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전문가패널은 지난 2021년 3월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열병식 등 북한의 무기 전시 활동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이와 유사하게 북한은 금지된 예술품이나 조각상을 광고하거나 전시함으로써 직간접적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만수대창작사의 해외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지난 2016년부터 만수대창작사를 재무부 특별지정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이들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긴급국제경제권한법’에 따라 25만 달러, 혹은 거래 자금의 2배를 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 외 거주 외국인이 관련 행위로 적발될 경우 미국 정부의 2차 제재를 감수해야 합니다.

유엔 안보리와 미국 정부 등 국제사회가 만수대창작사의 활동에 제동을 거는 이유는 만수대가 해외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등 무기 프로그램에 투입된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위원은 25일 VOA에, 유엔 안보리는 만수대창작사에 대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기여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제재 대상에 지정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후루카와 전 위원] “The UN Security Council has determined that Mandate Art is an alias of Mansudae Overseas Project Group of Companies (MOPGC) which has been designated by the UNSC for targeted sanctions measures to contribute to the DPRK’s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이어 안보리 결의는 북한이 이런 인력들을 동원해 해외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음을 분명히 경고했다면서, “북한 만수대창작사 소속 예술가들은 이론의 여지 없이 안보리 대북결의 2397호가 지적한 ‘노동자’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후루카와 전 위원] “In the preamble of the UNSC Resolution 2397 which was adopted in December 2017, the UNSC acknowledged as the following: “Acknowledging that the proceeds of the DPRK’s trade in sectoral goods, including but not limited to coal, iron, iron ore, lead, lead ore, textiles, seafood, gold, silver, rare earth minerals, and other prohibited metals, as well as the revenue generated from DPRK workers overseas, among others, contribute to the DPRK’s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This is why the UNSC prohibited all UN Member States, including China, to accept the DPRK workers any longer. MOPGC breached these UN sanction measures, which was the principal reasons why it was designated by the UNSC. Not to mention, the MOPGC’s artists are included in the category of “workers”. With the UNSC designation, any transactions with the MOPGC, including Mansudae Art, has been universally prohibited. Therefore, the exhibition of their art works alone constitutes violation of the UN sanctions measures. If China wants to exhibit the Mansudae Art works, it has to obtain approval by the 1718 Committee of the UNSC. In the absence of such approval, China clearly violates its obligations under the UNSCRs.”

그러면서 “유엔 안보리 제재로 만수대창작사를 포함한 북한 군수공업부와의 모든 거래가 전면 금지됐기 때문에, 이들의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만으로도 유엔 제재 조치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이 만수대 예술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서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그러한 승인이 없다면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 사진=CPAC 영상 캡쳐.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선박무역회사 부대표를 지내다 탈북한 이현승 글로벌피스재단 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내 예술작가들의 거의 대부분은 만수대창작사 소속이라면서, 특히 인민·공훈 예술가와 같이 명망 있는 예술가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수대창작사가 국제 제재를 받으면서 북한 당국이 작가들의 소속을 숨기는 등 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이들의 해외 전시 활동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승 연구원] “북한 국내에서는 거의 다 만수대창작사 소속이고 그걸 통해서 노동당에서 (활동) 허가를 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 만수대창작사 자체가 제재를 받았으니까 ‘이 작가들 작품은 제재 대상이다’ 이런 인식을 회피하기 위해서 그 사람들을 해외 나와서는 단독으로 회사 명칭을 만들어 줬을 수도 있습니다.”

이 연구원은 북한의 모든 작가들과 미술품들은 북한 당국에 의해 관리되는 구조라면서, 이들의 해외 전시나 판매를 대행하는 회사들도 전부 당국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작품 전시나 판매로 얻게 된 수입은 곧바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전달되게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이현승 연구원] “어떤 개인이나 북한 회사도 국가의 상납금이라든지 이런 것을 바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할 수는 없고, 전시회가 이뤄진다는 것 자체가 만수대창작사나 북한의 작품들이 계속 외부로 판매가 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판매가 이뤄지게 되면 그 돈은 고스란히 다 정권으로 간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해외에서 거부감이 있는 선전·사상용 작품 대신 풍경 및 인물화 등 유화 작가들의 작품을 해외 판매에 적극 이용하고 있는 만큼 북한 작가 작품의 중국 내 전시 및 판매에 대해 더 면밀히 살펴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중국은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지난 8월 유엔 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를 방문해 양국 예술가들의 교류와 협력 확대를 희망한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주북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왕야쥔 대사는 지난 8월 8일 만수대창작사를 방문해 “양국 미술가들이 한층 더 교류, 협력하고 양국 인민의 소통 촉진과 우호 증진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으며, 김성민 만수대창작사 부사장도 “중국 예술기관과 더 많은 교류, 협력을 해나가길 기대한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만수대창작사에 대한 제재 내용이 담긴 유엔 대북결의 2371호에 대해 거세게 반발해왔습니다.

북한 당국은 대북결의 2371호가 채택된 2017년 8월 ‘정부성명’을 통해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를 전면 배격한다”면서 “결의안은 우리의 자주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이며, 공화국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