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무단 철거한 한국 측 금강산 골프장 부지에서 옥수수를 말리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남북 교류의 상징으로 기대를 모았던 고가의 시설을 해체한 뒤 농산물을 늘어놓은 채 방치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30일 북한 금강산 관광지구의 골프장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 한 부분이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금강산 골프장은 한국의 리조트 기업인 아난티가 현대아산으로부터 임대한 대지에 세운 시설로, 북한은 지난해 골프장 내 숙박 단지를 무단 철거한 바 있습니다.
다만 클럽하우스와 골프장 18개 코스는 남겨뒀었는데, 이번에 발견된 ‘노란색 지대’는 온전한 클럽하우스 건물 바로 앞 공터입니다.
면적은 클럽하우스와 비슷한 가로 80m, 세로 20m로, 바닥에 노란색 물체가 깔리면서 위성사진에 노란색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이곳에 처음으로 노란색 지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건 지난 8월 중순입니다.
이후 최근까지 이 지대는 색의 짙음 정도와 면적이 지속적으로 변해왔지만 2달 가까운 기간 내내 노란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노란색 물체의 ‘정체’는 옥수수 등 농작물이라는 진단이 나옵니다.
위성사진 분석가인 데이비드 슈멀러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은 2일 VOA에 “그간 북한이 평평한 콘크리트 지대에서 옥수수와 곡물을 말리는 장면을 봐 왔다”며 이번에도 동일한 현상에 포착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슈멀러 선임연구원] “We've seen them using other flat concrete areas for drying corn and crops…”
또한 8월 중순부터 최근까지 이 일대를 촬영한 고화질 위성사진을 보면 농작물 추정 물체의 양이 계속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는 과거 이 시기 북한이 농작물을 말릴 때 포착됐던 것과 동일한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노란색 지대 바로 앞이 검은색으로 표시돼 노란색 부분을 건물로, 검은색을 그림자로 오해할 수 있지만 검은색 부분은 노란색 지대가 형성되기 전부터 있던 화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선 10월을 전후해 평평한 길 위에 옥수수를 말리는 광경이 종종 포착됐습니다.
특히 동창리 위성발사장이나 영변핵시설의 5MW 원자로 등 민감한 군사 시설에서도 옥수수를 말리는 모습이 위성사진에 찍히는 등 평평한 콘크리트 바닥이 있는 곳이라면 북한 내 어디서도 곡식 건조가 이뤄지는 사실이 확인됐었습니다.
다만 슈멀러 선임연구원은 이전에 촬영된 위성사진을 분석해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일대를 옥수수 건조 장소로 활용한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올해부터 금강산 관광지구가 최적의 곡식 건조 장소로 활용되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이 일대에서 이처럼 콘크리트 지대가 많은 곳은 금강산 관광지구가 사실상 유일합니다.
다만 정부가 나서 적극 육성해야 할 관광지구 한 편이 농작물로 덮여 있다는 건 남북 교류의 전초지로 주목받았던 이 일대가 사실상 방치돼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을 시찰한 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후 약 2년 5개월 후인 지난해 3월부터 금강산 내 한국 자산인 해금강 호텔이 철거되고, 약 한 달 뒤인 4월엔 골프장 내 숙박 단지 8개 동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 외에도 북한은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거액을 투자한 문화회관 건물을 비롯해 온정각, 구룡빌리지, 금강펜션타운, 고성항 횟집 등 현대아산 등이 소유한 한국 측 자산을 무단으로 해체했습니다.
현재 이들 시설이 있던 자리는 새 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채 방치돼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