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환적지 이동’ 정황…석도 인근서 10월에만 10건 포착

10월 29일 북한 석도 인근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 2건(원 안)이 포착됐다. 사진=Planet Labs

북한이 자국 영해 내 새로운 장소에서 선박 간 환적을 벌이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새 환적지에서 10월에만 최소 10건이 발견됐는데 무려 5척이 선체를 맞대기도 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29일 북한 서해 석도 북쪽 해상을 촬영한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나란히 붙어 있는 선박 2척이 보입니다.

길이 약 100m 선박 2척이 약 40m 길이의 선박을 사이에 둔 채 선체를 맞댔습니다.

이곳에서 북동쪽으로 약 1km 떨어진 지점에도 약 80m 길이의 선박 2척이 작은 선박을 가운데에 낀 채 밀착해 있습니다.

모두 과거 유엔 등이 지적한 전형적인 불법 환적 장면과 일치합니다.

특히 선박이 3척이 맞댄 경우엔 가운데 선박이 크레인용 바지선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에도 두 대형 선박이 바지선을 중간에 두고 물건을 옮겨 싣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날 환적 정황이 포착된 지점인 북한 석도는 북한 서해와 대동강 최하류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작은 섬입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 27일 공개한 중간보고서에서 이곳을 북한 선박의 새로운 환적지로 지목한 바 있는데, 실제로 민간 위성사진 자료를 통해 이곳에서 환적 정황을 포착한 것입니다.

과거 석도 인근 해상에서 선체를 맞댄 선박이 몇 차례 발견된 적은 있지만 환적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하루에만 6척이 발견된 건 처음입니다.

10월 19일 선박 5척이 선체를 맞댄 장면. 사진=Planet Labs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선 석도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약 20km 떨어진 서해 초도 인근 해상을 주요 환적지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로 VOA는 초도 인근 해상에서 지난해 36건, 올해 38건의 환적 정황을 포착한 바 있습니다.

다만 올해 5월을 끝으로 이곳에서 더 이상 환적 움직임이 없어 환적 중단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석도 인근에서 유사한 사례가 확인되면서 북한이 단순히 환적 장소를 옮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VOA가 이달 촬영된 위성사진을 확인한 결과 10월 한 달간 석도 북부 해상에선 11일과 19일, 22일, 29일 등 총 나흘에 걸쳐 최소 10건의 환적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특히 지난 11일엔 환적 정황이 하루에만 5건 발견됐으며, 19일엔 100m 길이의 대형 선박 3척이 2척의 소형 선박을 끼고 도열하는 대규모 환적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10월 11일 북한 석도 북부 해상에서 최소 5건의 환적 장면(원 안)을 볼 수 있다. 사진=Planet Labs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2375호 11조를 통해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선박이 어떤 물품도 건네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문제의 선박이 환적을 통해 어떤 물품을 주고받았든 제재 위반이라는 의미입니다.

전문가패널은 올해 초 발행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해상이 아닌 자국 영해에서 선박 간 환적을 벌이고 있다면서 “해외에서 출항한 선박이 (북한 영해에서) 북한 선박과 만나 환적한 뒤 종류를 알 수 없는 화물을 북한 남포로 옮기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주 발행된 보고서에서도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자국 영해 사용을 확대하는 요인에 대한 이전의 평가를 상기한다”며 “이는 감시 선박을 피해야 한다는 점과 북한의 많은 화물선이 금수품 하역을 위해 해외 항구에 입항할 수 없다는 점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지난 8월, 초도 인근 해상에서 더 이상 환적 정황이 포착되지 않는다는 VOA의 지적에 대해 “북한은 선박 간 환적지를 옮기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The North Koreans do move the areas where they do ship-to-ship transfers, sometimes due to seasonal conditions, where the weather conditions are not suitable for ship-to-ship transfers in terms of the seas too rough… Otherwise, it might be that there's surveillance taking place in a particular area, so they shift to other areas...”

북한이 환적 장소를 바꾸는 이유에 대해선 “거친 바다 등 선박 간 환적에 적합하지 않은 기상 조건 때문일 수도 있고, 특정 지역에서 감시가 이뤄지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