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북한의 부분적 국경 개방을 환영하면서도 이를 계기로 탈북민들이 강제북송될 위험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자국 내 탈북민을 보호하고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준수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제78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인권 상황 보고서에서 탈북민들의 강제 북송 가능성을 지적했습니다.
VOA가 13일 단독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살몬 보고관은 올해 8월 26일 북한이 지난 2020년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이유로 폐쇄했던 국경의 부분적 개방 조치를 취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를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살몬 특별보고관 보고서] “The Special Rapporteur welcomes the partial opening as a first step for the Government to review the restriction of movement and border closure that has been negatively impacting people’s access to work, food, health and other fundamental human rights. She urges the Government to allow the urgent return of the UN agencies who have been unable to provide humanitarian assistance except for limited life-saving activities.”
그러면서 국경 개방을 계기로 “생명을 구하는 제한적인 활동을 제외하고는 인도적 지원 제공을 할 수 없었던 유엔 기관의 긴급 복귀를 허용할 것을 북한 정부에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그러나 “동시에 북한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다른 국가에 의해 강제 송환될 위험이 임박한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살몬 특별보고관 보고서] “At the same time, the Special Rapporteur is extremely concerned about the imminent risk of repatriation of individuals from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by other countries since there are long-standing and credible reports to believe that escapees from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that are forcefully returned to the country would be subjected to torture,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and punishment as well as other grave human rights violations.”
“강제 송환된 탈북민들이 고문과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대우와 처벌, 기타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할 수 있다는 믿을 만한 보고가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70% 이상이 여성인 북한 출신 탈북민 중 약 2천여 명이 ‘불법 이주민’으로 분류돼 중국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와 관련해 유엔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과 북한인권특별보고관, 강제적·비자발적 실종 실무그룹 등 유엔 관련 기구가 지난 7월 18일 중국에 공동 서한을 보내 해명을 촉구한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유엔고문방지협약의 강제송환 금지 원칙에 따라 고문 등 잔혹하고 비인도적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 개인을 추방 및 송환, 인도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살몬 특별보고관 보고서] “The Special Rapporteur wishes to reiterate that the principle of non-refoulement guarantees that no one should be returned to a country where they would face the risk of torture,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 and other irreparable harm, including the use of the death penalty, and enforced disappearance. This principle must be applied to all people at all times, regardless of migration status. The prohibition of refoulement is customary international law and explicitly included, among others, in the Convention against Torture and Other Cruel, Inhuman or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 as well as the 1951 Convention on Refugees and its 1967 Protocol to which China is a State party.”
특히 이러한 원칙은 이민 신분과 관계 없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면서, 중국이 지난 1951년 유엔난민협약과 1967년 난민의정서의 당사국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보고서에서 유엔 회원국, 특히 많은 탈북민들이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북한에서 온 사람들에게 보호를 제공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강제송환 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할 위험이 있는 북한 출신 개인들에 대해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준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살몬 특별보고관 보고서] "The Special Rapporteur recommends that Member States, in particular China and the Russian Federation where a large number of escapees from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reside, provide protection to the people from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as well as uphold the principle of non-refoulement to individuals from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who are at risk of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s upon their forced repatriation."
앞서 한국 내 탈북민 지원단체들은 중국에 억류 중이던 탈북민 600여 명이 지난 9일 강제북송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1일 VOA의 관련 질의에 해당 보도를 인지하고 있다면서 “강제송환된 북한 주민들은 일반적으로 고문과 자의적 구금, 강제낙태, 다른 성 관련 범죄, 즉결처형의 대상이 된다”고 지적하고 “모든 나라가 강제송환 금지 원칙(농르풀망)을 존중하고 이에 따른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내 탈북민 600여 명이 이번주 강제북송됐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한 질문에 “중국에는 이른바 ‘탈북민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탈북민 문제에 대해 “항상 책임있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적절히 대처”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법과 국제법, 그리고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한편 살몬 보고관은 이번 보고서에서 지난 한해 북한이 전례 없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군에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선군 정책을 따르는 북한의 이 같은 군사력 강화 움직임은 북한 인권이 왜 열악한 지 설명해준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올해 9월 핵무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선언한 사실도 언급하면서, 북한 지도부의 메시지는 북한이 한반도 분쟁 상황을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확장에 이용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한 국경 봉쇄 기간 동안 북한의 내부 통제가 더욱 강화됐다는 사실도 지적했습니다.
탈북을 시도하거나 외국 언론을 접하고 정부의 조치를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한 국경 폐쇄 기간 동안 더욱 강화됐으며, 특히 한국의 유행가와 영상 등을 유포하고 감상할 시에는 최대 사형에 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북한 여성들이 인신매매 피해에 노출돼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하면서 북한 정부의 예방과 제재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북한이 유엔 여성차별철폐에 관한 협약 위원회에 제출한 해명을 통해 “북한에서 인신매매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려는 한국 당국의 책동 아래 오히려 북한 주민에 대한 납치와 인신매매가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북한 여성들이 계속해서 인신매매와 강제 결혼, 성매매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또 보고서에서 한반도의 평화는 오랜 인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달성될 수 없다면서, 이산가족 상봉과 납북자 및 억류자의 송환, 유해 송환, 탈북민 보호, 강제송환된 탈북민의 처우 등이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비핵화 대화를 위한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을 가질 것을 촉구하며, 매년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하고,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의 권고사항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8월 활동을 시작한 살몬 보고관은 지난해 10월 유엔에 첫 북한인권 보고서를 냈고 이번에 두 번째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오는 23일 열리는 제78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이 보고서를 토대로 북한의 전반적 인권 상황을 평가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북한은 앞서 북한 인권 상황을 상세히 기술한 살몬 보고관의 보고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한 바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해 10월 17일 조선인권연구협회 연구사 장철호 명의의 글을 통해 “유엔 특별보고관 제도는 미국과 서방의 비위에 거슬리는 나라들에 대한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공간과 정치적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