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국 중고 선박 또 구매 정황…중국 해역에선 유엔 제재 선박 포착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의 선박들. (자료사진)

중국 선박이 또다시 북한 선박이 돼 나타나면서 올해 중국에서 북한으로 선적을 바꾼 선박이 30척으로 늘었습니다. 최근 유엔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 선박이 중국 해역을 다녀간 것으로 나타나 중국의 제재 위반 방조 사례가 1건 더 추가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선적 선박 1척이 새롭게 북한 선박으로 등록됐습니다.

VOA가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 자료를 확인한 결과 최근 마두산2호가 새롭게 북한 선적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8년 10월 건조된 마두산2호는 건조 첫해 중국 선박 헝펑룽호로 운항하다 2020년 10월 같은 중국 선적의 성롄하이호로 이름을 바꾼 뒤 지난달 북한 선박으로 IMO에 등록됐습니다.

마두산2호를 IMO에 등록한 주체는 평양 소재 ‘마두산 쉬핑’으로, IMO는 이 회사가 지난달 13일부터 소유주가 됐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북한 선박 마두산2호의 등록정보. 얼마 전까지 중국 선박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자료=GISIS.

중국 깃발을 달았던 선박이 선적을 북한으로 바꿨다는 건 중국 중고 선박이 북한으로 거래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위장회사를 동원해 중국 중고 선박을 구매해 공해상 선박 간 환적 등 불법 행위에 동원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안보리 결의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VOA는 GISIS 자료를 조회해 올해만 모두 29척의 중국 중고 선박이 북한에 매각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이번 1척을 더할 경우 올해 새롭게 북한 깃발을 단 선박은 모두 30척으로 늘어납니다.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올해 초 공개된 연례보고서에서 2022년 한 해 동안 북한이 락원1(안하이6)호 등 총 6척의 신규 선박을 등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작년의 5배에 달하는 선박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선적을 바꾼 것입니다.

VOA는 북한의 중국 중고 선박 취득과 관련해 여러 차례 중국 정부에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재 대상 북한 선박이 최근 중국 영해에 진입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지난 16일 북한 선박 성관(Song Gwan)호는 중국 현지 시각 17일 새벽 중국 닝보-저우산항 해역에서 위치 신호를 발신한 뒤 사라졌습니다.

유엔 제재 대상 선박인 미림 2호가 지난 17일 성관호라는 이름으로 중국 닝보-저우산 해역에서 발견됐다. 자료=MarineTraffic

성관호는 북한 선박 미림2호와 동일한 IMO 등록번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두 선박이 같은 선박이라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미림2호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대상 선박이라는 점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미림 2호 등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속 선박을 대거 제재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 유엔 회원국은 미림 2호, 즉 성관호가 자국에 입항할 경우 자산동결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원양해운관리회사는 지난 2013년 지대공미사일과 미그-21 전투기 등을 싣고 운항하다 파나마 당국에 적발된 청천강호의 실소유주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속 선박에 앞서 이 회사를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습니다.

현재 IMO의 GISIS 자료에는 미림 2호의 등록회사가 더 이상 원양해운관리회사가 아닌 미림쉬핑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다만 미림 2호가 선박 이름을 성관호로 바꾼 만큼 등록회사가 또다시 바뀌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중국 정부가 미림 2호를 억류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최근 대북제재 이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만큼 미림 2호에 대해서도 눈감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립니다.

앞서 VOA는 유엔 제재 대상 유조선인 천마산호와 지성6호 등이 각각 이달 10월과 지난 8월 중국 영해에 진입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당시 이들 선박을 억류하지 않았습니다.

VOA는 중국 정부에 미림 2호의 억류 여부를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