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도핑방지기구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북한 인공기 게양을 사실상 허용한 주관 단체에 대해 규정 위반 사항을 평가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뿐 아니라 규정 위반을 방조한 아시아올림픽평의회도 조치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금지 약물 규정을 관리하고 검사하는 국제기구인 세계도핑방지기구(WADA)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의 인공기 게양을 사실상 방조한 주관 단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WADA 대변인실은 26일 ‘관련 규정에 따른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공기가 게양된 데 대해 회원국과 주관 단체 측에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는 VOA의 서면 질의에 “개막식 이후 북한의 규정 위반 사실을 인지하고 주관 단체인 OCA 측에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해당 서한에서 WADA는 북한의 규정 미준수로 인한 또 다른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는지 확인해 줄 것을 OCA 측에 요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WADA 대변인실] “In our letter sent after the opening ceremony, WADA asked OCA to provide confirmation that adequate measures had been taken to avoid another breach of consequences of the DPRK’s non-compliance. We informed them that the breach was being assessed by WADA with the view to opening a compliance procedure against the OCA, as appropriate. Action will be taken if relevant signatories do not comply with the regulations including OCA.”
또한 “OCA에 대한 적절한 규정 준수 절차 개시를 위해 WADA가 위반 사항을 평가하고 있음을 OCA 측에 알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OCA를 포함한 관련 가맹기구가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은 22일 선수촌 입촌식에서 인공기를 게양하고 23일 개회식 당시 인공기를 흔들며 입장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10월 이후 선수들의 금지 약물 사용 여부를 사전 검사하도록 한 WADA의 도핑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서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제외한 세계선수권대회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국기를 게양하지 못하는 등의 징계 조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인공기를 게양하거나 개최국인 중국이 이를 허용하는 것은 WADA의 제재를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8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국제 태권도연맹(ITF) 대회에서도 인공기 게양을 시도했지만 국제 스포츠계가 카자흐스탄에 제재를 경고하면서 무산됐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아세안게임 주관 단체인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란디르 싱 회장 대행은 지난 24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와 북한이 WADA와 인공기 사용을 논의 중”이라고 밝히고, 사실상 북한의 인공기 게양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싱 회장 대행은 “모든 이가 대회에 참가하고 참가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기간 일어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우리는 이를 참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WADA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주관 단체인 OCA 뿐 아니라 당사국인 북한의 책임도 다시 한번 분명히 지적했습니다.
[WADA 대변인] “DPRK continues to be non-compliant with the World Anti-Doping Code and all international federations and major event organizations, such as the Olympic Council of Asia, are informed of the consequences of DPRK's non-compliance. Where WADA becomes aware that a consequence (of non-compliance) has not been respected, it liaises with all relevant Signatories to correct the situation and, if necessary, will initiate compliance proceedings against any Signatory that fails to implement the consequence.”
“북한은 계속해서 세계 도핑방지규약을 준수하지 않고 있고, 모든 국제 연맹과 아시아올림픽평의회 같은 주요 조직은 북한의 규정 미준수로 인한 징계를 통보 받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WADA는 규정 미준수로 인한 징계 조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한 경우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관련 회원국과 연락을 취하며, 필요한 경우 징계 조치 미이행 회원국에 대해 규정 준수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측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인공기 게양 문제와 관련해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주최 측인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도 VOA의 관련 서면 질의에 아직까지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