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17개 유엔사 회원국들이 한국 방위 공약을 확인하며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앞으로 유엔사 회원국들이 보다 본격적으로 연합훈련에 참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14일 유엔사 회원국들이 제1회 한국-유엔사 국방장관회의를 통해 무력 공격에 대한 공동 대응 의지를 밝힌 점이 중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The significance is that the Sending States reaffirmed, publicly, their commitment to defend the Republic. Not just the U.S., which one would expect as a treaty ally, but 16 other nations. This is a big deal.”
트럼프 행정부 시절 태평양사령관을 지낸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VOA에 “유엔군사령부 회원국들이 한국을 방위하겠다는 공약을 공개적으로 재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조약 동맹국으로서 한국을 당연히 방위해야 할 미국 뿐 아니라 다른 16개국이 참여한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을 비롯한 17개 유엔사 회원국 대표들은 14일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과 회의를 열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유엔의 원칙에 반하여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행위나 무력공격이 재개될 경우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4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유엔사 회원국들이 이 선언을 통해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개입할 것임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연구원] “Really the focus I think, of this kind of activity, is let's convince North Korea that if they decide to go to war, they have an international problem on their hands and that helps deter North Korea.”
그러면서 이번 회의의 초점은 “북한이 전쟁을 결심하면 국제적인 문제가 될 것임을 알리는 것”이라며 “이는 북한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침략을 물리칠 수 있는 단합된 국제적 역량을 과시했다는 것입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유엔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여러 나라가 한국 방어에 즉각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나라들이 참여하기 위한 정치적 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도 한-유엔사국방장관회의에 보낸 축전을 통해 “유엔군 사령부는 정전 협정 이행은 물론 유사시 별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없이도 우방국 전력을 통합해 한미연합군에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엔사 회원국들, 한반도 유사시 물류 제공”
월러스 그렉슨 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VOA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회의를 통해 한반도 방위에 대한 유엔군 사령부의 중요성이 다시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비춰 볼 때 한반도에서 분쟁이 다시 발생할 경우 매우 ‘물류 집약적’(logistically intensive)일 것이며, 따라서 유엔사 회원국들에 한국에 대한 물자 제공을 요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그렉슨 전 차관보] “The more we talk, the more we can find unique contributions for each nation in the UNC, and the more we find cooperation among the various nations in United Nations command, the more they the more we are assured of a prompt and effective response to any renewal of hostilities on the peninsula.”
그렉슨 전 차관보는 이번에 열린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와 같이 “대화를 많이 할수록 유엔사 내 각국이 어떻게 고유하게 기여할 수 있을 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엔사 내 다양한 국가들간 협력을 더 도모할수록 한반도에서 적대행위가 재개됐을 때 더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연합훈련 활성화, 상호운용성 높일 것”
한편 미한동맹과 유엔사 회원국 사이의 연합연습과 훈련을 활성화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앞으로 상호운용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가 평가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There’s always been limited participation in, you know, varies over the years. But what they're really talking about is, is to really use the full capabilities of the U.N. command in support of the ROK U.S. Combined Forces Command. And so really what this means is increasing the staff capability, the integration with the host nation, with South Korea and to really conduct realistic exercises.”
맥스웰 부대표는 유엔사 회원국들의 미한 연합훈련 참여는 제한적이었고 해마다 참여 수준이 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한국과 유엔사 회원국들이 합의한 것은 “한미연합군 사령부를 지원하기 위해 유엔군 사령부의 모든 능력을 실제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것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참모 역량과 주최국인 한국과의 통합을 강화하며 실제적인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유엔사 회원국들이 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워게임’에 참여했지만 앞으로는 육해공 훈련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전쟁수행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가 이날 회의에서 유엔사 참모부에 장성급을 포함한 한국군을 파견하겠다고 공식 제안한 것 역시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Remember that the bulk of the forces that defend South Korea are South Korean. And so regardless of how many forces the U.S. sends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he majority of forces will always be South Korea. So South Korea is the main effort. And so sending South Korean officers to the U.N. staff will improve interoperability. I mean, there are nobody who's more expert on the terrain, on the defense plans and the military capabilities that exist on the Korean Peninsula than officers from the Korean military.”
맥스웰 부대표는 “한국을 방어하는 병력의 대부분은 한국군”이라며 “미국이 얼마나 많은 병력을 파견하든 한국이 주축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군 장교들보다 한반도의 지형과 방어 계획, 군사 능력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2014년 이후 유엔사의 ‘재활성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된데 대해 한미연합군, 주한미군, 유엔군사령부가 각각 완전한 기능을 갖춘 독립 사령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2014년부터 호주와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서 부사령관과 고위 장교를 파견하는 등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유엔군사령부에 장교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이는 한국을 방어하는데 있어 최고의 군사적 효과를 내기 위해 국제 전력을 통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종전선언이 유엔사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해리스 전 대사는 유엔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 “The end-of-war declaration was always naive. We already have an end-of-war declaration...it's called the Armistice. The question which supporters of such a declaration never adequately addressed to my satisfaction is what changes the day after the declaration is signed? North Korea still remains a threat. The Armistice is still extant. The U.S. is still treaty-bound to defend the ROK. The UNC is critically important to the day-to-day management of the Joint Security Area and to the involvement of the Sending States.”
해리스 전 대사는 “종전선언은 순진한 생각”이라면서 “이미 정전협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종전선언이 체결된 다음 날 무엇이 달라지느냐”고 반문하며 “북한은 여전히 위협으로 남아있고 휴전선은 여전히 존재하며 미국은 여전히 조약에 따라 한국을 방어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사는 공동경비구역의 일상적인 관리와 파병국의 참여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종전선언이 유엔사 해체로 이어진다는 생각은 추측”이라면서 “안보리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 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종전선언의 오류는 종이 한 장이 서울에 쏟아질 총알과 로켓, 포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라며 “실질적인 병력 감축에 대한 약속이 없다면 종전선언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언으로 인해 북한의 한국 공격 태세가 바뀌지 않고, 김정은의 의도가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사는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 이후 유엔 결의로 결성됐고,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로도 정전협정 관리와 유사시 미한연합군사령부 전력 지원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현재 유엔사 회원국은 한국전쟁 때 전투병을 파병한 미국, 영국, 캐나다, 튀르키예, 호주,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 콜롬비아, 그리스, 뉴질랜드, 벨기에, 프랑스, 남아공 등 14개국과 의료지원단을 보낸 노르웨이, 덴마크, 이탈리아 등 3개국입니다.
한국 국방부는 앞으로 한·유엔사 국방장관회의를 정례화할 방침입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유엔사 해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 군축 평화연구소는 지난 13일 공보문에서 “유엔사를 해체하는 게 조선반도에서 새 전쟁 발발을 막고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필수적 요구”라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