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동맹에 대한 철통 같은 방위 공약을 강조했습니다. 1년 만에 마주 앉은 두 정상은 또 마약 대응 협력과 고위급 군사 소통 재개 등 주요 현안에도 진전을 이뤘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5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백악관 보도자료] “The President emphasized the United States’ enduring commitment to freedom of navigation and overflight, adherence to international law, maintaining peace and stability in the South China Sea and East China Sea, and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대통령은 항행과 비행의 자유, 국제법 준수,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유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약속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인도 태평양 지역 동맹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방위 공약도 재확인했습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주요 지역 및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연결되고 번영하며, 안전하고 회복력 있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 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강조했다”며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동맹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철통 같은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백악관 보도자료] “The two leaders exchanged views on key regional and global challenges. President Biden underscored the United States’ support for a free and open Indo-Pacific that is connected, prosperous, secure, and resilient. The President reaffirmed the United States’ ironclad commitment to defending our Indo-Pacific allies.”
두 정상이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대면 이후 1년 만입니다.
시 주석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6년 만입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항상 미국의 이익과 가치, 동맹국과 파트너를 옹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면서 “전 세계가 미국과 중국이 갈등과 대립, 또는 신냉전으로 치닫지 않도록 책임감 있게 경쟁을 관리하기를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백악관 보도자료] “He stressed that the United States would always stand up for its interests, its values, and its allies and partners. He reiterated that the world expects the United States and China to manage competition responsibly to prevent it from veering into conflict, confrontation, or a new Cold War.”
이어 두 정상이 펜타닐과 같은 불법 마약 제조 및 밀매에 대한 협력 재개, 각군 지휘관 간 전화 통화 재개 등 고위급 군사 소통 재개, 첨단 인공지능 시스템의 위험성에 대한 공동 대응 등 주요 현안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습니다.
네 시간여의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가장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있었다”며 직접 회담 결과를 설명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선 “몇 가지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며 “첫째, 수 년간 보류됐던 미국과 중국 간의 마약 대응 협력을 재개한다는 사실을 발표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We've made some important progress, I believe. First, I'm pleased to announce that after many years of being on hold, we are restarting cooperatio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PRC and counter narcotics.”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인 펜타닐은 미국 사회의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18세에서 49세 사이의 펜타닐로 인한 사망자 수가 총기, 자동차 사고 또는 기타 원인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더 많다”면서 양국이 펜타닐 제조 및 유통 단속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둘째, 군대 간 직접 소통이 단절돼 매우 걱정스러웠다”며 “그런 식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오해가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시 직접적이고 공개적이며 명확하고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돌아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Secondly, and this is a critically important we're reassuming military to military contact direct contacts as a lot of you press know who follows this it's been cut off and it's been very worrisome. That's how accidents happen, misunderstandings. So we're back to direct open, clear, direct communications on a on a on a direct basis.”
중국은 지난해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하자 미 군사 당국과의 대화를 단절했습니다. 이어 올해 2월 미국 본토를 가로지른 중국 정찰풍선 격추 사태를 계기로 양국 간 군사 실무자급 대화까지 끊겼었습니다.
백악관은 또 양국 정상이 첨단 인공지능(AI) 시스템의 위험성을 해결하고 인공지능 안전을 개선할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두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분쟁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신장, 티베트, 홍콩을 포함한 중국의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며 “타이완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았으며 수십 년 동안 여러 행정부에 걸쳐 일관되게 유지돼 왔다고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백악관 보도자료] “He raised concerns regarding PRC human rights abuses, including in Xinjiang, Tibet, and Hong Kong. On Taiwan, President Biden emphasized that our one China policy has not changed and has been consistent across decades and administrations. He reiterated that the United States opposes any unilateral changes to the status quo from either side, that we expect cross-strait differences to be resolved by peaceful means, and that the world has an interest in peace and stability in the Taiwan Strait. He called for restraint in the PRC’s use of military activity in and around the Taiwan Strait.”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양안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하고 양안 간 이견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하며, 전 세계가 타이완 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며 “중국이 타이완 해협과 그 주변에서 군사 활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이날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오랜 인연과 솔직한 대화를 강조하며 양국 간 경쟁이 갈등으로 비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지도자 대 지도자로서 오해 없이 서로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경쟁이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I think it's paramount that you and I understand each other clearly, leader to leader, with no misconceptions or miscommunication. We have to ensure that competition does not veer in a conflict. And we also have to manage it responsibly.”
시 주석은 양국 관계는 지난 50년간 순탄하지만은 않았지만 계속 전진해 왔다며 “중국과 미국 같은 두 대국이 서로 등을 돌리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개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갈등과 대립은 양국에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시 주석] “For two large countries like China and the United States, turning their back on each other is not an option. It's unrealistic for one side to remodel the other, and conflict and confrontation has unbearable consequences for both sides.”
트럼프 행정부 시절 태평양사령관을 지낸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이날 VOA에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두 나라의 정상이 두 초강대국 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모종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적어도 만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첨예해지고 있는 양국 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양국 정상이 얼굴을 맞대고 논의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진단입니다.
[해리스 전 대사] “It is important for the two leaders of the world’s largest economies to at least meet to establish some sort if relationship to ease tensions between the two superpowers. I do not expect any easing of North Korea’s ambitions or provocative behavior.”
다만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으로 인한 한반도 및 역내 정세 불안정 등에 관한 논의가 진전돼 안보 불안이 해소될 가능성은 낮게 내다봤습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야망이나 도발 행위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대리도 “(양국 간 긴장 완화와 관련한) 어떤 돌파구를 기대하지 않는다”면서도 “1년 만에 실질적인 논의를 위해 만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 “I’m not expecting any breakthroughs. The fact they are meeting for substantive discussions after a one year lapse is the key takeaway.”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