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한서 지난 1년 간 공개처형 100명”

  • 최원기

탈북민이 북한에 있을 때 목격한 공개처형 장면을 그린 그림이 서울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행사장에 전시됐다.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지난 1년 간 북한에서 공개처형된 사람이 100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공개처형이 이렇게 늘어난 것은 식량난 등 내부 사정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 공개처형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일본 `도쿄신문’은 지난달 12일 북한 사정에 밝은 관계자를 인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종식된 이후 인적 교류가 늘어나면서 공개처형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가 확산하기 전에는 공개처형되는 인원이 매년 10여 명 정도였지만 지난 1년 간은 공개처형된 사람이 1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8월 하순에 중국과 국경이 맞닿은 양강도 혜산 비행장에서 주민 2만 명이 모인 가운데 남성 7명과 여성 2명이 총살됐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 ‘아시아 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8월 30일 혜산에서 공개처형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공개처형이 8월30일 있었다고 하는데, 그게 틀림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아시아 프레스’ 취재 협조자가 몇 명 혜산에 있는데, 그 날 협조자도 동원돼 현장에 가 있었어요. 원래 공개비판 모임을 갖는다고 했는데 공개재판이 돼서 9명을 비 오는 속에서 총살했다고 들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9월 25일에도 혜산에서 남자 1명이 공개처형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같은 혜산 비행장에서 9월25일에도 공개총살이 있었습니다. 전시용 의약품을 팔아먹었다는 죄로 남자 1명을 총살했습니다.”

북한에서 지난 1년 간 공개처형된 사람이 100명을 넘는다는 보도에 대해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확인할 수는 없지만 소문이 도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취재 협조자가 들은 것인데요, 함경남도 함흥, 함경북도 청진에서 공개총살이 몇 번 있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황해남도에서 한국 드라마와 뉴스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주민이 공개처형됐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한국의 북한전문 매체 `데일리 NK’의 이상용 조사분석 디렉터는 북한이 지난 6월 한국TV를 시청한 주민 2명을 처형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상용 디렉터] ”황해남도 어떤 지역에서 올 6월에, 북한TV는 채널이 고정돼 있는데, 어떤 주민이 이를 해제하고 한국 드라마를 시청해서, 농장원 2명을 처형했다.”

앞서 북한은 2020년 12월에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듣는 사람을 처벌하는 내용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북한에서 공개처형이 늘었다는 보도는 단편적인데다 일부 납득이 안 되는 대목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8월 말에 혜산에서 공개처형된 사람은 국가 소유인 소를 식용으로 도축해 팔다가 처형됐다고 하는데, 이는 믿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2011년 북한에서 한국으로 망명한 탈북민 조충희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씨] ”부림소를 잡아먹었다고 사람을 9명이나 처형했다는 것은, 정보의 사실성 여부는 좀더 봐야 되지 않겠나.”

주목되는 것은 북한에서 공개처형이 증가한 지난 2-3년이 식량난으로 인한 강력범죄와 아사자 증가같은 사회 혼란 시기와 겹친다는 점입니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자 북한은 2020년 1월 전격적으로 북중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북한의 생명줄인 북중 국경이 차단되자 설탕과 밀가루, 비료, 식용유 등 생활필수품 수입이 끊겼고 이는 극심한 식량난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식량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2019년 북한의 쌀값은 kg당 5천원, 그리고 옥수수(강냉이)는 1천원선이었습니다.

그러나 쌀값은 2021년도 여름에 7천원까지 올랐습니다.

북한의 노동자들이 먹는 옥수수(강냉이) 가격은 더욱 크게 올랐습니다. 1천원이었던 옥수수 가격이 3천200원까지 오른 겁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7월17일 ‘인민생활 안정을 위한 특별명령’을 내렸습니다. 군량미를 방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부 당국이 보유한 양곡이 부족해 이 조치는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2021년부터 시작된 식량난에 더해 이듬해 5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북한사회는 엄청난 혼란을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이 때를 전후해 북한에 아사자와 강력범죄가 증가했습니다.

아사자는 지난 몇 년 간 한 해 평균 110명 정도 발생했는데 올 1-7월 기간에는 245명의 아사자가 발생했습니다.

강도와 살인, 사제폭탄 투척같은 강력범죄도 한해 100건 정도 발생했는데 올해는 300여 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측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식량난으로 인해 강력범죄와 아사자, 자살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유상범 의원]” ”아사자 발생도 예년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강력범죄는 작년 동기 대비 100여 건에서 300여 건으로 급증했고, 최근 자살자가 40% 증가했는데…”

문제는 북한 당국이 식량난을 경제 차원이 아니라 통제 위주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은 식량난이 발생하자 지난해 12월을 기해 장마당의 양곡 판매를 금지시키고 정부가 운영하는 ‘양곡판매소’에서만 식량을 구입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 조치에도 불구하고 식량난은 계속됐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쌀 가격이 kg당 6천100원까지 치솟으면서, 전년도 1월(4천800원)보다 무려 1천300원이 올랐습니다.

식량난은 사회 문제, 정치 문제로 비화됐습니다. 특히 함경도와 양강도, 자강도같은 북중 접경지역은 국경 봉쇄로 식량을 구할 수가 없자 아사자와 자살자가 발생하고 강력범죄가 급증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식량난과 관련해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과 항의가 있었고, 북한 당국은 불평분자 색출을 위한 비상설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습니다.

그래도 강력범죄 등 사회혼란이 계속되자 북한 수뇌부는 공개처형이란 칼을 빼어들었을 것이라고 `데일리 NK’ 이상용 디렉터는 말했습니다.

[녹취: 이상용 디렉터] ”법 일꾼과 주민통제를 담당하는 기관에서 처형을 해서 공포심을 줘야한다고 보고가 올라가자, 최종적으로 최고지도자가 승인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공개처형이라는 극약처방은 당장은 효과를 낸 것처럼 보입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공개처형을 목격한 대부분 주민들은 공포에 질린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시마루 지로 대표] ”총살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주의하자, 조심하자 이런 공포가 사람들이 느끼는 분위기가 아닐까.”

북한을 오래 관찰해온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북한에서 주민들을 겨냥한 공포정치가 쉽게 끝날 것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They exert forces on population, terror, public execution, crack down…”

고스 국장은 공포정치를 끝내려면 대북 제재가 풀려 식량난과 경제난이 해결돼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문제 해결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